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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 : 2023.11.27 월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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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윤채&배시혜
충북 장애인 이동권, 그 실태를 짚어보다
제 963 호    발행일 : 2022.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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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서울 지하철에서는 대규모 장애인 이동권 보장 시위가 잇따라 진행됐다. 출퇴근 시간대에 시위를 진행해 열차 운행에 차질을 빚었다는 이유로 이들을 ‘민폐’라 여기는 부정적 여론도 있었지만, 동조 여론도 만만치 않았다. 이런 장애인 이동권 보장 관련 행동은 우리 청주시에서도 있었다. 지난해 5월 충북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충북장차연)가 도청 앞에서 벌인 24시간 천막 농성이 바로 그것이다. 장애인 이동권이 이들에게 어떤 의미이길래 이들은 부정적인 여론도, 찌는 듯한 더위와 추위에도 굴하지 않고, 기꺼이 행동하길 멈추지 않는 것일까? 우리 충청북도(이하 충북)의 장애인 이동권 실태 파악을 시작으로 장애인 이동권 보장의 의의에 대해 짚어봤다.

장애인 비(非)친화적 지자체, 충북

  충북은 지역 장애인 인권단체와 언론으로부터 인증받은 장애인 ‘비(非)친화적’ 지자체이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해 10월 이전까지만 해도 충북은 광역단위 <교통약자편의증진조례>가 없는 유일한 지자체였다. 충북장차연을 포함한 여러 지역 장애인 인권단체들의 지속적인 시위와 집단 농성 등 다방면의 노력이 이어진 끝에 지난해 10월 해당 조례가 제정됐다. 그러나 전남과 경북이 2013년, 충남이 2010년에 해당 조례를 제정한 것에 비하면 매우 늦은 편이다.
  <교통약자편의증진조례> 제정 유무만 문제가 아니다. 통계적인 측면에서도 장애인 이동권 증진을 위해 꼭 필요한 ‘저상버스’와 ‘특별교통수단’의 충북 내 운영 대수는 전국에서도 극하위권이다. 먼저 저상버스의 경우 국토교통 통계누리에서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2019년 기준 충북 내 전체 시내버스 수는 586대이며 이중 저상버스는 142대에 불과해 도입률로 환산하면 24.2%다. 같은 시기 다른 지자체 저상버스 도입률이 ▲서울(49.8%) ▲부산(26.3%) ▲대구(38.6%) ▲강원(36.4%)인 것에 비하면 매우 낮은 수치다. 더구나 대.폐차 등 현실적인 요소들을 적용하면 실질적인 저상버스 도입률은 지난해를 기준으로 해도 15.5% 안팎에 불과하다는 것이 충북장차연의 주장이다. 청주시에 위치한 중증장애인평생교육시설 다사리학교의 대표이자 충북장차연의 공동 대표인 송상호 대표는 “충북장차연 내에서 자체적으로 계산해보니 통계에서 발표한 만큼의 저상버스 수치가 나오지 않았다. 자세히 조사해 보니 대.폐차 등의 요소가 반영되지 않은 것을 확인했다”라고 말했다.
  이동에 심한 불편을 느끼는 교통약자의 이동을 지원하기 위해 <교통약자의이동편의증진법>이 규정하고 있는 휠체어 탑승 설비를 장착한 특별교통수단 상황도 열악하기는 마찬가지다. 장애인 콜택시가 여기에 해당하는데, 지난 2019년 기준, 충북의 특별교통수단 대수는 법정 의무 대수인 206대의 절반에 못 미치는 101대로 이 역시 도입률로 환산하면 전국 꼴찌다. 충북에 거주 중인 몇천 명의 장애인 이동권을 단 101대가 감당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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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치화할 수는 없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수많은 어려움

