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소감

김기태 (국어국문학과·05)
DSLR을 중고로 구입한지 1년 만에 신문문화상에 사진부문이 있다는 것을 알고 지금까지 찍어왔던 몇 장을 골랐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고 시각적으로 돋보였던 사진은 역시 지리산에서 찍었던 풍경이었습니다. 그런데 딱히 특징적으로 제목을 붙일만한 것이 없어서 밋밋하게도 ‘지리산에서’라는 제목을 붙인 것이 못내 아쉽습니다.
지난 여름방학, 갑자기 선배 두 명이 지리산 종주를 제안했습니다. 2박3일이면 된다고, 별로 어렵지 않을 거라는 말에 이끌려 부랴부랴 짐을 싸고 조치원에서 새벽 기차를 타고 간 지리산은 결코 만만하지 않았습니다. 지리산을 만만하게 여긴 제가 못마땅했는지 안개가 자욱하고 비만 내렸습니다. 첫째 날은 비가 너무 와서 입산통제에 따른 하산을 진지하게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둘째 날은 다행히도 비는 별로 오지 않았지만, 풍경은 고사하고 앞 사람밖에 보이지 않았습니다. 내리는 비와 습한 날씨에 DSLR을 걱정하고, 끝이 보이지 않는 돌길을 내려가고 올라가기를 반복하면서 가벼운 콤팩트 카메라를 챙기지 않은 우둔한 머리를 원망했었습니다. 그런데 둘째 날 숙소였던 장터목 대피소에 도착하여 여장을 풀고 저녁 식사를 준비할 무렵, 취사장 밖에서 탄성이 들려왔습니다. 밖으로 나가보니 날씨가 잠깐 갠 것이었습니다. 날이 갰던 시간은 20여 분 남짓, 지리산에서의 풍경은 하나하나 스치는 바람결마저 아름다웠습니다. 오죽하면 TV에서 지리산의 풍경을 보더라도 실제 지리산보다 못 하다는 생각이 들어 지리산에 또 가고 싶을 정도였으니까요. 내년에는 날씨가 좋다는 가을에 가서 단풍을 찍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DSLR을 잡고 사진을 찍다 보면, 문득 덜 감긴 필름을 밝은 곳에서 잘못 꺼내는 바람에 중학교 졸업식 사진을 다 날려버린 생각이 날 때가 있습니다. 필름은 한 번 찍으면 되돌릴 수 없고, 현상과 인화를 거쳐야 하기에, 몇 천 컷씩 찍어가면서 사진을 연습하려면 일단 경제적인 부담부터 먼저 생각해야 했으니 연습이란 엄두도 낼 수 없었습니다. 그에 비해 10년이 조금 안 되는 시간이 흐른 요즘은 사진에 대한 진입 장벽이 정말로 많이 낮아졌다는 생각이 듭니다. 덕분에 번들 렌즈를 달고 보급형에다가 중고이기는 해도 DSLR이라는 것이 제 손에 들어올 수 있었겠죠. 무엇보다 멋진 풍경을 제공해줬던 지리산이 다시 한 번 그립습니다.
마지막으로 부족한 사진 뽑아주신 심사위원님께 감사드리며, 지리산에 함께 가서 고생했던 영민이 형과 지명이 형에게도 고마움을 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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