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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 : 2023.11.27 월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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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노고만 있고 사람은 사라진 게임
제 977 호    발행일 : 2023.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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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7월 26일, ‘로보토미 코퍼레이션’, ‘라이브러리 오브 루니아’, ‘림버스 컴퍼니’ 등의 작품을 출시한 ‘프로젝트 문’의 SNS에 공지글이 하나 올라왔다. 프로젝트 문의 모바일 게임인 림버스 컴퍼니의 일러스트레이터(이하 일러레)와의 계약을 종료하기로 결정했다는 내용이었다. 해당 일러레는 남초 커뮤니티에서 일러레 개인에 대한 크롤링(필요한 데이터가 있는 웹페이지의 구조를 분석하고 파악해 긁어오는 행위)까지 도달해 ‘페미니스트 일러레’, ‘남혐 일러레’로 낙인 찍힌 직원이었다.
  평범하게 작업을 하던 일러레가 남초 커뮤니티의 공격 대상이 된 것은 림버스 컴퍼니에서 발매한 여성 캐릭터의 해녀복 일러스트가 계기였다. 함께 나오는 남자 캐릭터의 일러스트에 비해 여성 캐릭터의 일러스트는 해녀복을 입은 상태로 노출이 거의 없다시피 했고, 이에 ‘페미니스트가 그린 탓에 노출이 없는 게 아니냐’는 반발이 나왔다. 그러나 해당 일러스트를 그린 일러레는 남성이었고, 그 결과 스토리의 일러스트를 담당하는 여성 작가가 공격 대상이 됐다. 해당 일러스트가 만들어지는 것에 영향을 줬다는 것이 이유였다. 작품에 참여했던 여성 일러레가 페미니스트 일러레가 되는 과정에는 그가 입사하기 5년 전, 미성년자 시절에 썼던 SNS의 글이 크롤링 돼 남성혐오의 증거로 쓰였다. 프로젝트 문은 이러한 증거 속 발언들이 회사에 악영향을 미치고 사내 내규를 위반했다며 해당 일러레와의 계약 종료를 선언했다. 입사 전, 심지어는 5년 전의 일이었음에도 일부 유저들의 반응만 보고 직원과의 계약 관계를 끝내버린 것이다.
  프로젝트 문에서 벌어진 이번 사태는 게임업계의 꽤 오랜 고질병인 ‘사상검증’에 해당한다. 2016년 넥슨의 게임에 참여했던 김자연 성우가 SNS에 ‘메갈리아’ 후원 티셔츠를 입은 사진을 올렸다가 퇴출당한 사건을 시작으로 게임업계에 큰 화두가 된 사상검증은 7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지속되고 있다. 지난 10월, 청년유니온이 발표한 ‘게임업계 사이버 불링, 직장 내 성희롱 및 성차별 실태 제보분석 결과’에 따르면 게임 이용자 등에 의한 사이버 사상검증이 28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다음으로 성차별.성희롱(20건)이 뒤를 이었다. 주관적 인식 설문에서 온라인 괴롭힘은 5점 만점에 4.35점을 기록했다. 이는 직장 내의 괴롭힘보다 인터넷상에서의 사상검증이 더 심각하다는 것과 게임업계의 실질적인 보호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페미니즘에 대한 논란은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고 본다. 애당초 페미니즘이 우리나라에서 본격적으로 화두가 된 지 그다지 오래되지 않았고, 인권에 대해서는 옳든 그르든 다양한 생각이 존재할 수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와 관련된 사람을 대하는 태도다. 페미니즘과 조금이라도 연관된 행동을 보였다 싶으면 그게 곧 게임사에 대한 문의로 이어지고 개인을 공격하는 것이 지금의 상황이다. 페미니즘을 지지했다는 이유로 개인의 신상을 털어 공개된 사이트에 게재한다. 실상은 페미니즘이 아닌, 인권과 조금 연관된 내용이었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그들에게는 페미니스트나 다름없는 행동이다. 그렇기에 공식 사이트 혹은 공식 SNS의 댓글에 페미니스트로 추정되는 이에 대한 욕설과 허위 사실 유포를 일삼는다. 다시는 관련 업계에 일하지 못하게 블랙리스트를 만들겠다는 협박성 발언도 그들에게는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한 쉬운 수단 중 하나다. 자신들이 하는 게임과는 조금도 연관이 없는 개인의 사적인 영역을 끌고 와 이를 기반으로 일상을 무너뜨린다.
  하지만 유저들의 사상검증을 수용하는 게임사만 있는 건 아니다. 게임 <마녀의 샘>에서 일러스트를 맡은 일러레는 사상검증에 대한 비판 글을 남겼다가 유저들의 비난에 휩싸였다. 이에 그가 속한 키위윅스는 ‘개인의 외부활동까지 회사가 관여할 권한은 없다. 피해가 발생한다면 회사가 묵묵히 받을 예정’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게임 개발사인 클로버게임즈도 여성 일러레에 대한 사상검증에 대해 ‘특정 인구 집단을 대상으로 하는 혐오에 일체 반대한다’라며 사상검증에 대한 사측의 올바른 대응을 보여줬다. 이들 게임사는 유저들의 사상검증 요구를 거절했지만, 현재까지 건재하게 성장 중이다. 일부 유저가 바라는 사상검증을 실현한 게임사만 사공이 한가득인 배가 돼 한참을 비틀거리다 그대로 부서질 뿐이다.
  누군가의 노고를 사용했으면서 그 개인은 보호해주지 않는 게임사의 게임이 진정 즐겁다고 할 수 있을까. 그 답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된다고 믿는다. 얼토당토않은 사상검증으로부터 직원을 보호하지 않는 게임사는 더 이상 나오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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