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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현상공모 시부문 심사평
제 869 호    발행일 : 2013.11.05 


 
  시를 쓴다는 것은 세상에 휩쓸리지 않는 자신의 영혼과 언어를 지키고자 하는 일이다. 잠시만 방심하면 우리의 영혼은 금방 혼탁해지고,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는 어느새 남의 언어들로 가득차게 된다. 그런 점에서 시의 질적 수준 문제는 차치하고서라도 시를 쓴다는 행위 그 자체는 인간의 품격을 드높이는 일이며 인간문화의 순수지대를 열어가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년도 시 부문 응모작은 양적으로 너무나 빈약하다. 다른 이유도 있겠지만, 여유 없는 대학 생활과 도구적인 삶을 재촉하는 세상논리의 폭력 속에서 학생들이 젊은이로서의 꿈을 빼앗겼거나 유보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러나 삶은 길고, 우리는 올바른 방향과 가치 속에서만 그 긴 삶을 건강하고 아름답게 만들어갈 수 있다.
  총 3명이 응모한 8편의 작품을 앞에 높고 우열을 가리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나를 드세요2」 외 3편을 응모한 설반석 군의 작품은 오랫동안 습작기를 거친 사람의 노련함을 보여주었고, 각각 2편씩을 응모한 전재형 군과 김민지 양의 작품은 시에 대한 애정과 진지한 자세에도 불구하고 언어를 다루는 연습이 좀더 필요하였다.
  설반석 군의 작품 4편 가운데 <나를 드세요2>와 <나를 드세요3>은 사랑하는 애인을 위하여 가난한 화자가 윤리와 도덕의 경계까지 넘어서며 애인에게 어떻게 헌신하고자 하는가를 심리학적 차원에서 리얼하게 묘사하고 있다. 이 작품에서 애인을 사랑하는 마음과 가난한 현실 사이에 끼인 화자의 갈등과 아픔은 매우 심층적이면서도 자기분석적으로 표현되어 있다.
  설반석 군의 나머지 2편 가운데  <우리 엄마 손바닥>은 이번에 응모한 작품 중 가장 뛰어난 수준을 자랑하고 있다. 집에 다리미가 없어서 언제나 주름진 셔츠를 입고 다니는 화자는 자신의 그 주름잡힌 셔츠 앞에서 열등감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의미를 찾아낸다. 그가 자유롭고 당당한 영혼으로 이 주름투성이의 셔츠를 매만지며 사랑하는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고 어느 땐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그리고 시작품 전체를 지배하고 있는 재치 있는 표현은 시쓰기에 임한 시인의 여유로운 마음을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점에서 이번 시부문의 당선작은 위의 <우리 엄마 손바닥>으로 정한다. 나는 앞에서 설반석 군의 시에 대해 호평을 하였지만 그가 좀더 발전적인 시인으로 성장하려면 더욱 치열한 탐구와 수련이 필요할 것이다. 참다운 의미에서의 정진을 기대한다.
  당선작 선정 문제는 쉽게 해결되었지만 가작 선정 문제가 쉽지 않았다. 김민지 양의 작품 <친구>를 두고 한참 고민하였다. 격려하는 차원에서는 가작으로 선정하고 싶었으나 응모한 작품도 2편밖에 되지 않는데다가 사유의 깊이와 형상화의 수준이 상당히 소박하였기 때문에 망설였다. 좀더 노력하여 다음 기회에 더욱 발전된 작품으로 응모하는 편이 좋을 것 이라 생각한다.
  끝으로 응모작에 대한 자세한 언급은 하지 않지만 시적 열정을 갖고 있는 전재형 군에게 한 마디 조언을 하고자 한다. 미적 완성도가 높은 시를 쓰려면 먼저 우리 시단의 좋은 시와 문제작들을 폭넓게 섭렵하는 것이 좋다. ‘시가 시를 낳는다’는 말처럼, 우리 시의 현황을 알고 좋은 시와 문제작을 널리 답사하여 그 진수를 체득하였을 때, 비로소 주관적인 시작방식에서 벗어나 질적 도약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는 이 세상의 ‘숨길’이다. 많은 학생들이 시를 읽고 시를 씀으로써 막힌 삶을 열린 삶으로 전환시켜 나아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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