지난 9월 20일 환경부는 <한국형 녹색분류체계(이하 K-택소노미) 개정안>을 공표했다. K-택소노미는 유럽연합(이하 EU)이 발표한 그린 택소노미의 한국판으로 환경적으로 지속 가능한 경제활동의 범위를 정한 것이다. 2021년 12월 30일 환경부가 발표한 가이드 라인에 따르면 K-택소노미는 ▲온실가스 감축 ▲기후변화 적응 ▲물의 지속가능한 보전 ▲자원 순환 ▲오염 방지 및 관리 ▲생물다양성 보전이라는 6대 환경목표에 기여하는 녹색경제활동을 분류하는 것으로, 녹색경제활동이 되려면 ▲환경목표 기여 ▲심각한 환경피해 없을 것 ▲최소한의 보호장치라는 3가지 원칙을 준수해야 한다. K-택소노미 가이드 라인이 발표될 당시만 해도 원자력발전은 탄소중립시나리오와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등을 감안 해 K-택소노미에 포함하지 않았다. 다만 EU 등 국제동향과 국내 상황을 고려해 재검토하겠다는 여지를 남겼었다. 지난 7월 6일 EU 의회는 오랜 논의 끝에 그린 택소노미에 원자력발전을 포함했다. 다만 사고 저항성 핵연료 사용, 고준위 방폐물(사용하고 남은 핵연료 또는 핵연료의 재처리 과정에서 발생한 방사선이 강한 핵폐기물) 처분장 확보, 최신 안전기준 적용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이에 탄소중립 달성과 에너지 안보 확보 수단으로 원전을 강조해온 윤석열 정부는 이러한 EU 의회의 결정에 힘입어 소형모듈원자로(SMR)와 사고저항성핵연료(ATF) 등 원자력발전 기술 개발을 ‘진정한 친환경 경제활동’으로, 원자력발전소(이하 원전) 건설과 운영은 ‘탄소중립을 위한 과도기적 경제활동’으로 분류한 K-택소노미 개정안을 발표한 것이다.
환경부가 원전이 친환경이라고 K-택소노미 개정안을 발표한 날, MBC 뉴스데스크는 충격적인 보도를 전했다. 경주 월성 원전 1호기에서 방사능 오염수가 계속 새어 나오고 있는 장면이 여과 없이 방송을 탔다. 고준위 핵폐기물이 저장된 사용 후 핵연료 저장수조 외벽의 바닥 부위에서 균열이 발견됐는데, 갈라진 틈 사이로 오염수가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작업자는 오염수를 드라이기로 말리며 수건으로 닦아내고 있었다. 보도에 따르면 매일 7리터의 방사능 오염수가 흘러나와 방사능 누출이 우려되는 심각한 상황이었다. 사용 후 핵연료 저장 수조의 내부는 더 심각했는데, 갈라지고 깨진 흔적이 곳곳에 있었고 방수막으로 칠한 에폭시 라이너가 완전히 부식돼 제기능을 못하고 있었다.
원자핵 분열을 이용해 에너지를 얻는 원자력발전이 우리에게 많은 편리와 혜택을 준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리고 우리는, 원전 사고가 발생하면 얼마나 끔찍한 결과를 가져오는지도 잘 알고 있다. 1986년 4월 발생한 체르노빌 원전 사고와 인과관계가 있다고 인정된 사망자는 46명이지만,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사망자 수는 최소 25,000여 명 이상이라는 분석도 있다. 더욱이 누출된 방사능으로 인한 암 발생률과 유전적 장애 증가 등의 피해는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2011년 3월 대규모 지진과 쓰나미로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사망자는 공식적으로 0명이다. 하지만 사고 직후 573명의 사망자가 발생했고, 일본 정부는 이들이 대지진과 원자력 사고 수습과정에서 일어난 안전사고와 과로로 사망했다고 주장한다. 여전히 원전 사고와 관련된 피해 정보를 감추고 있는 일본 정부는 내년 봄부터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를 바다로 방류한다고 예고해 해양 생태계는 물론 우리나라를 포함한 주변국의 피해가 예상된다.
EU는 원전을 그린 택소노미로 포함하며 까다로운 안전조치를 선행 조건으로 제시했다. 과연 윤석열 정부는 이 조건을 충족시킬 능력이, 아니 의지는 있는가? 없다면 원전은 친환경이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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