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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읽다> 장애인이라는 색안경을 벗다
제 988 호    발행일 : 2025.09.01 
카밀라 팡 <자신의 존재에 대해 사과하지 말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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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흔히 장애인이라고 하면 무언가를 수행하기 힘든 도움의 대상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사회는 그들이 무언가를 수행할 기회조차 주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에 따르면 우리나라 장애인 고용률은 2023년 기준 34.0%로 전체 고용률 63.3%의 절반가량에 미치는 수치이다.
  사회는 ‘비장애인과 다르게 행동하고, 특이하게 사고한다’는 이유로 장애인을 배제한다. 하지만 이러한 인식은 사실과 다르다. 일부 장애인은 특정 분야에서 놀라운 역량을 발휘한다. 영국의 생명과학자 카밀라 팡이 대표적이다. 발달 장애를 가진 그녀는 단백질 기능을 컴퓨터로 분석하는 논문으로 세계적으로 인정받았고, 저서 <자신의 존재에 대해 사과하지 말 것>을 통해 자신의 사고방식과 행동 패턴을 솔직하게 기록했다. 이 책은 장애를 바라보는 사회의 고정관념을 깨고, 그들의 세계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통찰을 제공한다.
  카밀라 팡은 학창 시절, 타인과의 관계에서 숱한 어려움을 겪었다. 원인은 그녀가 가진 자폐스펙트럼 장애였다. 자폐스펙트럼 장애는 대화를 시작하거나 유지하는 데 어려움이 있고, 특정 관심사에만 몰두하며, 익숙한 규칙과 관습에 강하게 집착하는 특성을 보인다. 이러한 특성은 그녀로부터 ‘인간의 행동에는 이유가 없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이 인식이 그녀를 ‘과학’이라는 확실하고 논리적인 세계로 이끌었다. 변덕스럽고 불명확한 인간관계와 달리, 과학은 신뢰할 수 있는 근거와 명확한 인과관계를 제시했다. 팡은 인간관계와 사회생활을 과학적 접근으로 해석하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사회에 적응해 갔다. 그녀는 작은 계획 하나가 틀어져도 심한 무력감에 빠져 하루를 망치곤 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선택한 도구가 바로 데이터마이닝이었다. 인공지능이 데이터를 분석해 새로운 정보를 도출하듯, 팡은 자신의 경험을 분석하고 해결책을 체계적으로 정리했다. 예를 들어, 기차를 놓친 경험이 있으면 ‘기차를 놓쳤을 때의 대처법’을 학습 데이터로 축적했다. 이를 토대로 ‘의사결정나무 분석 모델’을 구축해, 계획이 어그러졌을 때 가능한 모든 시나리오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했다.
  카밀라 팡은 과학적 개념과 법칙을 단순히 자신의 일상 문제 해결에만 적용하지 않았다. 그는 이를 인간관계라는 복잡하고 추상적인 영역에도 접목했다. 자폐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팡에게 타인의 감정을 직관적으로 이해하는 ‘인지적 공감’은 어려운 과제였다. 특히 인간이 집단을 이루고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는 ‘무리생활’의 원리를 파악하는 것은 더욱 힘든 일이었다.
  그녀가 찾은 해답은 역시 과학이었다. 팡은 인간의 사회생활을 단백질의 성질에 비유했다. 단백질은 우리 몸의 변화를 감지하고, 여러 신체 부위와 상호작용하며, 환경에 반응하는 가변성을 지닌다. 서로 다른 분자와도 결합하고, 때로는 구조를 변화시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한다. 팡은 이러한 단백질의 속성에서 인간 사회의 본질을 읽어냈다.
  자폐스펙트럼 장애를 다룬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는 “사람들은 나와 너로 이루어진 세계를 살지만, 자폐인은 나로만 이루어진 세계에 산다”라는 대사가 나온다. 나 홀로 있는 세상은 외로움으로 느껴지지만, 동시에 자신만의 길을 열어가는 시작점이 되기도 한다.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과 기회 확대 노력이 지속될 때, 장애인은 더 이상 보호의 대상이 아닌, 능동적이고 존중받을 한 명의 사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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