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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현상공모 소설 당선작
제 913 호    발행일 : 2016.11.17 
당선자 | 김종수(대학원 국어국문학과·15)

도둑잡기


  XX대학교 근처에 위치한 OO하숙집에서 도난사고가 일어났다. 사건의 전말에 대한 최초 발견자는 103호 하숙생 대수였다. 대수는 자신의 노트북이 없어졌다는 것을 등교준비 도중 알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방안을 온통 뒤졌지만 노트북은 보이질 않았다. 작년에 어렵사리 장만한 노트북은 대수가 애지중지해온 물건 중 하나였다. 당연히 가격도 만만치 않았다. 대수는 머리를 쥐어 감싸며 어젯밤 자기 전 책상위에 올려놓았던 노트북을 떠올렸다. 그런 노트북이 갑자기 사라져버릴 리는 없었다. 대수는 본능적으로 다른 하숙생들을 의심했다. 그중에서도 한 인물이 대수의 머릿속에 확연히 떠올랐다. 도벽에 대한 소문이 자자했던 101호 하숙생 재현이었다. 그에 대한 확증은 없었지만 그렇다고 심증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그러다 대수는 하숙집의 반장이었던 두식을 생각했다. 성격이 쌀쌀맞고 고리타분하긴 했으나 하숙생 관리에 대한 부분에선 최선을 다하곤 했던 두식이었다. 그런 두식에게 가면 사건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대수는 급한 마음에 노크도 없이 두식의 방문을 열었다. 그러자 창문을 멍하니 서서 바라보고 있는 두식의 모습이 보였다. 대수는 두식에게 다급히 다가가 자신의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노트북이 없어졌다. 오늘 새벽사이에 없어진 것 같다. 누군가가 가져간 것이 분명하다. 그런 대수의 다급한 말에 두식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질 않았다. 대수의 긴급한 상황에 비해 두식은 비교적 잠잠해 보였다. 다시금 대수가 도난 사건에 대해 이야기하려는 찰나, 두식은 얼이 나간 표정으로 대수를 바라보며 얘기했다.
  내 시계도 없어졌어·······.”

