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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소민&박채연&정윤채
글쓰기, 현대인의 자아실현
제 948 호    발행일 : 2020.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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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가 올해의 소비 트렌드로 제시한 10가지의 개념 중에는 ‘업글(업그레이드의 준말)인간’이라는 말이 있다. 업글인간은 단순한 성공을 넘어서 성장을 추구하는 자기 계발형 인간을 이르며, 자신의 건강, 취미 및 지적 성장을 위한 투자에 아낌없는 모습을 보인다. 이는 매슬로의 욕구 단계 이론 중 최상위 욕구인 ‘자아실현의 욕구’를 반영한 트렌드라 할 수 있다. 이러한 트렌드 속에 진행되는 현대인의 자기 계발 활동 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글쓰기일 것이다.


현대의 책 트렌드

  지난해 12월 18일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개최한 ‘2019년 출판산업 콘퍼런스 - 결산과 전망’에서 교보문고 구매팀의 방제환 차장은 올해 주목받을 키워드로 ‘외로움’을 꼽으며, 1인 가구가 늘어남에 따라 외로운 사람들을 위한 도서가 유행할 것임을 예측했다. 이를 방증하듯 교보문고가 지난해 12월 26일에 발표한 분석 결과를 보면 2000년대에는 자기 계발 분야의 책이 강세를 보였지만, 2010년대는 자기성찰과 자신의 내면을 어루만지는 에세이 부류의 책들이 강세를 보였다. 교보문고 측은 해당 분석 결과에서 가장 시선을 끄는 요인이 ‘나’라는 존재였다고 밝혔다. 이는 앞서 언급한 키워드인 ‘업글인간’의 특성과도 잘 맞는 분석 결과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이같이 도서 소비 양상이 변한 가운데, 도서 소비 공간에도 변화가 생겼다. 거대 자본 혹은 유통에 의지하는 대형 서점과 달리 서점 주인의 취향대로 꾸민 작은 서점인 ‘독립서점’이 등장한 것이다. 독립서점 중 하나인 ‘헬로인디북스’의 사장은 “독립출판 및 디지털출판 등 출판이 더 이상 어려운 존재가 아니게 된 지금, 여러 독립출판물(독립출판의 과정으로 출판된 도서)이 조명받기 시작했고 이를 소개하는 독립서점도 늘어나고 있다”며 “독립서점에서는 또 다른 독립출판물을 제작하며 독립출판의 영역을 넓혀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독립서점에 방문한 경험이 있는 류소희(고양시 덕양구・22) 씨는 “독립서점은 이른바 ‘감성’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을 끌어올려 줄 수 있는 공간이라고 생각한다”며 “인기도서, 다수가 읽는 흔한 책 말고 온전히 ‘나’를 위해 소비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점이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독립출판’이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기성작가와 대형 출판사의 협업으로 만들어진 도서와는 차별화된 것으로 1인 혹은 소수의 사람이 내용과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비교적 자유롭게 제작하고 출판하는 출판 형식을 말한다. 이러한 독립출판의 활성화에는 컴퓨터를 이용해 고객이 원하는 대로 주문을 받아 책을 제작해 주는 서비스인 POD(Publish On Demand)의 출현이 한몫했다. POD는 1990년대 말에 미국의 ‘아마존닷컴’이 처음 시작한 이후 전 세계로 퍼졌다. POD는 각종 보고서, 논문 등 소량다품종 인쇄에 많이 사용되는데, 최근에는 자신만의 책을 갖고자 하는 개인 출판자들의 이용이 늘어나는 추세다.

