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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보다> 이 세상은 모두 쇼비즈니스, 영화 <시카고>
제 970 호    발행일 : 2022.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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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력적인 재즈와 화려한 쇼, 그리고 총성과 함께 시카고의 막이 오른다. 영화 시카고는 “살인은 했지만 죄는 짓지 않았다”는, 두 여자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ALL THAT JAZZ’로 극의 시작을 열고 이내 체포된 ‘벨마 켈리’는 자신의 여동생과 남편을 죽인 인물로 특유의 당당한 태도와 스타다운 면모로 관객들의 많은 사랑을 받는 캐릭터다. 또 이러한 벨마 켈리의 무대를 동경과 부러움의 눈빛으로 바라보던 ‘록시 하트’, 이 둘을 중심으로 영화가 흘러간다. 록시는 벨마와 같은 스타가 되기를 꿈꾸는 인물로, 자신을 무대 위로 올려줄 능력이 있다던 남자와 바람을 피우다가, 이내 그것이 거짓임을 알고 총으로 그를 살해한다. 체포돼 감옥으로 들어간 록시는 교도소장 ‘마마’의 소개로 승소 100%의 기록을 가진 변호사 ‘빌리 플린’과 만나게 되고, 재판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신문의 1면을 장식하며 순식간에 일약 스타덤에 오른다. 아이러니하게도 범죄를 계기로 자신이 원하던 새로운 삶에 발을 디디게 된 것이다. 범죄가 새 삶의 등용문이 되는 곳, 이것이 바로 시카고다.
  시카고는 현실적이면서도 환상 같은, 그야말로 ‘쇼비즈니스’의 세계를 영화 내적, 외적으로 완벽하게 구현한 영화다. 쇼비즈니스의 세계에서는 도덕도, 상식도 필요하지 않다. 그저 관객의 감각을 최대한으로 자극할 수 있는 소재와 무대만이 요구될 뿐이다. 시카고는 귀를 사로잡는 음악, 호화스러운 무대 구성을 통해 외적으로 쇼비지니스의 정점을 보여준다. 화려한 연출과 무엇 하나 빠지지 않는 구성으로 마련된 무대는 영화 시카고의 자랑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시카고가 의도한 사회 현실의 풍자를 담고 있기도 하다.
  노출을 극대화한 의상은 시카고의 대표적인 풍자 장치로, 자극적인 콘텐츠만을 쫓는 대중들을 보란 듯이 비웃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러한 메시지는 의상뿐만 아니라 스토리를 통해서도 전달된다. 록시가 범죄자인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록시의 외모와 만들어진 이미지에 끌려 열광하는 극 중 시카고 시민들은 영화를 보는 관객이 스스로 자기 모습을 돌아보게 만든다. 도덕과 상식을 제쳐둔 시민들은 오늘날 미디어 콘텐츠를 소비하고 있는 대중들과 소름 돋게 닮아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엄청난 화제를 불러일으키던 록시마저도 새로운 사건과 인물의 등장으로 인해 차갑게 외면받는 현실은 콘텐츠에 쉽게 질리고 새롭고 자극적인 것을 찾아다니는 우리의 모습을 보는 것만 같아 마냥 웃을 수 없게 된다.
  풍자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정의와 법적인 가치를 저버리고 뻔뻔하게 사랑을 말하지만, 실제로는 오직 돈에 대한 욕망으로 가득한 변호사 빌리와 빌리를 승소하게 만드는 부패한 사법제도, 사회적으로나 문화적으로 꼭 필요한 소재보다도 자극적인 면모를 갖춘 기삿거리를 쫓는 언론, 외국에서 온 이주노동자에게 유독 각박한 사회까지. 시카고는 짧은 극 안에 이 모든 요소를 담아냈다.
  이외에도 시카고를 보다 보면 관객을 몰입하게 하는 연출적 요소들을 다양하게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무거운 사회적 주제를 전달하면서도 영화적 요소를 놓치지 않고, 여기에 뮤지컬적 요소까지 보는 재미를 더했다. 화려한 볼거리를 통해 여가를 즐기고 싶은 이들, 사회적 문제를 찾아 이를 고민해 보고 싶은 이들, 혹은 음악과 동적 요소들을 감상하고 싶은 이들 모두에게 시카고를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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