  도난사고 이후, 하숙생들이 한 자리에 모인 것은 저녁 6시가 지나고 나서였다. 104호 하숙생이었던 수일을 제외한 나머지 하숙생들이 모두 거실에 모였다. 학기 개강기념으로 회식을 한 날 이후,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이는 시간이었다. 묘한 긴장감속에서 하숙생들은 모두 얼빠진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무 말 없이 천장을 바라보거나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피해자는 대수와 두식뿐이었다. 대수의 룸메이트 규석과 101호 하숙생 재현은 피해가 없었다. 피해가 없다는 재현의 말에 대수는 그가 범인일 것이라는 심증을 확고히 굳혔다. 어제부터 줄곧 외출 중이었던 수일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게다가 휴대폰은 꺼져있었다. 피해 하숙생들은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할 도리가 없었다. 시간이 생명이었다. 수일을 마냥 기다릴 수 없었던 터였기에 두식이 먼저 말을 꺼냈다.
  “다들 알겠지만 어젯밤 사이 우리 하숙집에 도둑이 든 것 같아······. 지금 주인아주머니께서 부재중이시니까······. 일단 우리가 해결해야해. 피해자도 우리 하숙생들뿐인 것 같고, 피해물품도 적지 않은 가격대니까······. 내 시계랑 대수 노트북이 일단 확인된 도난물이고, 수일이는 아직 확인 되지 않은 상태고. 혹시 또 잃어버린 물품이나 특이사항이 있는 사람 있어?”
  하숙생들은 그저 멍한 표정으로 서로의 눈치를 살필 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질 않았다. 그때 대수가 재현을 쏘아보면서 물었다.
  “넌 정말 아무것도 잃어버린 게 없는 거야?
  재현은 그렇다는 말과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한 사람은 그래도 피해가 없어서 다행이라고 두식이 다독였다.
  “형님 그럼 일단 우리 빨리 경찰서에 신고해요.”
  대수가 상기된 목소리로 두식에게 말했다. 그러면서도 대수는 여전히 재현을 의식적으로 견제하고 있었다. 두식은 상황에 대한 윤곽이 잡힌 뒤 경찰에 신고하는 것이 좋은 것 같다고 얘기했다. 그러면서 턱을 괸 상태에서 무언가에 대해 골똘히 생각했다. 이내 두식은 감고 있었던 눈을 뜨고 자세를 바로 잡더니 입을 열었다.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을 다들 잘 들어봐. 내가 봤을 때는 말이야. 도둑은 외부에서 들어오지 않은 것 같아. 그러니까 쉽게 말하자면 범인은 우리 하숙집에 대한 정보를 잘 아는 사람 중 한명이라는 거지. 사실 아까 낮에 집 구석구석을 살펴봤는데, 딱히 외부에서 도둑이 들어온 흔적은 보이질 않았어. 유일한 외부통로인 수일이 방의 외부 창도 닫혀있었고······. 아마 도둑이 들어왔다면 현관문을 통해 들어왔을 가능성이 많다는 것인데······.”
  대수에겐 반가운 두식의 의견이었다. 대수는 두식을 더욱 부추기기 위해 의견을 거들었다.
  “그럼 범인이 우리 하숙생 중에 한명일 수도 있다는 말인가요?”
  “아니. 그런 말은 아니고······.정확하게 말하자면 하숙집 구조나 우리 생활 패턴에 대해서 잘 아는 사람. 그러니까 이곳에 자주 왔던 우리들 지인까지도 포함되는 거지. 물론 우리 하숙생들도 그 대상에서 무조건 제외되는 건 아니고.”
  범인의 대상을 하숙집의 영역 안으로 제한하고 있는 두식의 생각에 대수는 전적으로 동의했다.
  “맞아요. 두식이 형님의 말대로 가까운 곳부터 생각해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그러면 뭐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도 없겠네요. 이곳에 자주 들르곤 했던 각자 지인이라고 해봤자 몇 명 안 될걸요? 일단 저는 한번도 제 지인들을 하숙집으로 데리고 온 적이 없고, 제 룸메이트 규석이는 가끔씩 동기들이 올 뿐이었고요. 저희 방은 그게 다예요. 그럼 형님은 어떻게 되죠? 그리고 재현이 너는?”
  그러면서 대수는 재현을 흘끗 깔아보았다. 재현은 자신의 여자친구 빼곤 이곳에 온 사람이 없다고 얘기했다. 이어 두식도 이곳에 찾아온 자신의 지인은 아무도 없다고 말했다. 두식은 팔짱을 낀 채로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갔다.
  “그럼 말이야. 일단 우리 지인들 중에서 얘기할 수 있는 사람들은 자현이의 여자친구와 규석이의 동기들 뿐 인거군. 근데 어젯밤에 규석이 네 친구들이 하숙집에 놀러오지 않았나? 몇 명이었지? 밤에 네 방에서 친구들이랑 떠드는 소리 들리던데.”
  하숙집 막내였던 규석은 주변의 눈치를 살피며 두식의 물음에 대답했다. 자신의 동기들이 결코 아니라는 확신이 있었지만 구겨진 형들의 인상이 괜스레 신경 쓰였다. 규석은 조심스럽게 어제의 상황에 대하여 얘기했다.
  “네······왔었어요. 가끔 집에 오는 동기들은 2명이에요. 맥주 한 캔씩 마시고······ 헤어졌는데······ 자정이 조금 안 되는 시각에 다들 돌아갔습니다. 그리고 저는 책을 좀 보다가······ 잠들었고요. 그러다 새벽에······ 대수형이 들어오신 것 같습니다.”
  규석의 말이 끝나자 두식은 이어서 대수에게 물었다.
 
“그럼 대수 너는 어제 몇 시쯤 집에 들어왔어?”
 
