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민 (국어국문학과·05)
‘아무것도 쓰이지 않은 흰 종이는 나를 두렵게 만든다’고 누군가가 말했다. 그 말대로 난 지금 모니터 앞에서 두려움에 떨고 있다. 소감을 적으려 빈 문서를 열고 10여 분간 멍하니 앉아 있다가, 차라리 과제를 하자는 생각에 새 문서를 열고 또다시 명상의 시간을 가졌다. 이 짓을 몇 번 반복하니 시침이 한걸음 지나가 있다. 뭐하는 짓일까. 아니, 뭐라고 써야할까.
저녁 무렵 난 우주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전쟁을 벌이고 있었다. 수업이 끝나니 날은 추웠고 배가 고팠으며 나와 내 친구들은 모두 솔로였으므로. 신문사로부터 연락을 받고 난 뒤의 심정은 뭐랄까, 기쁘다, 라는 말로 간단히 요약 할 수 있겠다. 시와 시인은 언제나 내게 이해할 수 없는 존재였다. 언어는 그저 말이 아니라고, 그들은 참 많은 말로 나를 괴롭혔다. ‘시란 이런 거다’라는 말은 지금은 물론이거니와, 아마 죽을 때까지도 못할 것이다. 나는 시를 모르고 (은근히 인기가 많은) 시라는 친구도 나를 모를테니 내가 쓴 이것이 시였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다. 뽑아주신 심사위원님께 감사드린다. 내 생각의 흔적들이 그저 말장난에 그친 것은 아니라고 격려해주시는 거라고 믿고 싶다. 미숙하지만 그래도 한번 해보려무나 하는.
문득, 겨울이라는 생각이 든다. 대학이라는 공간에서의 마지막 겨울. 남들 눈에는 아니지만 (왜 다들 날 예비역으로 봤을까) 나 혼자만 풋풋했던 새내기 시절이, 지루할 정도로 길고 답답하기만 했던 그 때가 자주 떠오르는걸 보니 대학이라는 따뜻한 둥지를 떠나는 게 두려운 건 아닌가 싶다. 날씨가 춥다. 산으로 바다로 달려가 자연과 함께하는 것도 좋지만 이런 날씨엔 지저분한 자취방에라도 옹기종기 모여 서로서로 인간난로가 돼 보는 것도 나쁘진 않겠다.
쓰다 보니 두서없는 글이 되고 있다. 더 이상한 말을 쓰기 전에 이쯤에서 마쳐야겠다. 고생하신 심사위원님과 신문사분들에게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을 전한다. 무척이나 귀찮고 재미없는 일일텐데도 해마다 공모전을 위해 힘써주시는 분들이 있다는 사실이 무척이나 고맙게 느껴진다. 앞으로도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는 행사가 됐으면 한다. 끝으로 쌀 한 톨 안 나오는 문학을 하겠다고 바퀴벌레도 못 견디고 죽어버리는 열악한 동아리방에서 고생하는 창문학동인회 회원들과 이 기쁨을(상금은 빼고) 함께 하고 싶다.
수장(水葬)의 풍습
오래전
바다는 잿빛이었다
사람들은 조그만 배를 끌고
먼 바다를 찾았다
뱃전 너머로 번지는 물거품
거품이 사라질때까지 그들은
장송곡을 불렀다
물때가 되자 심해어들이 뭍에 올랐다
해안선을 따라 번득이는 탁한 비늘들
해질녘
비린내가 진동했다
사람들은 냄새를 피해
바닷가를 등졌다
몇 개인가의 산을 넘고
해풍의 낄낄거림을 잊을 무렵
납작하게 말라붙은 심해어들은
그늘을 찾아 산기슭을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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