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자는 이번 겨울 방학 때 법학을 공부했다. 책의 순서에 따라 민법, 헌법, 형법을 공부해야 했으나, 형법과 민법을 먼저 공부하고 난 후에야 헌법 공부를 시작했다. 헌법은 다른 법학보다도 개념이 추상적이고, 판례의 맥락을 파악하기 힘들어 나중에 봐야 공부하는 데에 지치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헌법에 나오는 개념을 하나하나 볼 때마다 전공 도서를 찾아보고 인터넷 검색을 해야만 이해할 수 있었다. 다른 파트에 비해 유독 헌법에서만 보충 설명을 적은 포스트잇이 많은 것도 그 때문이다. 나에게 헌법은 이렇게 많은 시간을 쏟아야만 이해할 수 있는 영역이라서 헌법과 관련된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쉽지 않다.
요즘엔 헌법과 관련된 이야기를 헌법에 반하는 언행을 하는 이들로부터도 쉽게 들을 수 있다. 그중에서도 전체 국민의 대표자로서의 지위를 갖는, 걸어 다니는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이, 헌법의 기본원리를 무시한 자를 지지하기 위한 단순 수단으로 헌법을 사용하고 있다. 국민에 의해 뽑힌 그들이 정작 국민을 대표해 참여해야 하는 탄핵소추안 표결을 거부한 것부터 그들은 국회의원으로서의 지위를 망각한 듯 보인다.
이제 그들은 탄핵을 반대하는 것을 넘어 헌법재판소에 대한 불신을 드러내며 “헌법재판소를 때려 부수자”, “헌법재판관을 처단하자”라고 외친다. 그러면서도 “국민과 함께 대한민국 법치와 자유민주주의를 지킬 것”이라고 말한다. 헌법을 보장하고 수호하는 기관에 대해 불신하는 반헌법적인 언행으로 헌법의 기본원리,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겠노라 말하는 것은 모순이다. 또한, 본인의 뜻과 다르다고 폭력을 사용하는 것은, 그들이 사용한 용어로 ‘때려 부수는’ 것은 무법천지 그 자체이다. 결국 그들의 목표는 자유민주주의를 수단으로 ‘극우 지지층 결집’을 이루려는 것 아닌가. 그들에게 헌법은 헌법 그 자체로 지켜야 하는 것이 아닌, 그들이 원하는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들이 말하는 부정선거 의혹이야말로 호수 위 달그림자를 쫓는 듯하다.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인용되는 날, 1월에 발생한 서부지법 폭동처럼 다시 한번 헌법 질서를 뒤흔들려는 시도가 있지 않을까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답답하기만 하다. 법과 질서를 중시하는 보수의 가치는 온데간데없고 분노와 폭력만 남는 비상식적인 결과가 또다시 나타난다면, 이들을 조장, 선동한 자들은 그에 맞는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현 한국 상황에 가장 필요한 개념은 민주주의의 적으로부터 민주주의를 방어, 수호하기 위한 ‘방어적 민주주의’가 아닌가 생각한다. 민주주의는 사상의 자유를 존중하나, 사상이 지나치게 극단화되면 기존 민주주의로 막기 힘든 위협에 무방비 노출될 위험이 있다. 이러한 위협에 대비하고자 하는 방어적 민주주의는 헌법에 내재한 헌법보호 수단이다. 결국, 민주주의에서의 관용은 민주주의를 악용하고, 이를 추종하는 이들에게까지 미치지 않는다.
방어적 민주주의 이론을 도입하고 있는 헌법 제8조 4항에는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정부는 헌법재판소에 그 해산을 제소할 수 있고, 정당은 헌법재판소의 심판에 의해 해산된다’라고 명시돼 있다.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을 비롯해 헌법 정신을 위배하는, 국민들을 선동하는 모든 이들은 헌법 조항에 따라 해산될 수 있음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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