소비를 넘어선 생산의 단계

  오롯이 글을 소비하는 것을 넘어 자신만의 글을 생산하고 출판하는 단계까지 이른 글 소비 트렌드의 변화 속에 최근 ‘100일 글쓰기 챌린지’가 등장했다. 100일 글쓰기 챌린지는 100일 동안 다른 주제로 매일 글을 쓰는 형식으로 진행되며, 동기부여 차원에서 소모임 형식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 한 예로 서울에 위치한 독립서점 ‘리스본’에서는 글을 꾸준히 쓰는 것을 목표로 한 ‘리스본 글쓰기 클럽’을 운영한다. 또 청주에 있는 사단법인 세계직지문화협회는 2007년부터 ‘청주시 1인 1책 펴내기 운동’ 사업을 진행해왔는데 올해로 14회째를 맞는다. 초등학생부터 90대 노인들까지 등단 문인이 아닌 청주시민이면 누구나 무료로 참여할 수 있는 이 사업은 기성작가가 수업을 맡아 지도하고 연중 수시 수강이 가능하며, 출판공모에 선정되면 1인당 50만 원의 출판비를 지원한다. 세계직지문화협회 임정숙 과장은 “청주시 1인 1책 펴내기 운동은 청주가 직지를 인쇄한 출판문화의 도시에서 문화와 문학의 도시로 발전하는 큰 밑거름이 돼 시민들의 행복 지수를 고양하는 감동사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며 “사랑하는 아내를 떠나보내고 그 추억을 기록한 사람, 어머니의 글을 보며 개인과 가정이 더욱 화목해졌다는 사람, 1930년대에 출생한 외할머니의 일기장을 책으로 내고 싶었던 사람 등 여러 감동 사례가 존재한다”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반짝이는 20대 청년만의 감성으로 표현할 수 있는 가족 이야기, 자서전, 시, 수필, 소설, 만화 등 다양한 장르에 대학생들의 많은 참여를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개인의 출판을 돕는 플랫폼도 등장했다. 2014년 국내에서 처음 선보인 자가 출판 플랫폼인 ‘부크크’는 POD 형식의 출판 플랫폼으로 누구나 자신의 콘텐츠를 책으로 출판할 수 있고, 그와 동시에 유통도 가능하다.

글을 쓰고 출판하다

  오프라인 형식의 글쓰기 수업 중에는 출판의 진입 장벽을 낮춰서 누구나 책을 낼 수 있게 하고, 본인을 분석하며 자아실현을 위한 글을 쓰게 하는 데에 목표를 둔 ‘글ego 프로젝트(이하 글ego)’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글ego(글이고)는 참가자의 생존과 자아실현의 밸런스를 찾게 하고, 그 이상의 삶을 추구하게 하는 인간으로서의 욕구 충족을 목표로 기획됐다. 글ego는 신춘문예 등단 현직 작가가 강의하며, 6주에 걸쳐 최대 10명의 참가자가 함께 준비한 책을 실제로 출판한다. 1회차에는 출판시장 이해와 본인이 쓰고자 하는 글을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며 2회차에는 어떤 한 물체, 혹은 문장에 대해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해본다. 3회차에는 글의 도입부를 쓰는 방법을 배우고, 4회차에는 글감과 개요를 설정함으로써 글의 흐름을 잡는다. 4회차까지 글을 기획하고 썼다면 5회차에서는 작가와의 1:1 피드백을 통해 최종 원고를 완성하고, 6회차에서는 책의 이름, 표지 시안 등을 결정한다. 아래는 이와 같은 형식의 글ego에 참여한 기자들의 참여 후기다.

# 이소민 기자의 참여 후기

  학창 시절 때부터 나는 내 ‘이름’이 주는 의미를 중요시했다. 그래서 내 이름 석 자가 쓰인 책을 내보는 것이 인생의 목표 중 하나였다. 이소민 학생, 이소민 기자를 넘어선 이소민 작가가 된 순간 내 존재를 인정받은 것 같았다. 내가 그려낸 세상이 나에게만 존재하는 것이 아닌, 타인에게도 새로운 세상이 될 수 있음을 느끼면서 나 자신을 찾은 듯 잔잔한 희열감 역시 밀려왔다. 나는 내 인생을 돌아보는 수필을 쓴 것이 아니라 새로운 세계를 만드는 소설을 썼음에도 불구하고 ‘나’의 존재와 가치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게 됐다. 자신에게 야박하고 지친 사람들에게 글을 한 편 써보길 권하고 싶다. 나조차 모르던 나를 발견하는 시간을 갖게 될 테니.

# 박채연 기자의 참여 후기

  막상 자아실현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나는 ‘그게 뭐야? 먹는 거야?’라고 생각할 만큼 멀고 허황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과정을 거칠수록 자아실현은 ‘나’를 찾아 ‘나’ 답게 살아가는 것이라는 나만의 답을 찾을 수 있었다. 그래서 감히 나는 이번 활동을 통해 자아실현을 했다고 말해본다. 이번에 과거에 대한 반성, 현재의 고민, 미래의 나의 모습까지 글로 작성을 하면서 새삼 나는 ‘나’에 대해 너무 소홀했음을 깨달았다. 그동안 나는 타인의 기준에 맞춰 나를 재단했고, 스스로와 주변인들에게 크고 작은 상처들을 줬다는 것을 깨닫고 반성했다. 또 다른 참가자의 글을 읽으며 위로를 받고, 다른 참가자가 나의 글에 공감하는 모습을 보며 다시 위로를 받았다. 이렇듯 글은 누군가의 인생을 전환하고 공감해주며 위로해주는 힘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내 주변 누군가 현재 상황에 지쳐있고 힘들어한다면 이번 활동을 적극적으로 추천하고 싶다.

