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6월 13일부터 9월 20일까지 더현대 서울 ALT.1에서는 <앨리스 달튼 브라운 회고전: 잠시, 그리고 영원히>가 열렸다. 기자는 전시 마지막 날 그곳을 방문했다. 사람들로 붐비는 백화점 안에서 전시장에 들어서는 순간, 마치 다른 세계로 들어온 듯 고즈넉한 주말 오후의 정적이 감돌았다. 잠시 도시의 소음을 벗어난 듯한 분위기 속에서 그림과 마주하는 순간부터 이미 휴식이 시작된 것 같았다.
앨리스 달튼 브라운은 1939년 미국 조지아에서 태어나 뉴욕에서 활동한 사실주의 화가다. 그녀는 평생 빛이 건축 공간이나 자연 풍경과 만나 만들어내는 변화를 탐구했다. 이번 회고전은 초기의 어두운 색조의 작품부터 창문과 바다, 햇살을 다룬 대표작까지 그녀가 반세기 넘게 이어온 작업 세계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기회였다.
전시는 작가의 초기작으로 시작했다. 작은 마을과 농장의 풍경을 담은 그림들은 정적인 느낌을 줬다. 초기 그림들에서는 해질녘의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전시장 동선을 따라가다 보면 점차 색채가 밝아지고 창문과 커튼, 바닷빛이 화면을 채우며 공간이 열려 나간다. 이 변화는 단순한 회화적 기법의 차이가 아니라 마치 그녀의 인생 궤적과 함께 빛이 성숙해지는 과정을 보여주는 듯했다.
특히 바다와 커튼을 주제로 한 작품들이 모여 있는 공간에 있으면 눈앞 풍경이 실제처럼 다가왔다. 커튼 사이로 스며드는 빛은 바닷바람에 흔들리는 듯했고 창 너머로 보이는 푸른 수평선은 시선을 오래 붙잡아 두었다. 그 앞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한동안 바다 내음을 맡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졌다.
이번 전시는 단순히 작품을 늘어놓은 자리가 아니라 관람객이 작가와 함께 시간을 걸으며 빛과 공간을 체험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전시장 입구부터 동선을 따라 걸어가면 어두운 풍경이 점차 밝아지고 투명해지는 경험을 할 수 있다. 그 순간을 따라가면 나도 모르게 호흡이 가벼워지고 마음이 느슨해지는 느낌이 든다.
무엇보다 이 전시가 주는 울림은 평범한 순간조차 휴식과 사색의 시간이 될 수 있다는 깨달음이었다. 분주한 일상에서 우리는 늘 어딘가로 향하고 있지만, 사실 창가에 앉아 햇살을 바라보는 짧은 순간도 충분히 삶을 풍요롭게 한다는 것을 그녀의 그림이 말해주었다. 전시장을 나오며 내 방의 작은 창문과 거실을 스치는 오후의 햇빛을 더 깊이 바라보고 싶어졌다.
<앨리스 달튼 브라운 회고전>은 단순한 미술 감상을 넘어, 관람객에게 바쁜 일상 속 ‘멈춤’의 순간을 경험하게 했다. 작품을 통해 빛과 바람, 고요와 평온을 다시 발견하게 했으며, 결국 삶의 휴식은 멀리 있지 않고 우리 곁에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줬다.

▲ 앨리스 달튼 브라운의 대표작 <Summer Breeze>.








신문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