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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 : 2026.09.07 월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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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은택 & 유민지
사드 배치 논란, 성주를 방문하다
제 909 호    발행일 : 2016.09.01 

성주 월항면에서 참외 농사를 짓고 있는 이장오(성주군 월항면·62) 씨는 벌써 한 달 넘게 ‘성주 촛불 문화제’에 참여하고 있다. 정확히 지난 7월 13일 국방부가 급작스럽게 경북 성주에 사드를 배치한다고 공식 발표한지 나흘 째 되는 날부터다. 이장오 씨 뿐만이 아니다. 국방부의 발표 이후 매일 저녁 8시 성주군청에서 열리는 촛불 문화제에는 1,500여 명의 군민들이 뜻을 함께 하고 있다. 한 달이 훨씬 넘도록 1,000명 이상의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모이는 것은 드문 일이다. 지난달 15일에는 사드 배치 반대를 주장하며 성주 군민 1,000여 명의 단체 삭발식이 진행됐다. 성주 군민들이 사드 배치를 이토록 강력히 반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기자는 이를 알아보기 위해 성주를 방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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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촛불이 켜지는 성주의 밤

  지난달 12일 오후 7시쯤 성주 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군청까지는 걸어서 약 10분 정도 걸리는 거리였다. 터미널을 나서자 사드 배치 반대 현수막이 거리 곳곳에 넘쳐났다. 농협, 휴대폰 가게 등 장소를 불문하고 작은 카드부터 큰 현수막까지 여러 반대 문구가 적혀 사드 배치 철회를 염원하는 군민들의 마음을 대변하고 있었다.
  지난 7월 13일 국방부는 성주에 사드를 배치하겠다고 발표했다. 7월 8일 주한미군이 사드 배치 결정을 공식 발표한 뒤 일주일이 채 되지 않은 때였다. 이는 성주 군수조차 사전에 통보 받지 못한 일이었다. 발표 당일 오전 성주군 성주읍 성밖숲에서는 ‘사드 성주배치 반대 범군민 궐기대회’를 통해 군민의 동의와 협의절차를 전혀 거치지 않은 일방적인 국방부의 결정방침을 강력히 비난했다. 김항곤 성주 군수, 배재만 성주군의회 의장 등 지역 정·관계 인사들과 성주지역 참외 농가 등 5,000여 명이 참여한 이 대회의 시작은 성주군의 투쟁을 예고했다. 오후 8시 경, 조금 이른 저녁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시내의 대부분 상가는 문을 닫았고, 가로등과 간판 불빛만이 거리를 비추고 있었다. 그 시각 성주군청에는 사람들이 하나 둘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사드배치철회투쟁위원회(이하 투쟁위) 관계자 뿐만 아니라 노인과 어린이를 포함한 군민 모두가 의자와 돗자리를 놓으며 집회 시작에 힘을 보탰다. 천막과 주변 벤치에도 군민들이 삼삼오오 모였다.
  촛불 문화제는 사드 배치 반대 투쟁에 함께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의 마음을 가슴속에 깊이 새기는 묵념으로 시작했다. 이어 다함께 주먹 쥔 오른손을 힘차게 흔들며 ‘농민가’를 열창했다. 사회를 맡은 성주군 농민회 이재동 회장은 “성주 군민 단결했다! 사드 배치 철회하라! 대한민국 어디도 사드는 필요 없다!” 구호를 외치며 군민들의 마음을 대변했다. 군민들 중 ‘사드 배치 결사 반대’ 라는 문구가 적힌 머리띠를 두르고 앉아 있는 사람의 비율은 상당히 높았고 그렇지 않은 주민들은 군청 앞 단상을 바라보는 눈빛으로 이를 대신했다. 기존 언론의 외부세력 개입설과는 달리 군민은 하나가 돼 사드 배치를 반대하고 있었다.

그들이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이유

  성주 군민이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이유는 다양했지만 가장 큰 이유는 결국 민주주의적 절차를 무시했기 때문이었다. 성주 사드 배치 결정에 있어 성주 군민들은 물론, 군수조차 통보 받은 바 없는 일방적인 결정이었다.
  이장오(성주군 월항면·62) 씨는 정부의 일방적인 결정에 대해 “민주주의 국가로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사드를 배치해야 하는 이유를 국민들이 이해하고 협조할 수 있도록 설득해야 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어 “일본과 괌에 있는 사드의 레이더는 바다를 향해 있지, 성주 같이 사람이 사는 지상에 있는 경우는 없다”며 전자파가 사람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제대로 된 검증이 없어 더욱 신뢰가 가지 않는다고 했다.
  한 달 넘게 촛불 문화제에 참여 중인 이석준(성주군 초전면·72) 씨는 “주한미군을 보호하기 위해서 사드를 성주에 배치하는 것 같다”며 “미군 부대는 사드 미사일 사거리 안에 있지만 수도권은 사거리 밖에 있어 우리나라의 국익을 위해서라기엔 의심이 간다”고 반대 입장을 밝혔다.

