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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부문 당선작 - 네팔에서 만난 사랑 그리고 나만의 해답
제 825 호    발행일 : 2010.11.14 
“네팔에서 느꼈던 감정과 감흥 하나하나를 생생하게 표현하고 싶었다"


구슬(경영정보학과 08)

  만족스럽지 못한 PPT 발표 때문에 조금 우울해하고 있었는데 문자가 왔다. ‘응모해주신 작품이 당선작으로 선정됐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세상에 당선이라니! 나는 네팔에서 어쩌면 다시는 하지 못할 소중한 경험을 하고 깨달음을 얻고 왔다. 그러나 나는 여러 상황과 현실에 부딪혀 ‘참을 수 없는 그 존재의 감흥’을 잊고 지내왔다. 현지에 있을 때, 음식이 입에 맞지 않고 잘 씻지도 못했지만 라면 하나에 초콜릿 바 하나에 얼마나 감사해했고 행복했었나. 반대로 너무 잘 먹고 잘 씻을 수 있는 요즘, 발표 하나 잘 못한 것 같다고 우울해하는 나의 모습을 보며 참 어리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내 기억에 미안해진다. 힘들 때마다 생각하고 생각하겠다고 약속했는데 잊고 살았으니 말이다.
  네팔에 관한 글을 쓰려고 다짐했을 때 그 글만큼은 정말 진솔하게 쓰려고 노력했다. 그때 느꼈던 감정과 감흥 하나하나를 생각하며 말이다. 나는 시인도 언어의 마술사도 아니지만 있는 그대로의 감정을 생생하게 표현하고 싶었다. 그러나 아직 나의 생각과 느낌을 글로 표현하는 능력이 부족해 뜨겁게 차오르던 그 감정을 표현하지 못해 아쉬움이 조금 남는다.
  다시 한 번 내 글을 읽어보니 너무 글을 들고양이 같이 쓴 것 같아 부끄러운 마음이 스쳐지나갔다. 하지만 그 감정도 잠시, 네팔에 가기까지의 준비과정 그리고 네팔에서의 활동과 다녀온 후의 나날들이 생각났다. 합격하기까지 가슴 졸였던 시간, 함께 웃고 울었던 우리 네팔팀 20명의 단원들, 한 달이 넘게 후원을 받기 위해 뛰어다니고 교육 봉사를 위해 밤새 회의를 했던 시간, 문화교류를 위해 봉사활동 후 피곤한 몸을 이끌고 밤새 공연 연습하던 그 시간... 그 시간들에 그리움이 섞여 하나하나 떠오른다.
  무엇보다 나의 친구 아수크. 그 친구는 지금 뭘 하면서 지낼까? 공부 열심히 해서 파일럿이 되겠다고 약속했었는데 그래서 우리 한국에서 만나자고 했는데 기억하고 있겠지? 광대뼈가 볼록 나오면서 아빠 같은 미소를 짓던 아수크 그리고 부모님과 동생들. 지금 이 순간 그리움이 또 다른 그리움이 되어 주체할 수 없을 만큼 그립다.
  차갑게 식은 나를 말랑말랑하게 그리고 감성 36.5도를 되찾아준 네팔. 나를 되찾아주고 절대 풀릴 수 없을 것만 같았던 나만의 문제도 해결해줬다. 게다가 이런 기회까지 얻게 해주다니, 정말 감사할 따름이다.
  추위에 위축된 오늘이지만 되려 포근한 날이다. 아직도 네팔의 온기가 느껴진다.

