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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현상공모 소설부문 심사평
제 869 호    발행일 : 2013.11.05 


 
  2013년 충북대 신문문화상 소설 부문 응모작은 총 4편이었다. 대학문학상이 학생들의 외면으로 없어지고 있다는 풍문도 들려오는데, 여전히 소설에 매료되어 창작을 하고 있는 학생이 있어 무척 다행스럽다. 응모자들에게 소설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더 열심히 고민하고 정진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하고 싶다. 고민 끝에 올해는 당선작을 내지 않기로 했다. 그래도 4편 중 적당한 작품으로 당선작을 내볼까도 했지만 격려를 넘어 당선작이 다른 학생들에게는 소설의 모범으로 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4명의 응모자 모두에게 조금 더 치열한 정신을 요구하고 싶다. 소설에서 미학적 형상화는 물론 중요하지만, 세계를 파악하는 눈이 없이 쓰여진 소설은 소설의 본질을 도외시한 것이나 다름없다.
  <돈벌레>는 서사를 구성하는 문장도 소설적 구도도 안정감을 지니고 있는 작품이었다. 그런데 응모자의 작위성이 너무 두드러져서 읽는 내내 편치 않았으며 전달하고자 하는 바 역시 너무 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4편 중에서 한 편을 뽑아야 했다면 아마 <돈벌레>를 뽑았을 것이다. 그런데 이 응모자가 지난 해에 쓴 작품이 떠오르면서 소설 창작의 진전을 고려해보게 되었고, 상이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자극을 주어야 할 필요를 느꼈다. 또 연거푸 한 학생이 수상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 아닌가. 물론 진전이 있었다면 거듭 상을 받는다고 한들 문제될 것은 없겠지만.
  <낙엽을 말하다>는 내 소설 교양 수업을 들었던  수강생이 쓴 글이었다. 발상의 기발함은 있던 학생이라 기억하고 있었는데, 종강 후 방학 때 ‘내 수업을 듣고 소설가가 되어야겠다고 휴학을 했다’는 내용의 메일을 보내왔다. 수업이 인상적이었다는 얘기가 될 테니 기분이 좋아야 했지만, 소설가가 되겠다는 결심만으로 소설을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라 당황스러웠던 적이 있다. 궁금해서 제일 먼저 읽은 작품이었다. 노력을 한 흔적은 있어 반가웠지만 낙엽과 작별이라는 너무 뻔한 내용이 문제였다. 소설은 진정성이 필요한데 이 진정성이 어떤 의미로 이해되었던 것일까 하는 생각이 내내 머릿속을 맴돌았다.
  <푸른빛 날개의 이카루스>는 바텐더로 일했던 경험에서 나온 작품인 듯싶은데, #1~6까지 장면 번호를 붙여 마치 시나리오처럼 읽히도록 한다. 그런데 이 장치가 특별한 형식으로 활용되는 것 같지는 않았다. 파편적으로 존재하는 것을 엮을 수 있는 능력의 부재가 불러온 형식이라는 생각이 들어 응모자가 생각하는 소설이란 과연 무엇인지 질문을 던져 보고 싶었다. 소설은 문장이 쌓여가면서 서사를 구축해나가야 한다. 상념만 지속된다면 지속되는 상념이 어떤 구조를 보여주고자 한 것인지 이유가 있어야 한다. 대화를 쓸 때도 일상에서 진행될 법한 것이 소설로 들어오지만 의미화될 부분이 아니라면 굳이 대화가 소설에 등장할 필요는 없다. 멋보다는 소박한 고민이 더 값지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
  <크로키, 크로키>도 약간 고민했던 작품이다. 이 작품으로 가작을 줄 수는 있지 않을까 하고 읽기 시작했는데 뒷부분으로 가면서 지나치게 소품으로 구성된 것이 약점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대학생다운 문제의식과 묘사의 자연스러움, 설정은 좋았으나 결말이 급했다. 내가 그린 크로키와 크로키 수업 시간에 모델 서는 일, 그리고 인터넷에 폭로된 후배의 누드 사진 부분이 소설 중앙으로 들어와도 좋을 뻔했다. 좋은 산문으로서는 괜찮은 글이었다.
  대학생들의 소설을 읽을 때마다 요즘 대학생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를 떠올려보곤 한다. 소설이 허구라고 해서 정말 가짜처럼 만든다면 소설이 되기는 어렵다. 진짜 같은 허구가 바로 소설일진대, 학생들이 자기 문제의식을 솔직하고 깊이 있게 치열한 정신으로 탐구하는 정신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지녀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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