“도착했을 때 아마 새벽 한 시쯤 되었을 거예요. 저는 오자마자 씻고 바로 잤어요. 제가 일어나고 시계를 확인했을 때가 오전 9시쯤이었으니까······. 그 사이에 일이 벌어진 것 같네요.”
 
사건 발생 시간의 정확한 파악을 위해 두식은 재현에게도 어제의 행적을 물었다. 재현은 어제 일찍 잠이 들었다고 얘기를 꺼내면서 더위로 인해 새벽 다섯 시 쯤 잠에서 깬 후, 물 한잔 마시러 거실을 왔다 간 것 빼곤 별 특이사항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다시 잠에서 깬 시각이 오전 열시쯤이라고 얘기했다. 중간에 깬 새벽시간에 이상한 점이 없었냐는 두식의 말에 재현은 그렇다라는 말과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 두식은 자기 직전까지 줄곧 집에 있었던 자신의 행적도 하숙생들에게 털어놓았다
 
“그럼 범행은 새벽 3시부터 5시 사이에 일어난 게 유력하네요.”
 
대수는 무언가 깨달은 듯한 표정으로 사건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계속해서 얘기했다.
 
“그리고 지금 분실이 일어난 방은 저희 방이랑 두식이 형님 방 이렇게 두 곳인데, 저희는 너무 더워서 문을 열어 놓고 잤거든요. 형님은 어떻게 하셨어요?”
 
“나도 열어 놓고 잔거 같아.”
 
“그럼 재현이 넌 닫고 잔거야?”
 
재현은 그렇다고 하면서 문은 잠그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두식은 펜과 종이를 꺼내들고 지금까지의 상황을 기록하면서 말을 이어나갔다.
 
“그럼 수일이랑 주인집 아주머니네는 피해가 없을 가능성이 많겠네. 수일이는 아예 문을 잠그고 갔고, 2층 아주머니네 열쇠로 열어야 하는 문이니까 말이야.”
  이때 아까부터 줄곧 폰을 만지작거리던 재현은 두식을 흘끗 쳐다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모습을 본 두식이 뭔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재현에게 신호를 주었다. 그러자 재현은 대수를 향해 일이 있어서 먼저 자리를 비우게 되어 죄송하다는 말을 남기고 밖으로 나갔다. 대수와 규석은 대문을 열고 나가고 있는 재현의 뒷모습을 한동안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규석과 달리 대수는 재현에 대한 시선을 쉽게 때지 못했다. 그런 대수를 바라보며 두식이 말했다.
 
“중요한 일이 있데. 아까 모이기 전에 나랑 얘기했었어. 우리끼리 일단 얘기를 마무리하도록 하지.”
 
재현을 옹호하는 듯한 두식의 말이 순간 대수의 마음을 건드렸다. 그러면서도 대수는 지금이 기회라고 생각했다. 대수는 무언가를 결심한 듯 두식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형님. 아까 범인이 저희 하숙집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람 중 있을 가능성이 많다는 말······, 진심이시죠?”
  대수의 물음에 두식은 담담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대수는 확신에 찬 얼굴로 두식에게 얘기했다.
 
