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문중의 <명당>은 일인칭 독백의 서사가 구사할 수 있는 은밀한 감춤과 드러냄의 미학이 절제있게 이루어진 작품이다. 신중하면서도 세심한 어휘의 선택이 돋보이고 화자의 고백을 듣는 동안 몇 개의 서로 다른, 그러나 종국에는 연결된 이야기들이 촘촘하게 얽히고 엮이는 흐름을 감지할 수 있는 매력 또한 사소하지 않다. 다만, 고백의 밀도가 다소 성긴 부분들과 몇몇 단어들의 지난친 반복이 지루하게 읽힌다는 점이 작품에의 몰입을 방해한다는 점이 아쉽다.
성시영의 <시인은 무명하다>는 읽어갈수록 흥미를 더해가는 추리소설식 형식과 기법을 차용하는 독특한 작품이지만 독자들은 마치 한편의 에세이를 읽는 편안함으로 읽을 수 있다. 하지만, 이 작품이 유독 아쉬웠던 이유는 바로 후자에 있다. 에세이인지 소설인지 구분이 모호하였던 경계도 아쉬웠지만, 회고적 문장들이, 픽션(허구적 이야기)이, 마음껏 그러나 절제적으로 풀어낼 수 있는 풍부한 이야기들이 지나치게 억제되고 제약된 듯한 느낌을 들게 한다. 오히려 작품 속에 빈, 반투명의 공간들이 더 있었다면 훨씬 매력적인 작품이 되었으리라 여겨진다.
함지아의 <분리인>은 작품의 첫 문장을 빌어 평가하자면, 기개가 넘치는 단편이며, 젊은 작가의 창작의 노동, 그 힘을 전달받을 수 있는 멋진 이야기이다. 특히, 묘사의 감각이 탁월하며 딱히 버릴 문장이 없을 정도로 전체적인 서사의 완성도가 매우 높다. 또한, 장면과 심리의 전환을 효과적으로 다루는 능력에서 원숙함이 느껴질 정도로 작품을 읽는 즐거움이 보장되는 단편이다. 몇몇 인상적인 표현들은 작품을 다 읽고 나서도 계속 머리 속에 멤돌 정도로 몹시 아름답고 아프다. 대사를 처리하고 결말을 끄집어내는 매력적인 방식 역시 이 작가의 다음 작품을 기대하기에 충분하다. 반면, 설명적인 서사의 강약 조절이 다소 아쉽고 과거시제 서술어의 지속적인 반복적 사용이 더욱 효과적으로 고조될 수 있는 긴장감을 완화시킨다는 아쉬움을 남긴다.
김종수의 <도둑잡기>는 각각의 등장인물들 간의, 그리고 인물들 내면의 심리묘사가 탁월하고 긴장의 완급을 조절하는 기법이 빼어나다. 도둑잡기라는 표면적인 주중심 소재를 서사화하면서도 그 이면에서 다른 이야기들을 풀어내고 이어가는 능력 역시 칭찬할만하다. 불필요하게 설명적인 몇몇 문장들을 흠으로 지적할 수 있겠지만, 전반적으로 매력적인 단편 소설이 갖추어야 할 장점들을 고루게 보여주고 있으므로 당선작으로 선정한다. 무엇보다, <도둑잡기>는 여러 은유, 비유, 상징, 알레고리를 크게 힘들이지 않으면서 작품 곳곳에 적절하게 배치하고 있고, 살아있는 듯 생생한 묘사를 통해 재현되는 인물들의 모습과 심리의 연결관계가 풍부한 상상과 해석의 가능성으로 독자들을 이끈다. 이 작품의 가장 큰 성취는 <도둑잡기>를 도둑잡기의 이야기가 아닌 이야기들로 읽도록 만든다는 점이다. 김종수의 다음 작품을 벌써부터 기대하게 되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