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리틀 포레스트>는 자극적인 콘텐츠가 인기를 얻고 있는 요즘, 누군가에게는 지루하고 그저 그런 영화일지 모른다. 하지만 누군가 나에게 인생영화가 무엇인지 물어본다면 나는 <리틀포레스트>라고 대답할 것이다. 이 영화에는 악역이 등장하지 않으며 등장인물들 사이에 큰 갈등도 없다. 그저 주인공이 자신이 자란 시골로 돌아와 직접 농사지은 식재료로 한 끼, 한 끼를 만들어 먹을 뿐이다.
첫 관람 때는 영화의 색감과 소리, 시골의 그 풍경들이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감상하는 내내 어린 시절 방학 때마다 놀러 가던 할머니 댁에서의 추억이 떠올랐고 그때 내가 느꼈던 계절의 분위기와 감정들이 되살아났다. 나는 계절이 지나는 것을 보며 많은 생각을 한다. 남들보다 계절이 바뀜을 금세 알아채는 편이고, 동시에 많은 의미를 부여하기도 한다. 계절이 변해가는 것을 보는 건 나만의 힐링 방법이다. 이 또한 어린 시절 시골에서 보냈던 시간이 나에게 준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시골에 있으면 도시보다 계절이 바뀌는 것을 잘 느낄 수 있다. 농사를 짓는 모습, 산과 밭의 색깔 등 많은 것이 계절마다 눈에 띄게 변해간다. 계절의 변화가 누군가에게는 그저 시간이 지나는 것에 불과할 수 있다. 하지만 추상적인 시간이라는 개념을 계절이라는 수단을 통해 내가 보고 느낄 수 있기에 계절이 바뀐다는 건 나에게 있어 항상 특별하다. ‘리틀 포레스트’는 그 특별함을 영상 속에 녹아냈다. 영화 속 계절이 바뀔 때마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이라는 자막이 화면 중간에 띄워지며 계절마다 특색있는 제철 음식이 등장한다. 제철 음식을 만들어 먹을 때는 요리하는 소리가 두드러지게 들리는데 이 점 또한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주인공이 정성 들여 만드는 음식은 그 과정을 보는 것 자체가 힐링이었다.
두 번째 관람부터는 영화에 대해 더 깊이 생각했다. 주인공 혜원은 도시에서의 팍팍한 삶을 등지고 시골로 내려와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간다. 혜원의 ‘리틀 포레스트’는 엄마와 함께 살던 시골집이었다. 그렇다면 나의 ‘리틀 포레스트’는 무엇일까? 나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아직 내놓을 수 없을 것 같다. 대학교에 입학한 지 벌써 1년이 지났지만, 내가 정말로 좋아하는 것을 아직 찾지 못했다. 나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다양한 활동을 하며 바쁘게 살아가는 것을 정말 좋아하는 사람일까? 나는 어떤 옷을 좋아하고 어떤 사람을 좋아하며, 어떤 성격이 되고 싶은가? 그렇다면 어디에서 이런 것들을 찾을 수 있을까? 질문에 대한 답을 궁리할 때면 도시에서의 삶을 정리하고 시골로 내려갈 때의 혜원이 떠오른다. 도시에서의 간절했던 꿈인 임용고시를 포기할 정도로 고향에 대한 애착을 실현해 낸 혜원의 모습을 말이다. 나는 아직 해답을 찾는 중이지만 언젠가 혜원처럼 진심으로 원하는 무언가를 얻기 위해 가진 것도, 간절히 바라왔던 것도 내려놓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인생을 바꿀 수 있을 만큼 큰 도전이든, 작은 시도든 누구에게나 도전은 쉽지 않은 일이다. “아무것도 시도하지 않는 것보다는 분명 의미 있는 시간일 거라고 믿어”. 이 대사는 시골로 내려온 혜원에게 고향 친구가 건넨 말이다. 실패를 두려워하는 나에게는 참 와닿는 말이었는데 혜원에게도 그랬을까? 혜원이 시골살이를 결심하게 된 것도 하나의 시도이자 도전이었을 것이다. 영화에는 “실패라고 이름을 붙였던 많은 순간이 사실은 성장하는 나이테 사이의 공간이었음을 깨닫는다”라는 독백이 등장한다. 지금의 선택이 후회되고 감히 실패라 이름 붙인 나의 모든 순간 하나하나가 위로받는 기분이었다. 당장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도, 혹은 어딘가로 가고 있지만, 자신이 가고 있는 길이 실패일까 두려워도, 우리는 곧 그 모든 순간이 성장하는 나이테 사이의 공간이었음을 깨달을 것이다.
바쁘게 돌아가는 현대사회 속 힐링이 필요할 때, 차분한 위로의 한마디가 필요할 때, 자극적인 콘텐츠 속 잔잔한 무언가가 필요할 때, 영화 <리틀포레스트>를 감상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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