“형님. 사실 형님도 아시고 계시죠? 재현이에 대한 소문 말이에요.”
  재현에 대한 직접적인 말에 두식은 놀란 듯한 표정을 지은 채 대수를 바라보았다. 대수는 그런 두식의 표정에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갔다.
  “왜 있잖아요. 104호에서 수일이형이 들어오기 전에 살았던 사람이요. 이름이 뭐였더라·······만수라고 했나? 어쨌든 그 사람이 방 계약기간 도중 나간 게 재현이 때문이었다는 거, 형님도 알고 계시지 않았나요? 그 사람이 피규어 매니아였는데 반년사이에 자신의 방에 있던 피규어 몇 개가 사라졌다고. 그런데 어느 날 피규어 손에 달렸던 검 하나를 재현이의 방 근처를 지나가는 도중 구석에서 발견했던데. 뭐 확실한 증거가 없어서 신고는 못했다고 했지만········. 제가 봤을 땐 그놈 확실히 손버릇이 있는 녀석인 것 같아요.”
  대수의 말이 끝나자 두식은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옆에서 규석 놀란 듯한 표정을 지었다. 얼마 전 별다른 생각 없이 대수에게 말했던 재현의 소문을 대수가 직접적으로 언급할 줄 몰랐던 것이다. 몇 초간의 고요한 정적이 흐른 후 두식이 말했다.
  “아 그 정만수라는 애······. 아냐. 그때는 만수가 혼자 오해했던 걸로 밝혀졌어. 다른 자취방으로 이사한 뒤 실제로 직접 재현이한테 사과도 했었으니깐 말이야. 그리고 같은 집에 사는 처지에 귀중품을 대담하게 훔친다는 게 사실 말이 안되는 거야. 그것도 한 번에 두 명씩이나······설마 그럴 리가······.”
  두식이 침착한 어투로 대답했지만 여전히 대수는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며 반박했다.
  “어···· 아닌데. 규석이가 최근에 만수씨를 길가다 우연히 만났는데, 그때도 피규어 얘길 하면서 조심하라고, 어떤 물건이든 언제든지 사라질지 모른다고, 재현이 그 녀석 도벽증이 도진 게 분명하다고 말했었데요. 그렇잖아 규석아. 네가 직접 말해봐!”
  갑작스러운 대수의 말에 규석은 당황했다. 그러면서도 규석은 대수의 말처럼 정말 재현에 대해 만수가 아직까지도 의구심을 품고 있다고 더듬거리며 얘기했다. 하지만 두식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재현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아니야. 내가 여기서 제일 오래 살았잖아. 너네들이 오해하는 게 있는데, 만수가 피규어를 이곳에서 잃어버린 건 사실이지만, 분실한 건 몇 개가 아니라 딱 하나였어. 그리고 만수는 말이야. 평소에도 재현이가 인사성이 밝지가 않다고 불만이 많았었어. 의견충돌도 꽤 있었던 걸로 알고 있구······, 둘 사이는 원래 서로 꿍한 사이였다고. 같은 집에 살면서 서로 불만이 아예 없을 수는 없겠지만, 재현이에 대한 만수의 사적인 악감정은 유독 심했어. 우리는 지금 감정적으로 이 사건을 대할 것이 아니라 조금 냉정해질 필요가 있다니깐. 그리고 규석이 너 친구들 말이야. 어제 정말 맥주만 마시고 바로 집으로 돌아간 것 맞아? 가끔씩 놀러올 때 보면 네 방뿐만이 아니라 거실도 들락날락 거리던데. 친구라고 마냥 감싸지 말고 솔직하게 얘기해봐.”
  갑작스레 일어난 자신의 대한 언급에 규석은 당황했다. 곤혹스러운 표정을 숨길 수 없었던 규석은 더듬거리는 목소리로 얘기를 했다.
  “아····아니요. 저····정말로 다들 바로 지····집으로 갔어요.”
  답답한 나머지 대수가 규석의 말에 끼어들었다.
  “저도 룸메이트라 잘 아는데, 규석이 친구들은 남에 물건에 손대고 그런 애들은 아니에요. 가끔씩 우리 방에서 같이 얘기를 해봐서 잘 알지만, 만나면 항상 하는 얘기가 공부가 어렵다느니 어떻게 하면 연애를 잘할 수 있느니. 딱 새파랗게 하얀 애들이 할 법한 고민을 하는 녀석들인데········.”

  대수의 말을 끝으로 별다른 진척이 보이질 않자 두식은 물론 대식도 한동안 말을 하지 않았다. 수일은 여전히 연락두절이었고 볼일을 보러 간 재현도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대수는 벽에 몸을 기대어 반 누운 상태로 있었다. 조별과제 모임으로 규석마저 하숙집을 떠나자, 집에는 두식과 대수만이 남았다. 그런 상황에서 두식은 머리를 부여잡으며 고민하다 무언가가 생각난 듯한 얼굴로 갑작스레 입을 열었다.
  “대수야.”
  오랜 정적을 깨는 두식의 말에 대수는 그를 주목했다.
  “아까는 규석이가 있어서 얘기 못했던 부분이긴 한데, 어제 규석에 동기들·······.”
 