# 정윤채 기자의 참여 후기

  내가 쓴 글을 책으로 펴내는 것은 내 몇 안 되는 오랜 꿈 중 하나였다. 하지만 말 그대로 정말 ‘꿈’일 뿐이었다. 독립출판 열풍이 불면서 일반인의 책 출판이 이전보다 많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내가 그 사람 중 한 명이 될 수 있을 거라곤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일까, 막연하게 꿈꿔왔던 소망이 현실이 될 수 있다는 걸 몸소 느꼈던 글ego는 내게 정말 특별했다. 원고 작성을 마치고 작가 소개를 써서 제출하던 때 느꼈던 뿌듯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또 나는 글의 주제를 나로 잡았다. 그러다 보니 내가 겪었던 일을 글에 담아내는 과정에서 막연하게 ‘좋다’, ‘나쁘다’ 정도로 정의했던 감정들을 하나하나 되짚어봤고,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떻게 살고 싶은지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됐다. 출판 관련 지식의 유무나 글쓰기 실력에 상관없이, 나에 대해 더 잘 알고 싶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글ego를 통해 많은 걸 얻어갈 수 있다고 확신한다.

글을 쓰고 싶은 사람들에게 전하는 메시지

  글을 직접 생산하는 사람들의 등장 원인에 대해 글ego의 강사로 참가한 정성우 작가는 “권태, 허탈감, 박탈감 등으로 정신적인 삶의 질이 좋지 않은 현대의 사람들은 자신의 모습을 찾고자 하는 욕구가 크다고 생각한다”며 “결론적으로 주체 의식 박탈 상태로 인해 최근 여러 프로그램을 통해 글을 쓰는 사람들이 증가하는 것 같다”라는 의견을 전했다. 또 온・오프라인에서 글쓰기 수업을 진행 중인 장혜현 작가는 “출판 환경의 변화로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는 세상이 되면서 자신만의 글을 쓰려는 사람이 늘어난 것 같다”며 “이것이 또 독립출판 분야를 수익창출이 가능한 사업의 하나로 성장시키고 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글을 생산하고 싶은 사람들은 어떤 마음가짐을 가지면 좋을까. <직장 그만두지 않고 작가 되기>의 저자이자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글쓰기 수업도 진행 중인 최하나 작가는 “많은 분이 글을 완성도 있게 써야 한다는 부담을 갖는데, 본인의 이야기를 가장 잘 쓸 수 있는 사람은 바로 자신임을 알기 바란다”며 “그런 자신감으로 글을 쓰다 보면 한편의 글이 완성되고, 그것이 모이면 한 권의 책을 완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정성우 작가는 “일단 쓰면 된다”며 “글을 쓰는 모든 과정이 완벽한 작품으로 향하는 과정이라 생각하면 글쓰기가 더 편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장혜현 작가는 “책 한 권 낸다고 인생이 드라마틱하게 바뀌지는 않고, 한편으로 글은 쓰지 않는 게 더 행복할 수도 있다”며 “하지만 한 권을 넘어 두 권, 세 권 썼을 땐 분명히 인생이 달라져 있을 것”이라고 꾸준한 노력을 강조했다.

  임정숙 과장은 “일생, 내 이름의 책 한 권을 엮는다는 것은 어떤 재산이나 빛나는 업적보다도 값진 유산이며 의미 있는 정신적 산물이다”라고 말했다. 본인의 인생을 되돌아보고 그 순간을 눈에 보이는 기록으로 남길 수 있는 글쓰기. 글쓰기를 그저 나는 할 수 없는 어려운 것으로만 치부하지 말고 용기 내서 시도해보길 바란다.


이소민 기자
lsm0468@cbnu.ac.kr
박채연 기자
patty990303@cbnu.ac.kr
정윤채 기자
sunwillrise@c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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