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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읽다> 공백을 채워 나가던 삶에서 다시 공백을 만드는 과정, ‘여행’
제 975 호    발행일 : 2023.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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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주 도청 옆 건물 3층에는 누구나 책을 읽고 쉬어갈 수 있는 ‘휘게 문고’라는 서점이 있다. 나는 생각을 정리할 때 이 서점을 찾곤 한다. 이 서점은 독서 공간과 학습 공간이 곳곳에 잘 조성되어 있으며, 편안하고 은은한 조명이 그 분위기를 한층 무르익게 한다. 폭염주의보로 핸드폰이 연신 울리던 어느 여름날, 무더위에 지친 나에게 서빙고가 돼 줄 서점으로 발을 옮겼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대학에 입학해 여러 전공 공부와 대외활동을 하는 사이 어느샌가 한가로이 책을 읽는 날이 사라져 있었다. 때마침 1학기 종강도 했으니 잔잔한 책 한 권 읽으려던 찰나에 에세이 한 권이 눈에 들어왔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당신에게>, <시소 인생> 등으로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던 강주원 작가의 세 번째 에세이 <떠나야 비로소 깨닫는 것들>이다. 작가의 여행기가 담긴 이 책은 프랑스의 크고 작은 도시에서의 일상을 담고 있어 작가가 내디딘 걸음과 시선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화려하지 않은 문체는 책에 담긴 흑백사진들과 조화롭게 어우러지고, 담담하게 전하는 여행기의 매력을 가득 살려줬기에 이 책에 빠지지 않을 수 없었다.
  솔직하게 고백하자면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프랑스에 대해 약간의 편협한 시선을 가지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프랑스에서는 영어로 물어봐도 불어로 대답한다, 소매치기가 많다, 인종차별이 심하다, 특히 ‘동양인이 가기에 불편한 나라다’라는 이야기가 많기 때문이다. 강주원 작가 역시 그런 생각이 있었기에 그는 이번 여행을 통해 차가운 줄로만 알았던 프랑스에서 따스한 온정을 느꼈다는 말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 부분이 이 책을 더욱 궁금하게 하고, 그가 담은 여행기가 어떤지 알고 싶게 만들었다. 사람들이 말하는 것과 직접 경험하는 것이 매우 달랐으며 프랑스를 사랑하게 됐다는 작가의 말에 바로 책장을 넘겼다.
  책 속에 담긴 프랑스는 작가의 말 그대로 따스했다. 모르는 부분이 있어 물어보면 영어로 답해주는 이와 번역기까지 켜 가며 하나하나 자세히 설명해 주는 이가 함께했다. 소매치기가 심하다는 말을 듣고 이중 잠금장치를 가진 가방을 큰돈 주고 샀는데, 그 돈이 무용지물이 돼버릴 정도였다. 이런 내용을 보니 어쩌면 내가 프랑스에 대해 너무 부정적이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떠나면 비로소 깨닫는 것들>은 고민보단 상상으로 채우는 시간을 선물해 주는 책이다. 그리고 직접 경험하지 않으면 깨닫지 못할 것들을 간접적으로나마 깨닫게 한 책이었다. 프랑스 남동부의 안시(Annecy) 여행기 중 “타인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 ‘좋겠다’라는 부러움의 문장이 나오지만, 내가 즐거우면 ‘좋았다’라는 감탄의 문장이 나오는 법이다”라는 구절이 기억에 남는다. SNS 속 저마다 행복해 보이는 사람들, 행복한 일상에 그저 ‘좋겠다’는 말만 내뱉을 뿐이었던 나에겐 꽤나 신선함을 안겨주었다. 또 “어떤 일이든 경험해 보고 끝에 도착하기 전까지는 내 발걸음이 어디로 향하는지 전혀 모른다”는 구절도 인상 깊었다. 출발하고, 걷고, 나아가다 보면 나도 모르는 새, 아름다운 풍경을 만나게 되는 법이다. 앞서간 사람들의 경험담만으로 추측할 뿐 직접 느끼기 전까지는 알 수가 없기에 출발이 두려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길을 걷다 보면 분명 어딘가 닿게 될 테고, 우리는 그것에 빠져들 수밖에 없을 테니 나아가는 것이다. 아무것도 아닌 삶보다는 ‘무언가’를 만나고 ‘어딘가’에 닿는 게 훨씬 값질 삶일 테니 말이다.
  우리는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끊임없는 고민과 공부를 한다. 일상 속 여행 한 번이 큰 깨달음을 주기도, 새로운 여백을 남겨주기도 한다. 공백을 채워 나가던 삶에서 다시 공백을 만드는 과정, 여행.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일상 속 직접 여행을 가진 못하더라도 잔잔한 여행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다면 도서 <떠나야 비로소 깨닫는 것들>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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