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효구(국어국문학과 교수/문학평론가)
시장의 마음과 시장의 언어가 세상을 압도하는 시대이다. 사람들의 마음도, 사람들의 언어도 격을 잃고 혼탁해진 지 오래이다. 이런 시대 속에서 아직도 상처 나지 않은 영혼과 순정한 언어를 지키려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이 바로 시인들이고, 시를 사모하는 사람들이다.
이번 신문문화상 시 부문의 응모자는 총 21명이고 응모된 작품 수는 모두 71편이다. 결코 양적으로 흡족한 수준은 아니지만 응모자들이 자신들의 작품을 통하여 자신의 영혼을 지키고 인간의 언어를 가다듬으려는 노력은 인상적이고 감동적이다. 어떤 외적 성공도 내적 성공이 수반되지 않는다면 그야말로 외화내빈의 상태가 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시를 통한 이런 노력은 아무리 높이 평가하여도 지나치지 않다.
이번 응모작들의 관심은 대부분 존재론과 인생론에 기울어져 있다. 정치적, 시대적, 이념적 문제 같은 대사회적 담론보다 인간사의 본질적이며 근원적인 문제를 성찰한 경우가 많다. 그 이유야 다양하겠지만, 무엇보다 개인화되고 파편화된 현실 속에서 ‘자아 찾기’의 문제가 새삼 중요한 점으로 다가왔다는 사실이 이런 현상을 나타나게 하지 않았는가 짐작해본다.
21명의 응모자들이 선보인 총 71편의 작품은, 적어도 대학생 정도에서 기대함직한 시창작의 기준으로 볼 때, 상당수가 그 나름의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문제를 대하는 태도, 언어를 고르는 능력, 전체를 아울러 구조화하는 힘이 그런대로 믿음을 주고 있다. 이기태, 김영민, 박대용, 이재홍, 진혜원, 김만제, 배상훈, 안아름, 김상현, 장시랑, 김정현, 강혜림 등의 작품이 그런 경우에 속하거니와, 이 작품들을 쓴 응모자들은 앞으로 좀 더 뜨겁게 사유하고 몰입하면서 연습과정을 거쳐 나아간다면 어느 단계에 이르러 질적 도약을 이룩할 것이라 생각한다.
이런 가운데 최종까지 나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김영민의 작품 <수장(水葬)의 풍습> 외 2편, 김정현의 작품 <가을의 뒷모습> 외 5편이다. 이 작품들은 상당한 정도의 시작 수업을 해본 흔적을 보여주고 있으며, 개인의 사적 세계를 탄탄한 시어로 형상화하고 보편화시키는 힘을 갖고 있다. 더욱이 상상력의 흐름이나 움직임이 신선하고 자연스럽다.
그러나 작품 전체를 놓고 볼 때 두 응모자의 작품 중 김영민의 것이 더 견고하고 안정된 느낌을 주고 있다. 특히 <수장의 풍습>은 인간이 이 땅에서 언제든 맞이해야 하는 죽음의 문제를 수장이라는 독특한 장례의 한 방식을 통하여 죽음 자체는 물론 수장이라는 의식절차까지도 새롭게 바라보도록 이끄는 힘을 갖고 있다. 구체적으로 이 작품은 죽음과 그것을 다루는 방식이이야말로 감상적일 수도, 초월적일 수도 없는 리얼리즘의 세계임을 알려주고 있다. 이런 리얼리즘의 세계에 닿기까지는 죽음과 그 방식에 대하여 오랫동안 숙고해야만 했을 것이다.
김정현의 작품도 오래 사색한 자의 언어이다. 특히 그가 응모한 작품 가운데 <가을의 뒷모습>은 소품이지만 깔끔하고 밀도가 있다. 그가 이 작품에서 가을로 표상되는 모든 존재란 언제나 뒤늦은 깨달음으로만 그 실상을 알려준다고 말한 것은 새로운 인식이며 공감할 수 있는 고백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인 사유의 깊이나 언어를 운영하는 능력을 종합해볼 때 김영민의 작품이 한 수 위인 것으로 판단되어 그의 작품 <수장의 풍습>을 최우수작으로 그리고 김정현의 작품 <가을의 뒷모습>을 우수작으로 선정한다. 두 사람의 수상자에게 축하의 마음을 전한다. 그리고 정진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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