  이처럼 통계적 측면에서 볼 때, 충북의 장애인 이동권 현황은 매우 열악하다. 그러나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세상의 모든 어려움이 통계적으로 수치화될 수는 없다는 점이다. 숫자 뒤에 ‘사람’이 있다. 통계적 수치를 개선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통계적으로 수치화할 수는 없어도 분명히 존재하는 장애인 이동권과 관련한 수많은 어려움이 있다.
  첫째, 현재 있는 저상버스조차도 이용하기 어려워하는 장애인이 많다. 장애인 당사자이자 휠체어 이용자인 충북장차연 장새롬 사무국장은 “장애인 탑승자를 그냥 지나치는 버스가 많다. 휠체어 탑승자가 타는 것에 불만을 표하는 기사도 있다. 휠체어 탑승자가 버스에 승차하면 다른 승객이 불편하지 않게 버스 좌석을 접는 등 휠체어를 고정할 자리를 마련해 줘야 하는데, 기사분들이 매우 번거롭게 생각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친절의 문제를 떠나 시설적인 문제도 많다. 휠체어 리프트를 연결해야 하는 버스 정류장과 도로 간의 높이와 기울기도 맞지 않고, 또 날이 추운 겨울에는 기기 문제로 리프트 자체가 나오지 않는 상황도 종종 발생한다. 그렇게 버스를 그냥 보내면 30분에서 1시간을 더 기다려야 한다”라며 어려움을 표했다. 또 다른 휠체어 탑승자인 인권연대 ‘숨’의 이구원 활동가는 “장애인들에게 저상버스 이용은 일종의 ‘도전’이다. 저상버스 수 자체가 충분치 않다 보니 환승도 힘들다. 저상버스 이용 가능 노선이 중간중간 끊겨 있기 때문이다. 또 승차 대기 공간도 마땅치 않고, 주변 보행 공간도 휠체어 탑승자가 버스를 이용하기에 그리 좋은 환경은 아니다. 출퇴근이나 등하교 시간대에는 이런 문제가 더 심각해지다 보니 해당 시간대에 저상버스를 이용하는 건 그냥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라고 전했다.
  둘째, 안 그래도 적은 특별교통수단 이용 대수가 주말과 공휴일, 그리고 야간 시간대에는 더 적어진다. 장새롬 사무국장은 “현재 야간에 운행되는 해피콜(청주시 장애인 콜택시) 수가 두 대 정도밖에 안 된다고 들었다. 그 탓에 야간에 원거리 이동을 할 때면 두세 시간 기다리는 건 예사다. 밤에 갑자기 몸이 아프거나 응급상황이 생겨도 바로 이용할 수 없다. 간혹 그럼 구급차를 부르면 되지 않냐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럴 수가 없다. 구급차에 탈 때는 무조건 휠체어 없이 타야 한다. 구급차는 내부 공간이 협소해서 휠체어를 실을 공간이 확보되지 않기 때문이다. 갈 땐 구급차를 타고 가더라도 귀가할 때는 혼자 돌아와야 하는데, 휠체어가 없는 상태로는 귀가가 어렵다. 그래서 장애인들이 구급차가 아닌 해피콜을 이용하길 원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역 장애인 커뮤니티를 살펴보면, 주말이나 야간 시간대에 해피콜 이용 대수 감축으로 불편을 겪었다는 이들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이에 대해 청주시 교통약자 지원 및 운영을 담당하고 있는 청주시시설관리공단 이동지원센터의 김동진 센터장은 “지난해 기준 청주시는 임차 형식의 해피콜 18대와 50대의 바우처 택시(일반택시가 교통약자 이동의 해피콜 용도도 병행하는 택시)를 운영하고 있다. 해피콜 같은 경우는 운전자의 권리 보장 및 임금 문제로 토요일 11대, 일요일 9대로 감축해 운행한다. 해피콜 대기 시간은 통상 25분 정도이고, 평일에도 고객이 몰리는 시간에는 대기 시간이 늘어나긴 하지만 두 시간 정도까지는 아니다. 그리고 주말이나 야간에 해피콜 대수가 감축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일반택시와 해피콜의 차이 때문이다. 일반택시는 자신이 영업한 만큼 수익을 가져가지만, 해피콜은 월급제다. 그래서 효율을 고려하면 이용이 급증하는 시간만을 위해 배차 수를 급증시킬 수는 없다”라고 말했다. 이어 김동진 센터장은 바우처 택시 도입으로 해피콜 대수 증차를 대체해서 주말 감축이 더 심해진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는 “바우처 택시는 이용객들의 대기 시간과 이로 인한 민원을 줄이기 위해 도입한 것이지 해피콜의 주말 감축 때문에 운영되는 것이 아니므로 해피콜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라고 답변했다.
  마지막은 도내 광역이동 측면에서의 불편함이다. 현재 청주시에서 운행되는 해피콜은 충북 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수 없다. 이구원 활동가는 “만약 내가 청주에서 옥천을 가야 하는 상황이 생겼다고 치자. 청주에서 옥천까지 차로 바로 가면 대략 1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그런데 해피콜은 운행 규정상 도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수 없다. 그래서 옥천을 가려면 일단 청주에서 대전까지 간 다음, 대전에서 장애인 콜택시를 불러 옥천으로 가는 방법뿐이다. 이렇게 가면 대기 시간까지 두 시간이 훨씬 넘게 걸린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나마 옥천은 갈 수라도 있지 아예 못 가는 지역도 많다. 일단 보은과 영동 같은 경우는 아예 장애인 콜택시 운행 대수가 0대다. 괴산은 복지관에서 1대 운행 중이지만 그마저도 시외 사람은 이용 불가고, 괴산군민만 이용할 수 있다. 자신이 운전할 수 있거나 주변에 운전해 줄 사람이 없으면 그냥 이동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보면 된다”라고 토로했다. 장새롬 사무국장도 “광역이동이 필요한 상황임에도 차가 없어 아예 이동 자체를 하지 못해 불편을 겪는 장애인이 많다. 올해 안으로 광역이동이 가능해질 것이라고는 하는데, 그렇게 되면 우리 장애인의 삶의 질이 곧 바로까지는 아니어도 점차 나아질 것이다. 충북 외 지역도 아니고 같은 도 내에서도 자유롭게 오가지 못한다면 ‘해피콜’이라 부르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수많은 장애인이 광역이동 불가로 인한 불편으로 울분을 토하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장애인 이동권 보장에 대한 인식 자체를 바꿔야