왜곡된 언론보도에 상처받은 군민들

  집회 현장을 돌아다니며 여러 주민들을 만나 사드에 대한 의견을 들었지만, 사실 기자가 성주 군민들을 인터뷰 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인터뷰에 응해주는 사람도 있는 반면 대다수는 기자라는 신분을 밝히면 고개를 돌리거나 대화를 기피하고 자리를 떠나기 일쑤였기 때문이다. 집회를 시작한지 한 시간 반가량이 지난 후 이에 대한 이유를 한 군민에게 들을 수 있었다. 천주교 성주 성당에 다니는 이승수(성주군·44) 씨는 “집회 초에 언론사에서 앞뒤 문맥을 자르거나 이야기를 와전해서 보도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그 이후부터 군민들이 기자들을 경계하는 편”이라고 전했다. 또한 익명을 요청한 한 자원봉사자는 “기자들이 외부세력이 들어왔다는 왜곡보도를 많이 해서 인터뷰가 조심스럽다”며 “다른 지역에서 오는 외부인과 분란을 조장하는 외부세력은 엄연히 다른 것인데 외부인이 들어온다고 하면 외부세력으로 치부해버린다”고 말을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이승수 씨는 “외부세력은 사드지, 대한민국 국민 중에 외부세력이 어디 있냐”고 답답한 심경을 표했다. 이어 “사드 배치 반대를 위해 타지 사람들이 오는 것은 환영하지만, 성주군민이 중심이 돼야 한다”며 “만약 외부인들이 폭력적으로 나오면 절대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처럼 성주 군민들은 외부인과 외부세력을 구분하고 있었다. 무조건적으로 외부와 단절하진 않고, 외부세력의 선동과 과격행동은 철저히 배제하며 평화적인 집회를 이끌어가고자 했다. 또한 군민들의 의견을 매도하고 분열을 조장하는 일부 언론의 부적절한 행위로 성주 군민들은 많은 상처를 받았다.

투쟁위 예측불가 행로, 안개 속에 놓인 사드 배치

  군민의 의견을 모으고 정부와 성주의 소통 창구 역할은 ‘투쟁위’가 하고 있다. ‘투쟁위’는 7월 16일에 성주 군청 대회의실에서 자발적으로 결성된 사드 배치 반대 단체로, 앞서 출범한 ‘범군민 비상 대책 위원회’를 확대 개편한 것이다. 투쟁위에선 촛불 집회를 주도하고 사드 배치와 관련된 사항에 대한 의결을 통해 공식적인 성주군의 투쟁 방향을 결정한다. 출범 당시 투쟁위는 ‘성주 사드 배치 반대’를 전면에 내세워 지역이기주의 논란이 일기도 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한반도 사드배치 반대’로 기조를 변경했다. 투쟁위 기획분과 신혜경 씨는 “사드에 대해 알아보다 보니 사드는 성주뿐 아니라 우리나라 전체에 불필요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현재 한반도 사드배치 반대를 외치던 투쟁위의 방향은 기자가 성주를 다녀온 이후 분열되고 있다. 제3후보지 검토가 새로운 대안으로 제시되면서부터다. 제3후보지 대안에 대해 최초 투쟁위의 입장은 흔들림이 없었다. 지난달 18일 열린 군민 간담회에서는 참여자 44명 중 22명은 제3후보지 검토로 인한 군민 분열을 우려하며 ‘사드 배치 철회’ 원칙을 고수했고, 15명만이 제3후보지 검토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뉴스민’ 보도에 따르면, 투쟁위 공동위원장 정영길 씨는 “주민들 간 갈등으로 번지는 모습이 안타까웠지만 의견을 수렴하고 한목소리로 주민들을 모을 것”이라며 추후 회의를 예고했다. 그러나 21일 투쟁위는 위원 33명이 참석한 회의에서 찬성 23명으로 ‘제3후보지 검토’를 공식 발표했다. 앞선 주민간담회 결과와 반대되는 결정이었다. 이에 반대하는 주민들은 발표 현장을 점거하고 대치하기에 이르렀고 제3후보지 대안에 반대하는 성주 군민들의 촛불집회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또한, 제3후보지와 지역적으로 가까운 김천시에서는 또 다른 촛불 집회가 시작됐으며 갈등은 축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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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은택 기자
grace@cbnu.ac.kr
유민지 기자
nice9710@c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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