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여름이 지나가고 개강을 맞이한 9월, 곧 선선한 바람과 함께 각자가 지닌 감성이 밀려오는 계절이다.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지만, 연극 무대 위에서 열연하는 배우의 감정에 이입해 감성을 충전해 보는 것은 어떨까? 지난 8월 16일부터 9월 1일까지 청주시 상당구 정심 아트홀에서는 충북의 대표 중견 극단인 ‘청사’가 연극 <만리향>을 공연했다.
극단 청사는 1985년 전국 대학 연극제에서 당시 청주사범대학(현 서원대학교) 극예술연구회가 최우수상을 받는 것이 계기가 돼 극예술연구회 학생과 졸업생이 주축이 돼 창립됐다.
극단 청사가 제작한 가족극 시리즈 세 번째 작품 <만리향>은 이름 그대로 중국음식점 ‘만리향’을 무대로 극이 전개된다. 장남 내외와 둘째 아들 그리고 어머니와 셋째 딸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장남은 만리향의 사장으로 아버지의 가업을 이어받아 운영하고 있지만 그 명성이 예전 같지 못하다. 둘째 아들은 해병대 출신이라는 자부심만 가지고 철없이 생활하다가 가출까지 한다. 셋째 딸은 유도 선수를 그만두고 가족의 중국집 운영을 위해 배달일을 돕는다. 가족들은 물리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흩어져 있다. 그러던 중, 5년 전 사라진 지적장애를 가진 넷째 딸을 찾기 위해 가족이 뭉치면서 극이 진행된다.
어머니는 용한 무당에게 굿판을 벌이면 딸이 돌아온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어머니는 굿을 하고 싶다고 자식들을 넌지시 말하지만, 자식들은 굿에 들어가는 엄청난 비용에 망설인다. 결국 자식들은 셋째 딸의 친구인 ‘유숙’에게 보험을 들어주는 조건으로 가짜 굿판을 벌이게 된다. 딸을 찾기 위한 가족들의 노력과 그 노력의 결정체인 가짜 굿판에 이르는 과정에서 만리향 가족들은 잊고 있던 가족애를 발견하고, 다시금 진정한 가족으로 변모한다.
가족 해체가 늘어가는 현대사회에서 <만리향>은 가족애의 회복을 이야기한다. 관객에게 웃음과 눈물과 감동을 선사하며 다시금 가족의 의미를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다.
연극 <만리향>은 가족의 결합을 특이하게 ‘굿판 벌이기’라는 미신적 행위로 보여준다. 이제까지 대부분의 연극은 극의 절정에서 신파적 전개를 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만리향>은 이를 완전히 벗어났다. <만리향>은 기존 연극들의 패러다임을 깨고 굿판 벌이기라는 하나의 약속된 행동을 통해 가족의 결합을 보여준다. 그리고 무대와 관람석의 구분과 결합을 자유롭게 하며, 관객의 참여를 이끌어 극에 깊이 매료될 수 있다.
한편, 극단 ‘청사’는 이번 9월에는 정심 아트홀에서 <그때, 그들, 그 집>을 공연하고, 오는 10월에는 청주 예술의전당 대공연장에서 <미스터 쉐프>와 <잘 가그래이, 내는 이제 껍데기다>를 공연할 예정이다. 점점 깊어질 가을, 감성을 즐기고 싶다면 청주의 대표 극단 ‘청사’가 준비한 연극에 빠져보는 건 어떨까.

▲ <만리향> 공연장 내 무대세트.

▲ <만리향> 포스터(왼쪽)와 정심 아트홀 앞 거리의 홍보 배너현수막(오른쪽).
홍원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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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원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