대수는 전혀 예상치 못한 두식의 말에 놀란 듯한 반응을 보였다. 두식은 대수를 바라보지도 않은 채 여전히 머리를 부여잡으며 말했다,
  “대수 너도 짐작하겠지만 이번 사건은 말이야······. 아까도 얘기했듯이 하숙집에 대한 정보를 잘 아는 사람이 저지른 것이 분명해. 도어록 비번을 학기 시작할 때 새로 세팅했으니 이전에 살았던 하숙생들은 대상에서 자연스럽게 제외되고·······. 그리고 여기에 있는 두 명이 피해자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우리 하숙생들 중에서 범행을 했다고 보기에도 힘든 부분이고·······.”
 
두식은 심호흡을 한 뒤 허리를 피고 자세를 바로 잡더니 대수를 바라보며 얘기를 이어나갔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규석이 친구들이 가장 유력하다고 생각해. 얘들 이곳에 놀러온 때가 하루 이틀도 아니고······, 그리고 예전에 한 번은 도어록 비번을 지들이 누르고 그냥 들어온 적도 있었어. 규석이 친구들이라는 걸 알아서 그땐 내가 가만히 있었지······, 게다가 유독 새벽시간대에 자주 논단 말이지. 너 그리고 걔네들이랑 서로 사적인 얘기를 나눈 적 있어? 솔직히 너도 걔네들에 대해서 잘 모르잖아. 그렇다고 지금 함부로 판단할 수는 없으니까, 나중에 규석이가 돌아오면 내가 한번 둘러서 떠볼게. 그리고 나서 상황을 보고 신고를 하던지 하자.”
 
두식의 말이 끝나자 대수는 생각에 잠겼다. 자신이 보기에 가장 유력한 재현을 놔두고 규석이 친구들을 계속해서 의심하는 두식의 모습이 못마땅했다. 대수는 이어 두식에게 얘기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전 잘 이해가 안가네요·······. 규석이 친구들이 범인일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지만, 저는 재현이가 훨씬 의심스러운 걸요. 그리고 형님이 유독 재현이를 특별히 옹호하는 것도 사실 전적으로 이해가 잘 안되는 부분이구요. 솔직히 말해서 형님은 저희와 달리 재현이랑 유독 친한 사이가 아닌가요? 혹시 재현이가 주인집 아주머니의 조카라는 사실 때문에 일부러 이에 대한 언급을 꺼려하시는 거라면 제가 직접 나설게요.”
 
두식은 갑작스레 상기된 목소리로 자신의 사적인 관계를 운운한 대수의 저돌적인 태도가 눈에 거슬렸다.
 
“머라고? 내가 그런 사적인 관계 때문에 재현이를 옹호한다고 생각하는 거야? 그건 아니지. 네가 만수의 근본 없는 뒷담화에 휘둘리는 게 그냥 안타까웠을 뿐이야. 내가 아까도 말했잖아. 만수 걔는 재현이를 싫어한다니깐. 그냥 싫어해서 계속 뒤에서 재현이를 까는 거라고······.”
 
