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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인선
<기자보다> All is well, 영화 <세 얼간이>
제 976 호    발행일 : 2023.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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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같은 영화, 책, 드라마를 여러 번 보는 것, 지루함을 싫어하는 나는 이미 전개 과정, 결말까지 알고 있는 내용을 다시 보는 것은 시간 낭비라고 생각했다. 물론 영화를 보는 순간마다 이전에는 보이지 않았거나 와닿지 않았던 대사, 장면에서 새로운 것을 발견한다는 감상평 또한 전혀 신뢰하지 못했다. 하지만 20살 첫 겨울, 이 생각이 굉장히 안일하고 오만했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 영화를 만났다. 볼 때마다 새롭게 느껴지고 와닿는 장면과 대사를 발견할 수 있으며 사랑, 성공, 가족 등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 나에게 새로운 깨달음을 줬던 영화, 바로 “All is well(모든 것이 잘될 것)”이라고 담담한 위로를 건네는 영화 <세 얼간이>이다.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 총 12년의 기간을 대학이라는 목표를 위해 경주마처럼 달려온 나는 예상과 달랐던 결과에 실망하며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다는 미련한 생각을 했다. 인생을 회의적으로 바라보게 된 나는 아무 생각 없이 내 감정에 솔직하게 웃기도 하고 눈물도 흘릴 수 있는 도피처를 찾고 있었다. 그저 웃긴 영화였었다는 이전 기억만을 가지고 <세 얼간이>를 다시 보았다. 그렇게 다시 본 <세 얼간이>는 나의 인생 영화이자 삶의 지표가 됐다.
  처음 <세 얼간이>를 봤을 때의 기억은 어색함이었다. 발리우드 특유의 감성과 인도만의 문화 색을 뚜렷하게 보여주는 장면들은 이질감이 느껴졌고 현재와 과거가 교차해 나오는 액자식 구성은 처음 보는 플롯 방식이어서 내용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영화가 전하는 메시지를 읽어내기보다는 내용을 이해하기 만으로도 벅찼던 것 같다.
  두 번째로 보았을 때는 대략적인 줄거리를 알고 있어 조금의 여유를 가질 수 있었지만, 이전에는 이해하지 못했던 내용, 본 기억이 없는 장면을 발견하는 등 조금은 새로운 영화를 보는 것 같았다. 어느새 나는 영화 속 주인공들과 같은 또래가 됐고 그들은 그 속에서도 나와 별반 다르지 않은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인도의 천재들만 입학한다는 명문대 ICE에서 결국 그들도 성적과 취업에 쫓겨 정작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는 무시한 채 살아가고 있었다. 그 과정에서 누군가는 원하는 삶을 포기하고, 부모님과 갈등을 빚기도 하며, 평생 자기 마음의 소리를 무시한 채 살아가기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전에 크게 와닿지 않았던 이 영화의 주제인 ‘과연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는가’를 나의 삶에 빗대어 생각해 보게 됐다. 당시 나는 내가 원하는 일이 무엇인지 생각해 본 적도 없이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에 쫓기고 있었다. 그랬던 나와 달리 영화의 주인공 ‘란초’는 이상적이지도 희망적이지도 않은 조언과 방법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진짜 인생을 살아가는 방법을 알려준다. 사진을 좋아하는 친구 ‘파르한’의 재능을 그의 부모님보다 먼저 알아보고 직접 친구의 부모님을 설득해 꿈을 이루도록 도와줬고, 자신의 미래를 불안해하는 친구에게 다시 일어서는 법을 알려주는가 하면 오직 성공만을 쫓으며 자식을 죽음으로 몰아버린 교수님에게는 자신만의 신념을 고수하며 자신은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임을 보여줘 직접 깨닫게 하는 등 란초만의 방식으로 영화의 주제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처음 영화를 보았을 때는 란초같은 친구가 옆에 있다면 정말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내가 란초와 같은 단단한 사람이 돼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인지 이후에도 알 수 없는 불안감에 무기력해져 다시금 열정을 찾고 싶을 때면 이 영화가 생각나 다시 보곤 했다. 나의 문제에 해결책을 주진 않지만, 주인공 란초가 말하듯 가슴에 손을 얹고 ‘All is well’을 외치면 겁먹었던 마음이 다독여지고 잠시나마 마음이 편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거나 삶의 방향을 잃고 방황하고 있다면 영화 <세 얼간이>를 꼭 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당신의 영화 취향과는 별개로 이 영화를 본다면 한동안은 세 얼간이의 진한 여운에서 헤어 나오지 못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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