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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윤서
<기자보다> ‘다음 소희’가 없는 세상을 위해 영화 <다음 소희>
제 978 호    발행일 : 2024.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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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주리 감독의 장편 독립 영화 <다음 소희>는 2017년 1월에 발생한 전주의 한 특성화 고등학교 현장실습생의 자살 사건을 모티브로 만들어졌다. 오래전 ‘그것이 알고 싶다’를 통해 해당 사건을 접하기도 했고, 많은 영화 평론가가 이 영화를 ‘꼭 봐야 하는 영화’로 손꼽았다는 점에서 기대가 많이 됐다. 영화표를 예매하려고 집 근처 영화관의 상영시간표를 살펴봤다. 이 영화가 독립 영화여서 그럴까? 집 근처 영화관뿐만 아니라, 거주 지역의 모든 영화관에서 <다음 소희>를 상영하지 않았고, 어쩔 수 없이 넷플릭스를 통해 영화를 보게 됐다. 영화를 다 보고 난 후 ‘내가’ 이런 좋은 영화를 영화관에서 보지 못했다는 것에 대한 아쉬움보다도, 상영관이 부족하다는 문제로 인해 ‘더 많은 사람’이 영화를 보지 못했다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크게 느껴졌다.
  영화를 보며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은연중에 소희를 압박하는 사람들도 노동 착취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을 암시하는 부분이었다. 소희의 죽음에 회사, 부모, 근로감독관, 학교 교사, 교장, 교육청, 교육감 등 모두가 관련돼 책임이 없는 자가 없지만 누가 주범이라고 뚜렷하게 지목할 수 없다. 복잡한 노동 착취 구조에서 소희에게 가해진 폭력이 많은 이에 의해 1/N이 됐기 때문이다. 이처럼 나누어진 폭력은 많은 이를 손쉽게 가해에 동참할 수 있게 만들었고, 그렇게 쌓인 습관적인 폭력이 당하는 이에게 죽음이란 치명적 피해를 발생시켰다.
  영화에서 반복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숫자’이다. 콜센터 팀장은 소희가 실적을 얼마나 올렸는지 계속 확인하며 실적 1등과 꼴등을 대놓고 비교한다. <다음 소희>를 제작한 정주리 감독은 성과 그래프와 실적표라는 장치를 통해 숫자로 보는 사회를 그려냄으로써 인권이 통계화되는 순간을 연출했다고 한다. 모든 걸 숫자로만 이야기하는 세상에서 소희는 학습도 노동도 아닌 경계선상에 방치됐다. 영화에서 불합리한 제도에 화가 난 소희 사건 담당 형사 유진이 결국 교육부를 찾지만 “이제 그만하시죠”라는 암담한 대답을 듣는 장면과, 노동부에서도 교육부에서도 소희의 죽음은 자신의 소관이 아니라고 책임을 전가하는 모습은 영화 속 현실과 실제 현실이 다르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느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불합리한 것, 부당한 것에 익숙해져 살아가고 나 또한 별반 다르지 않게 순응하며 살았다. 이러한 사실을 깨닫고 나니 영화 속에서 사건을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해결하려고 했던 형사 유진처럼 이런 부조리한 일들을 ‘남의 일’이 아니라 ‘나의 일’로 여기는 사람, “그럴 수밖에 없어, 어쩔 수 없어”라고 말하는 대신 “그렇지 않은 세상”을 만드는 어른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제목이 ‘소희 다음’이 아니라 ‘다음 소희’인 이유는 ‘소희 다음’은 타인을 지칭하는 것이지만, ‘다음 소희’는 당신을 포함하는 말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어딘가에서는 누군가가 지금 소희일 수 있고 또 누구나 다음 소희가 될 수 있다. 그다음 소희들은 또 다른 아이일 수도, 외국인 노동자일 수도, 장애인일 수도 그리고 당신일 수도 있다. 이 영화는 세상 어딘가에 존재하는 소희와 나를 연결해 주고, 이런 삶이 있다는 걸 깨닫게 해주고, 결국엔 누구나 될 수 있는 불특정 다수의 ‘다음 소희’를 걱정하게 해준다. 적당히 하지 않는 것, 현실에 타협하지 않는 것, 계속 관심을 두는 것이 우리가 ‘다음 소희’를 막기 위해 해야 할 일이 아닐까? 한 영화가 많은 것을 바꾸진 못하겠지만 적어도 이 영화를 본 사람은 소희를 기억한다. <다음 소희>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다. 우리 사회가 모두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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