  당연히 보장받아야 하는 권리임에도 여전히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장애인 이동권. 최근 서울에서는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위해 투쟁하는 장애인 당사자들의 요구를 마치 개인의 ‘이기심’인 양 매도하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는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포함해 장애인 권리 보장에 필요한 여러 요구사항을 정책에 반영하기 위해 서울 지하철 역사 내에서 출퇴근 시간대에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이에 서울교통공사는 “시위로 인해 2시간 가량 열차가 지연됐으며, 지하철 요금 반환도 4,717건이나 이뤄지는 등 시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시위 때마다 지하철 운행 정상화를 위해 공사 직원과 경찰이 대규모로 투입되고 있어 매번 큰 비용이 소요된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온라인 커뮤니티 여론도 심상치 않았다. “(장애인) 본인들이 겪었던 피해로 다른 사람에게 피해 주는 건 너무 이기적인 게 아니냐”, “시위 취지는 이해하지만, 출퇴근 시간대에 하는 건 엄연한 민폐”라는 등의 시위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이 적지 않았다. 그중에는 “장애인들이 집 밖에 안 나오면 해결될 문제 아니냐”, “장애인들 하는 행동거지가 짜증 나서라도 역사에 엘리베이터 절대 설치해 주면 안 된다”라는 등의 혐오성 발언도 있었다.
  반면, “장애인분들이 서울 시민들에게 피해준다는데 장애인분들은 서울시민 아니냐”, “다른 탑승객들이 시위 때문에 겪는 불편도 이해하지만, 생각해 보면 이런 불편함을 장애인분들은 매일 겪고 있었던 것 아니냐”라며 시위 취지를 이해하고 응원하는 이들도 많았다. 전장연 시위를 직접 목격했다는 추재현(서울 양천구.25) 씨는 “시위 때문에 출퇴근 시간에 불편을 겪었던 건 맞지만 그렇다고 이게 그분들에 대한 혐오로 이어지는 명분이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왜 이 사람들이 출퇴근 시간에 사람을 이렇게 불편하게 하나’라고 불만을 품기 이전에 ‘왜 굳이 출퇴근 시간에 이렇게까지 할 수밖에 없었냐’에 더 집중해줬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위한 장애인들의 목소리와 행동은 장애인들의 ‘이기심’에서 자행되는 민폐 행위가 아니다. 헌법과 법률이 정한 보편적 권리임에도 불구하고 그 누구도 온전히 누려본 적 없었던 권리를 위해 싸우는 이들의 ‘공익적 투쟁’이다. 그리고 꼭 짚고 넘어갈 부분은 이들이 투쟁으로 이뤄낸 결과는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누리게 된다는 점이다. 송상호 대표는 “저상버스가 도입되면 장애인만 이득이라고 생각하는 분이 많다. 그런데 저상버스 도입 이후에 제일 긍정적이셨던 분들은 사회의 또 다른 약자인 노약자, 임산부들이었다”라고 말했다. 장애인이 이동하기 좋은 세상은 절대 장애인들‘만’ 살기 좋은 세상이 되지 않는다. 장애인도 이동하기 좋고, 장애인이 아닌 사람들‘도’ 이동하기 좋은 세상이 되는 거다. 장애인 이동권 보장은 곧 장애인을 포함한 모든 교통약자의 이동권 보장이자, 우리 사회에서 소수자라는 이유로 소외된 이들의 권리의 보장이라는 것이다. 모두의 권리가 ‘권리’답게 정의되는 날을 꿈꾸며 기사를 마친다.


정윤채 기자
sunwillrise@chungbuk.ac.kr
배시혜 기자
bsh1210@chungb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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