네팔에서 만난 사랑 그리고 나만의 해답

  내 한동안의 고민은 ‘고슴도치 딜레마’였다. 고슴도치 두 마리가 너무 추워 서로를 껴안아 주려고 하는데 가시 때문에 서로를 감싸줄 수 없는 상황. ‘소통의 부재’ 나는 그 말이 주는 답답함에 견디지 못해 그냥 훌쩍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리하여 지원하게 된 것이 ‘G마켓 해외봉사단’이었고 네팔팀에 합류하여 모든 준비과정을 끝낸 채 네팔로 떠나게 되었다. 그곳에서 나는 상상도 못했던 ‘사랑’을 경험했고 내가 끊임없이 품었던 의문에 대한 답을 찾게 되었다.
  네팔에서 크게 교육봉사, 노력봉사, 그리고 홈스테이를 했다. 나는 문화교육팀이라 미술와 한국노래를 가르쳤었는데 영어팀이나 국어팀에 비해 딱딱하지 않아 인기가 많았었다. 그래서였는지 네팔 홈스테이 친구가 다른 팀 친구들보다 빨리 생겼다. 먼저 학교에 도착한 순서대로 친구가 우리를 선택하는 방식이었다.
  홈스테이 친구를 만나기 위해 교무실에 갔을 때, 어느 남자 아이가 수줍게 나를 가리켰다. 나와 함께 홈스테이를 하고 싶다는 뜻이었다. 나와 함께 홈스테이를 하고 싶어 하는 친구가 생기다니! 조금은 어색했으나 나의 첫 홈스테이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아수크의 집은 아버지, 어머니, 여동생 어누바, 남동생 오미트가 화목하게 살고 있는 집이었다. 그리 넉넉하진 않았지만 어머님께서는 끊임없이 우리를 위해 음식을 만들어 주셨고 아수크도 최선을 다해 우리의 편의를 봐주었다. 함께 고무동력기를 만들었고 시내를 함께 돌아다니기도 했다. 시내를 돌아다닐 때 다른 우리 팀원들을 만났는데 몇몇 단원들이 전통의상을 입고 있었다. 너무 예뻐서 부러워했는데 부러워하는 내 모습이 아수크의 여동생 어누바의 눈에 보였나보다. 집에 돌아가자마자 아수크의 어머니는 나를 불러 그녀의 옷과 목걸이와 반지를 선물로 해주었다. 어머님의 손에 직접 끼고 있던 반지와 옷장 깊숙이서 꺼낸 그녀의 옷. 선물을 받는다는 사실은 참 기쁜 일이지만 미안한 마음이 앞섰다. 미안하긴 했지만 우리를 한 가족처럼 생각하는 아수크의 가족의 마음을 받기로 했다. 언어가 통하지 않고 국적은 달랐지만 이미 우리는 한 가족이었다.
  그렇게 홈스테이가 끝났고 시간은 너무나 빨라 곧 우리가 한국으로 떠날 날이 다가왔다. 아침 일찍부터 분주하게 떠날 준비를 하는데 아수크가 내가 묵는 호텔로 찾아왔다는 소식을 들었다. 세상에, 그때 시간은 아침 6시였고 아수크의 집에서 호텔까지는 걸어서 두 시간이나 걸린다. 나를 만나기 위해서 4시에 출발했다고 한다. 그리고 조그마한 선물을 줬다. 아수크의 오르골인데 내가 ‘와 예쁘다~’라고 스쳐 한 말을 기억했나보다. 너무나 미안했지만 보내는 사람 하나라도 더 챙겨 보내고 싶은 마음, 참 우리나라 사람이랑 비슷하다. 우리는 그렇게 작별을 고해야만 했다. 마지막에 그렇게 수줍고 순진할 줄만 알았던 아수크가 ‘I never forget you and I love you’라고 말할 때 차오르는 눈물을 어떻게 참아야 할지. 결국 우리 둘은 울어버렸다. 절대 서로를 잊지 않기를 다짐하면서.
  네팔에서는 사랑하는 사람이나 소중한 사람에게 꽃을 준다고 한다. 어디서 그런 꽃을 구해오는지 나의 홈스테이 친구 아수크는 나를 볼 때마다 향기로운 꽃을 꺾어와 건네주곤 했다. 너무나도 꽃들이 아름다웠지만 꽃보다 아름다웠던 것은 나의 네팔 홈스테이 가족의 눈망울이다. 꽃을 건네 줄 때마다 나를 쳐다보는 그 눈빛. 깨끗하면서도 호기심 어린 그 눈빛을 어떻게 잊을까. 처음엔 꽃만 건네주었는데 나중에는 3살 막내 오미트가 두 손에 그리고 두 뺨에 뽀뽀까지 해주었다. 고사리 같은 그 손길, 그리고 말을 하지 않아도 사랑한다고 속삭이는 3살 어린 오미트의 입맞춤. 나의 또다른 가족과 이별한 사실이 믿기지가 않는다. 첫 만남은 어색하기만 했는데 이별은 이렇게 빠르다. 그렇지만 이번 이별은 또 다른 만남으로 이어질 것을 나는 믿으며, 지금 우리는 떨어져 있지만 함께 했던 그 시간만큼은 영원히 함께 할 것을 믿는다.
  봉사활동 오기 전 나는 세상의 수많은 자극에 내성이 생겨 강렬한 매운맛도 신맛도 쓴맛도 느끼지 못하게 되었다. 오로지 내 육체는 물리적이거나 그 예전의 자극보다 더 자극적이어야만 그 고유한 감각을 간신히 느낄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네팔의 또 다른 가족은  짧디 짧은 나의 유통기한에 천연방부제가 되어 주었고 내 가슴을 뜨겁게 자극하였다. 아마 이번에 느낀 감흥은 영원할 듯하다. 또한 그들의 사랑을 통해 내가 해결해야만 했던 과제인 ‘고슴도치 딜레마’를 해결 할 수 있었다. ‘아무리 소통이 어려운 곳에 서 있다 하더라도 나를 사랑해주는, 나를 위한 사람이 있다는 것’ - 그것이 내안에 내려진 나만의 답이다.
  들숨과 날숨 같았던 이번 봉사활동. 들숨은 청량감과 내가 살아있다는 사실을 느끼게 해주고 날숨은 내 가슴과 영혼을 뜨겁게 해준다. 그렇다. 이번 봉사활동은 내게 그랬다. 나를 뜨겁게 만들어준 봉사활동 - 힘이 들거나 또 다른 관계로 인한 문제가 생길 때면 힘이 되어 줄 것 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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