두식의 항변은 대수를 설득하지 못했다. 대수는 오히려 두식과 재현의 사적인 관계가 사건 파악에 있어 맹점이라고 생각했다. 대수는 더욱 강력히 두식에게 얘기할 것을 다짐했다.
  “무슨 말이에요. 제가 휘둘린다니요. 그래요. 이왕 이렇게 된 거 우리 조금 솔직해져 봅시다. 솔직히 아까 그 만수씨 얘기하면서 제가 일부러 꺼내지 않은 말이 있는데, 형님도 만수씨랑 사이가 좋질 않으셨다면서요? 만수씨가 이곳에서 살 때 정확히 무슨 일들이 벌어졌는지 모르지만 그분이 아예 없는 말을 지어내서 소문내는 건 아닌 것 같은데요. 어쨌든 전 형님의 말에 동조할 수 없습니다. 전 재현이를 신중하게 의심해봐야 한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네요.”
  계속되는 자신에 대한 대수의 사적인 언급에 두식은 기분이 급격히 상했다. 순간 피가 뇌를 향해 솟아오르는 느낌을 받은 두식은 의도치 않게 대수에게 큰소리를 쳤다.
  “야 최대수! 잘 알지도 못하면서 함부로 얘기 하지마. 이 자식아.”
 
두식은 자신의 이성이 서서히 무너져가는 것을 감지했지만 그렇다고 이 상황을 마냥 피할 생각은 더욱 없었다. 대수 또한 마찬가지였다.
 
“나는 네가 말하는 것과 달리 이곳에서 5년 동안 생활하면서 공정성에 대한 부분만큼은 지켜온 사람이야. 생활한지 1년도 채 안되는 놈이 뭘 그렇게 안다고········. 이 일은 이제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더 이상 설치지 말고 기다리고 있어.”
 
얼굴이 붉게 상기된 두식의 모습을 바라본 대수는 순간 두려움을 느꼈다. 한 발 물러설까 생각했지만 억울한 마음이 들면서도 자신이 했던 말이 틀리지 않음에 더욱 확신을 가졌다. 오히려 이대로 물러나는 것이 잘못된 판단이라고 생각했다. 이윽고 대수는 무언가를 결심한 듯 눈을 부릅뜬 채로 두식을 바라보며 말했다.
 
“결정적으로 형님이 요즘 내고 있는 방세 말이에요. 저희랑 다르다고 생각되지 않아요?”
 
방세 얘기에 놀란 두식은 대수를 다시금 쏘아보았다. 맹수가 사냥감을 노리듯 눈을 부릅뜨고 있는 두식을 아랑곳하지 않고 대수는 계속해서 애기했다.
 
“제가 모를 줄 알았죠? 하지만 전 다 알고 있어요. 형님이 이곳에서 계속 반장을 하는 이유, 그리고 우리보다 월세도 훨씬 적게 내고 있다는 거. 그 대가로 재현이 그 새끼 뒤치다꺼리에 신경이나 쓰고 ········.”
 
대수의 공격적인 말에 두식은 이제 온 몸의 모든 피가 자신의 뇌를 향해 솟구치는 느낌을 받았다. 그러면서도 나체로 사람들 앞에 서있는 듯한 극심한 수치심이 치밀어 올랐다. 마음속의 격한 감정이 더 이상 주체되지 않음을 강력히 느꼈다. 이내 두식의 손이 부르르 떨리더니 계속해서 떠들고 있는 대수의 입을 향해 움직였다. 두식의 갑작스러운 공격적인 행동에 대수는 당황하면서 몸을 피했다. 하지만 두식의 손은 거침없었다. 두식은 대수의 옷깃을 강하게 붙잡은 뒤 대수를 끊임없이 흔들며 밀쳤다. 본능적으로 위협을 느낀 대수는 자신의 오른손을 이용해 두식의 얼굴을 공격했다. 두식은 재빠르게 대수의 공격을 피했다. 대수의 손이 힘없이 허공을 가르자 두식은 대수를 바닥 위로 쓰러뜨렸다. 대수는 두 팔을 이용해 막무가내로 두식을 밀어댔다. 하지만 이미 대수의 위에 올라타 자리를 잡고 있는 두식에겐 더 이상 소용이 없었다. 두식은 붉게 달아오른 얼굴로 씩씩대는 대수를 두 손으로 누르며 제압했다. 순간 대수의 오른손이 두식의 볼을 향하더니 쩍 하는 소리가 실내를 울렸다. 두식의 볼이 붉게 타올랐다. 두식은 극에 달한 흥분을 더 이상 주체할 수 없었다. 이윽고 두식은 대수에게 주먹질을 했다. 한 손으로 대수의 멱살을 그대로 잡은 채 오른손으로 대수의 얼굴을 내리쳤다. 몇 대를 내려치자 이내 대수는 눈이 풀리며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제야 두식은 대수의 몸에서 내려왔다. 그리고 자신의 주머니에 있던 담배갑을 꺼내 담배를 태웠다. 두식은 정신을 차리지 못한 채 숨을 거칠게 몰아쉬고 있는 대수를 바라보고 얘기했다.
 
