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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국문수기 부문 가작 - 자신의 일을 한다는 것
제 869 호    발행일 : 2013.11.05 
최윤석(윤리교육과·08)

  주인 할아버지는 일요일을 제외하고는 매일 오전 9시에 한 번, 오후 4시에 한 번 출근하여 건물과 그 주변을 말끔히 청소한다. 그는 항상 넥타이까지 갖춘 짙은 쥐색 양복 차림이다. 그가 청소하는 것을 멀리서 유심히 지켜본 적이 있는데, 그는 우선 현관문을 일일이 돌며 광고전단을 뗀 후, 시간을 들여 꼼꼼히 바닥을 쓸고 닦는다. 그리고 층마다 놓인 음식물 쓰레기통을 모아 내용물을 깨끗이 처리하고 새것처럼 씻어 제자리에 놓는다. 이제, 건물 밖 반경 20미터 정도를 돌며 꽁초나 빈 봉지 같은 것들을 일일이 주워 모은 후, 입주자들이 내놓은 폐기물들을 분리수거한다. 허리를 한번 펴고서는 느린 걸음으로 작은 화단을 꼼꼼히 둘러보고는 공용 세탁기를 점검한 뒤, 1층과 2층 사이의 벽에 걸린 화이트보드에 ‘송화 가루 비상이니 꼭 문 닫아 놓을 것’ 같은 특별 공지사항을 적으면 비로소 일이 끝난다. 더러는 건물로 부과된 수도와 가스요금을 수금하기 위해 오전 내내 벨을 눌러 입주자들을 방문하기고 한다.
  스무 살 이후 나는 꽤 여러 종류의 집들에서 살았다. 지상, 지하, 반 지하, 저택에 딸린 방, 옥탑, 아파트, 기숙사 혹은 또 다른 다세대주택 등에 살았다. 하지만 이렇게 부지런하게 제 손으로 건물을 청결하고 관리하는 주인은 처음 보았다. 그리고 그 나름의 원칙을 가지고 합리적으로 세입자를 대하는 주인 역시 보지 못했다. 가끔은 이렇게 열심히 관리하는 주인의 건물에 살고 있는 것에 조그마한 자부심마저 느끼게 된다.
  그가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는 것은 건물의 청결만이 아니다. 그는 부당하게 관리비를 걷지 않는다. 게다가 사정이 어려운 방은 적당한 선에서 월세를 깎아 주기도 한다. 알고 보니 이 건물 세입자들의 월세는 모두 달랐다. 반년 전에는 공용세탁기를 사용하기 위해 줄서는 빨래더미가 점점 늘어나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세탁기를 하나 더 들여놓았다. 개인의 사정과 수입은 생각하지 않고 세금을 거둬, 국민들의 필요와는 무관하게 세금을 낭비하는 엉터리 권력자들에 비하면 그가 몇 배는 합리적이고 공평한 이 건물의 권력자다. 그를 대통령으로 만들어야 한다고까지 생각지는 않지만, 적어도 그는 자신의 일을 제대로 하고 있는 사람임에는 틀림이 없다. 자신이 맡은 일을 제대로 한다는 것은 어쩌면 매우 어려운 일인지 모르겠다.
  ‘노인’이란 말은 왠지 인내를 뜻하는 단어 같아서 이상하게 위안을 준다. 내 짐작으로  노인의 시간은 몹시 빠르게 흘러갈 것 같다. 순간을 잊어가는 시간이다. 오래된 장면들은 보다 짙어지고 후회와 기쁨과 갈망의 마음들은 더욱 선명해진다. 그의 사랑은 정물처럼 느린 사랑이며 그의 일은 박하처럼 알싸한 노동일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간절히 확보한 애정과 노동만큼 자신이 책임져야 할 남은 생의 모든 일들을 위해 매일 밤 짧은 잠에 들기 전 인내를 갖고 내일을 기약하는지도 모를 일이다.
  주인 할아버지가 매일 밤, 잠에 들며 내일을 기약하는지 알 수는 없지만 내일도 그는 짙은 쥐색 양복에 넥타이를 챙겨 매고 아주 느린 걸음으로 내가 있는 곳으로 올 것이다. 자신의 일을 한다는 것, 인내를 갖고 끊임없이 자신의 삶을 살아낸다는 것은 어쩌면 매우 어려운 일일 것이다. 그런 면에서 나는 진심으로 주인 할아버지에게 경의를 표한다.
 
※ 본 글은 지면 관계상 내용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내에서 전략과 중략을 통해 재편집하여 게재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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