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문화상 소설 부문 당선 소감
윤리교육과 06
이상현
받지 못한 부재중 전화를 더듬어, 수화기 너머로 입상 소식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변변치 못한 단어와 문장을 반죽해서 과분한 평가를 받은 것 같아서 우선 죄송한 마음이 앞섭니다. 정신없이 써내려간 문장들 사이로 아주 깨알 같은 가능성이 있어 그것을 확대경으로 비추어주신 심사위원님의 세심한 배려라 생각합니다.
<가을, 81-306>은 말 그대로 사범대학 건물인 81동 306호 강의실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거기에 덧붙여 계절은 가을입니다. 생성화육 했던 만물이 이제는 녹음을 잃고 자신의 남은 날을 예감해야 하는 계절로써 주인공의 처지에 적합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일단 이 글을 썼던 계절이 가을이었다는 것이 가장 큰 선정요소였던 것 같습니다.
이 사회에서 열정과 개성이 가장 넘치는 대학이라는 공간에서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하는 자아를 적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그저 장려되어야 할 개성이라는 것이 도를 지나쳐 인간관계 속에서 일종의 능력으로 작용하는 세태를 다루고 싶었습니다. 일상에서 특별히 관심을 받지 못하고 별 볼일 없는 부류로 여겨지는 사람들이라고 해서 그들의 존재가 간과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그리고 그런 이들 역시 내면에 꿈을 갖고, 그 누구보다도 다른 이를 사랑하며, 그 사랑 때문에 그 누구보다 상처받고 괴로워 한다는 생각을 담아보려 했습니다.
두서없이 적는 글에 욕심마저 과한 탓에, 소감을 쓰면서 글을 다시 읽어보니 부족함이 참 많습니다. 고생하신 심사위원님과 충북대신문사 관계자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이 글을 읽어주실 분들께도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신문문화상 소설 부문 심사평
김진아
영어영문학과 교수
이번 충북대 신문문화상 소설 부문에는 총 5편의 작품이 응모되었다. 작품들이 각기 다른 장점들을 갖고 있어 선별이 쉽지 않았으나, 그 중에서 이상현의 <가을, 81-306>을 당선작으로 황종문의 <돌아가다, 그래서>를 가작으로 선정했다. <가을, 81-306>에서 남성의 자아로 의인화된 빔프로젝터를 주인공으로 삼아서 그의 눈을 통해 세상을 보여주는 것은 러시아 형식주의자들이 말하는 “낯설게하기 기법”을 훌륭하게 사용한 예라고 할 수 있다. 의식과 감정이 있는 빔프로젝터가 사람들의 자아와 정체성을 상징하는 파장을 감지하는 것, 그리고 사람들의 자아가 여러 가지 색깔로 표현되는 점도 참신하고 독창적인 시도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인간이 살면서 피할 수 없는 문제인 실존의 문제, 사랑의 문제, 존재의 의미 등의 주제를 빔프로젝터의 시선을 통해서 천착하는 점이 흥미롭다. 문체 역시 섬세한 묘사가 돋보인다. 전체적으로 글이 막연한 분위기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으므로, 이 글을 통해서 전달하고 싶은 바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 점이 아쉽다. 주제를 보다 명증하게 전달하고, 내용 전개에 필요 없는 군더더기를 과감하게 삭제하면 훨씬 훌륭한 작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돌아가다, 그래서>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어머니가 계속 젊어진다는 특이한 설정을 통해서 잃어버린 가족관계와 잃어버린 시간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작품으로, 결말 역시 흥미롭다. 차분하면서도 간결한 문체가 돋보이며, 주인공을 ‘당신’이라는 2인칭으로 지칭하는 형식적 실험도 참신하다. 삶과 죽음, 가족 간의 불화와 화해 등의 주제가 장례식, 시간을 되돌리는 젊어지기 등의 상징이나 은유를 통해서 매우 훌륭하게 표현되어 있다. 반면 이 작품의 가장 주요한 주제인 ‘젊어진다는 것’이 가지는 의미가 무엇인가 하는 점이 약간 애매하다. 그 의미를 명확하게 제시할 필요는 없겠으나, 조금 더 분명하게 표현해주면 훨씬 빼어난 작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정상훈의 <체육시간에 생긴 일>은 틀에 박힌 모범적인 학생들의 기대에 완전히 어긋나는 시험문제를 냄으로써 1등과 꼴찌를 뒤바꿔버리는 괴짜 체육 선생님의 일화를 보여줌으로써, 획일적인 잣대를 가지고 모든 학생들을 진단하는 현재의 교육체계에 의문을 던진다. 그리고 경쟁이 아니라 협력을 기반으로 해야만 통과할 수 있는 체육 실기를 통해 결국 모범학생과 문제 학생이 친해지는 과정을 다루는 것도 의미 있는 시도이다. 그러나 이성 친구 간의 관계로 얘기를 끝맺는 결론 부분에서 주제가 일관성을 잃고 흐트러지는 인상을 준다. 이유상의 <이세계>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구조를 갖추고 나름대로의 신분질서와 위계질서도 갖춘 채 인간의 귓속에 사는 벌레들의 세계를 그려냈다는 점에서 독창적인 상상력이 눈에 띄며, 재치 있는 문체도 장점이다. 그러나 벌레해방전선이나 인간과의 협상 등에서 보여주는 정치 풍자적 시도에도 불구하고, 작품의 전체적인 주제와 방향이 모호하다는 느낌이다. 임지명의 <염라탐방기 요약본>은 맛깔스러운 구어체를 사용한 문체가 돋보이며, 염라대왕에게 불려간 사람들이 각각의 죄에 따라 벌을 받는다는 내용을 통해 현 세태에 대한 비판을 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주제를 다룬다. 다만 각각의 죽은 사람들의 죄의 내용, 그리고 염라대왕이나 꿈이라는 장치는 진부하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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