“이 개새끼. 입에서 욕 나오게 만들고 지랄이야. 너 같은 새끼는 맞아야 꼭 정신을 차리지.”

 
이 시각 104호 하숙생인 수일은 학교 일을 마친 뒤 하숙집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수일은 음료수를 사기 위해 하숙집 주변에 있는 슈퍼에 들렀다. 슈퍼 안에서 음료수를 고르는 도중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를 들었다. 목소리의 출처는 볼일을 마치고 슈퍼에 들른 재현이었다. 재현과 서먹한 사이였던 수일은 고개를 슬쩍 까닥거리며 소극적인 인사를 건넸다. 재현은 그런 수일을 향해 지체 없이 다가갔다. 그리고 하숙집에서 일어난 도난 사건에 대해 얘기했다. 수일은 놀란 듯한 표정을 지으며 재현에게 물었다.
 
“아 그렇군요. 혹시 거기 학생들이 다치고 그러진 않았죠?
 
“네. 다행히도 도난 빼고는 별다른 피해는 없었습니다.”
 
“아 그나마 다행이네요. 저도 문을 잠그고 나오긴 했지만 혹시나 모르니 일단 빨리 집에 가야겠네요.
 
재현과 수일은 계산 후 슈퍼에서 나와 함께 하숙집을 향해 갔다. 다급한 마음에 빠른 걸음으로 하숙집을 향하는 도중 수일이 재현에게 물었다.
 
“저 그럼 경찰에는 신고했나요? 요즘 좀도둑들이 워낙 재빨라서 빨리 신고를 해야 할 텐데·······”
 
“글쎄요. 두식이 형님이 아마 했을 것 같기도 한데, 아마 지금도 하숙생들끼리 상의 중일 겁니다.”
 
재현은 미간을 찌푸린 채 검지로 안경을 치올리며 말했다. 이내 하숙집 뒤쪽 길에 도달하자 수일은 급한 마음에 입구 쪽을 향해 달려갔다. 그러던 도중 수일은 자신의 방 바깥쪽 창문에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발걸음을 멈춘 수일은 창문 쪽으로 발길을 돌려 창문 쪽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그런 수일의 모습이 심상치 않게 보였던 재현은 수일을 따라가 물었다.
 
“왜 그러십니까?”
 
수일은 재현의 물음에 한동안 대답이 없었다. 다만 음료수를 쥐고 있던 손이 갑작스레 떨려오는 것을 느낄 뿐이었다. 재현이 다시 대답을 재촉하고 나서야 수일은 재현의 말을 인지했다.
 
“아···· 저·······, 커튼이 완전 달라져 있네요······. 전 항상 커튼을 끝까지 내리거든요. 그런데······.”
 
수일의 말에 재현은 104호 방의 창문을 집중해서 바라보았다. 그러자 창문 안에서 활짝 열린 커튼이 재현의 시야에 들어왔다. 수일과 재현은 급히 하숙집을 향해 달려갔다. 시간은 어느 덧 깊은 밤을 향해 가고 있었다.

독자    2016-11-23 10:28:03  
잘 읽었습니다. 국어 교과서에 실어도 될 것 깉아요. 사소한 심증의 차이로 갈등하다가 결국 진짜 문제는 해결 못하는 모습이 마치 우리 사회의 단편을 보여주는 듯합니다. 저 자신은 어땠는지 또한 돌아보게 만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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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소설·드라마 부문 심사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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