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4월 10일,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시행됐다. 여태까지의 선거가 그러했듯 이번 선거에서도 대중의 관심은 이번 선거의 ‘승자’가 여당인 ‘국민의힘’이냐,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냐였다. 정권 심판을 호소한 더불어민주당과 야당 심판을 호소한 국민의힘 중 승리한 쪽은 더불어민주당이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역구에서 161석, 비례위성정당 14석까지 총 175석을 얻었고, 국민의힘은 개헌 저지선인 101석을 간신히 넘긴 108석을 얻어냈다. 언론은 이번 선거의 결과를 정권 심판을 원했던 대중의 선택이라고 보도했다.
조금 부끄럽지만, 나는 ‘정치외교’라는 내 전공이 무색할 정도로 정치 이슈를 잘 알지 못한다. 변명하자면 정치판을 보면 한숨부터 나오게 되는 일련의 상황이 너무 피로했다. 고등학생 때까지는 친구들이 정치에 관심이 왜 그리 많냐 물을 정도로 시사 하나하나에 비판적이고 호기심이 가득했는데 스물셋이 된 지금은 그 모두에 지쳤다. 정치란 알면 알수록 어렵고 뭐라 결론 내리기 어려운 영역이다.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정의가 누군가에게는 악이고, 내게는 악인 영역이 누군가의 정의다. 그로 인해 끝없이 정쟁이 이어지고 국민도 편을 갈라 싸우는 상황에 피로해졌다.
하지만, 정치에 무관심한 청년이 늘어나고, 무투표가 곧 의사 표명이라 생각하는 주변 사람들을 보면서 나마저 정치를 외면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번 총선을 위해 집으로 날아온 후보자 공보물을 꼼꼼히 살펴보았다.
내가 속한 서원구의 후보는 1번인 더불어민주당의 이광희 후보와 2번인 국민의힘의 김진모 후보 딱 2명이었다. 두 후보 모두 공통으로 내놓은 정책은 청주교도소 이전이었다. 청주교도소가 있는 청남로는 교도소 건축 당시에는 청주시 외곽이었지만, 지금은 청주 도심이 확장하며 반경 1km 내에 각종 교육시설과 6만 6천여 명이 거주하는 아파트 밀집 지역이 형성됐다. 이런 상황에서 청주교도소는 서남부권 도시 개발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됐다. 아마도 교도소 이전은 이런 상황을 인식한 ‘민심잡기’ 공약으로 보인다. 이광희 후보는 거기에 더해 도심권의 행정기관을 남이면으로 이전 후 문화.예술 공간을 신설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는 문화와 예술을 청주의 트레이드 마크로 밀고 있는 청주시 정책에 편승한 게 아닐까 싶었다. 김진모 후보는 충청권광역철도 도심 통과 노선에 청주체육관역을 설치하고, 분평동 일대를 지나는 서원선을 신설하겠다고 교통 공약을 제시했다. 이는 시내 대중교통은 버스와 택시뿐인 청주 시민의 편리를 높이는 공약이었다. 이외에도 이광희 후보는 ▲현도 RE100 워케이션 단지 조성 ▲현도국가정원 ▲서원행정타운 조성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고, 김진모 후보는 ▲도심개발공간 창조 ▲명품주거지역, 서원 등을 약속했다.
실질적인 실현 여부와는 별개로 두 후보 모두 지하철이나 교도소 이전과 같이 청주에서 꾸준히 거론된 문제점들을 공약으로 삼았다. 여기서 내가 궁금한 건 투표권을 가진 서원구의 유권자들은 두 후보의 공약을 잘 알고 있을까였다. 지난 3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유권자 의식 조사 발표에 따르면 2030 세대의 선거에 대한 관심도와 투표 참여 의향은 지난 총선보다 0.5p 감소했다. 실제로 내 주변의 지인들에게 물어보면 투표를 했다는 사람도 있지만, 정치 무관심을 넘어 무용론과 혐오감에 빠져 투표를 포기한 사람도 많다. 투표를 포기한 사람 대부분은 ‘무투표가 곧 의사 표현이다’, ‘싸우기만 하는 정치 궁금하지도 않다’였다. 물론, 정치를 바라보는 시민의 관점에서는 국회에서 언성을 높이며 싸우는 정치인이나 상대 정당의 후보자를 유언비어까지 동원해 공격하는 모습이 징글징글할 수도 있다. 자고로 정치인이란 시민을 위해 봉사하며 시민을 위한 법과 정책을 내놓아야 하는데 어째 자기 잇속만 챙기냐고 불만을 토로하게 될 수도 있고 말이다. 당장 나부터가 정치인은 하나같이 다 제 밥그릇 채우기에 분주하다고 말버릇처럼 말하던 시절이 있었다. 정치에 조금이라도 더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게 보기 싫다는 이유로 정치에 관심을 두지 않는 것만큼 바보짓은 없다. 애당초 그들이 밥그릇 채우는 게 싫어서 시선을 돌리면, 밥그릇 채우는 이들은 얼씨구나 하는 게 당연하지 않은가.
제22대 국회의 임기는 다음 달인 5월 30일부터 2028년 5월 29일까지이다. 지난 제21대 국회가 그러했듯 이번 국회 역시 여소야대가 됐다. 이에 대해 현 정부가 힘을 쓰지 못하는 잘못된 구조이다, 여당이 101석 아래로 떨어졌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등등 새로운 국회가 시작도 하기 전부터 여러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이번 총선 투표율 66.2%는 28년 만에 총선 최고 투표율이고, 그동안 정치에 무관심했던 사람들까지 기꺼이 자신의 한 표를 행사했다는 것이다. 무관심도, 과한 애증도 적절치 못하지만, 무관심보다는 차라리 과한 애증이 낫다. 정치가 아무리 무관심과 혐오를 부추겨도 관심 두고 지켜보며 기꺼이 한 표를 행사하는 당신이 있어야 정치가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인다. 오는 5월부터는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서로 존중하며 정책으로 대결하는 정치가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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