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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윤채
한 법안, 두 목소리... 논란의 ‘심리상담사법’, 제정될 수 있을까?
제 965 호    발행일 : 2022.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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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률·우울증 유병률 OECD 국가 중 1위. ‘자살공화국’, ‘우울증공화국’이라는 신조어까지. 이는 우리나라의 숨기고 싶은 오명이자, 대한민국 국민의 마음건강 현주소다. 여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찾아온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사회적 불안은 더욱 더 심화되고 있으며, 동시에 심리상담 서비스에 대한 수요 또한 급증하고 있다. 이를 인식하고 지난 3월, 국회에서는 상담서비스의 질 향상을 목적으로 심리상담사 관련 법안을 발의하고 나섰지만, 통과가 쉽지 않아 보인다. 같은 법안을 두고 한쪽에서는 “적극 찬성”한다고 지지하는 반면, 또 다른 한쪽에서는 “결사 반대한다”며 시위까지 불사하고 있다. 심리상담사법에 대한 엇갈린 목소리, 그 속사정이 궁금하다.

심리상담사법, 대체 뭐길래?

  사건의 시작은 3월 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3월 28일, 더불어민주당 최종윤 의원이 <심리상담사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어 3월 31일에는 국민의힘 전봉민 의원이 유사한 내용의 <국민 마음건강증진 및 심리상담지원에 관한 법률안>(이하 마음건강증진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두 법안 모두 제정 취지는 같고, 전체적인 내용도 대동소이하다. 두 법안 모두 전문적인 심리상담서비스에 대한 국민적 욕구가 높아지고 있는 지금, 심리상담사의 자격관리 등을 위한 법적 근거가 미비해 민간 자격증이 난립하는 등 국민이 전문성과 적절한 자격을 갖춘 심리상담사를 판별하기 어려워 피해 사례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을 해결하자는 것이다. 실제로 기자가 민간자격정보서비스 사이트를 통해 확인해본 결과, 지난달 29일 기준 ‘심리상담’이라는 키워드를 검색하면 나오는 자격증의 수는 무려 3,462개였다. 자격증 종류부터 발급기관 유형까지 천차만별이다. 명칭은 같은데 발급기관은 수백 군데인 자격증도 있다. 그 예로 ‘미술심리상담사’의 경우, 동일 명칭.유사 명칭인 민간자격증이 500개 가까이 된다.
  이에 대해 심리상담서비스를 받고 있는 자녀를 둔 ㄴ(청주시 흥덕구·43) 씨는 “이름이 비슷한 자격증이 너무 많다 보니 구분하는 것도 일”이라며 “어떤 자격증이 공신력이 있는지 정확히 알 수 없는 비전문가 입장에서는 임상심리전문가 자격증은 있는지, 어디서 석박사 학위를 땄는지 등 상담소장 이력을 확인하라는 맘카페에 돌아다니는 좋은 상담소 판별 기준에 의지하는 게 최선”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처럼 제정 취지를 같이 하는 두 법안이지만, 자격증 응시자격을 놓고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 먼저 <심리상담사법안>은 응시자격을 ▲대학원, 대학 등에서 상담학, 심리학 등의 과목을 이수하고 졸업한 자 ▲심리상담 관련 시설에서 5년 이상 심리상담 업무에 종사한 경력이 있는 자로 규정한다. 반면 <마음건강증진법안>은 ▲대학원에서 상담학, 심리학 등의 과목을 이수하고 졸업한 자 ▲대학에서 상담학, 심리학 등의 과목을 이수 및 졸업 후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시설에서 3년 이상 심리상담사 업무 혹은 그와 유사한 업무에 종사한 경력이 있는 자로 규정한다.
  또 심리상담사의 교육·연수 부분도 차이가 있다. <심리상담사법안>은 ▲심리상담사 자격이 있는 사람이 심리상담사 업무를 시작하려면 보건복지부장관이 시행하는 실무교육을 받아야 한다 ▲심리상담사는 자질과 업무수행능력 향상을 위해 보건복지부장관이 시행하는 실무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규정했다. 반면 <마음건강증진법안>은 ▲심리상담사 자격이 있는 사람이 심리상담 업무를 시작하려면 등록하기 전 실무교육을 받아야 한다 ▲보건복지부장관은 심리상담사의 자질과 업무수행능력 향상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한다면 기관 등에 위탁해 심리상담사에 대한 보수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이외에도 <심리상담사법안>이 <마음건강증진법안>보다 심리상담법인에 대해 더 자세히 규정하고 있고, 상담심리사의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조항을 8장 보칙에서 언급하며 그 관리를 지자체장에게 위임할 수 있다고 규정한 점 등이 다르다.

한국심리학회, ‘전문성 보장 안 된 위험한 발의’

  발의된 두 법안을 둘러싼 논쟁의 주요 골자도 바로 여기에 있다. 현재 발의된 두 법안의 제정을 반대하는 이들의 주된 주장은 법안들이 말하는 각기 다른 응시자격이 ‘허술하다’는 것이다. 한국심리학회는 지난달 4일, 공식 입장을 통해 “현재 발의된 법안에서 제시하는 심리상담사의 기준이 매우 낮게 설정돼 있다”라며 “국가자격 소지자가 과도하게 배출돼 입법 의도를 제대로 구현할 수 없으며, 오히려 국민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허울뿐인 법제화가 될 우려가 크다”라고 비판했다. 같은 달 8일에는 ‘국민의 정신건강을 지켜주세요’라는 이름으로 국회의사당 앞에서 심리상담사 법안 반대 시위를 진행하기도 했다.
  한국심리학회에 따르면, <심리상담사법안>은 석·박사 과정을 거치지 않은 학부 졸업생과 전공 이수 없이 5년 이상 심리상담 업무에 종사하기만 한 사람도 공인된 심리상담사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마음건강증진법안>도 <심리상담사법안>과 비교하면 학력 기준을 대학원 석사 이상으로 끌어올린 것처럼 보여도 여전히 학부 졸업 후 심리상담 유관업무를 3년만 하면 심리상담사 자격을 취득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고 봤다. 또 <마음건강증진법안>의 ‘유관업무’의 기준도 함께 지적했는데, 해당 법안의 3조의 심리상담 업무에 “마음의 건강에 관한 지식 보급을 위한 연구개발, 교육, 정보제동, 홍보 등 업무”도 포함하고 있어 실제적 실무능력에 대한 훈련 없이 자격증이 발부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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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에 대해 한국심리학회 산하 한국임상심리학회 홍보위원직을 맡고 있는 우리 학교 심리학과 안정광 교수는 “심리상담사에 대한 법안이 제정되는 것 자체, 그리고 그 제정 취지에는 공감한다. 그러나 현재 발의된 두 법안에 대해서는 반대한다. 현재 발의된 법안들은 자격 요건 면에서 충분히 정비되지 않았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현재 한국심리학회에서 발급하는 ‘임상심리전문가’ 자격증만 보더라도 그 취득 요건이 굉장히 높다. 석사 이상의 학력 기준과 몇 년의 수련 과정을 거쳐야 한다. 반면 지금 발의된 법안은 이에 비하면 그 기준이 굉장히 낮다. ‘임상심리전문가’의 수련 과정이 그리 쉽지 않다. 의대에 진학한 모든 사람이 원하는 병원에서 레지던트를 할 순 없듯, 수련도 굉장히 문이 좁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질의 심리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이 ‘수련’이라는 제도가 꼭 필요하다. 그런데 두 법안에는 이 수련이 명시돼 있지 않아 문제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런 이유로 한국심리학회에서 추진하는 <심리서비스법>에는 응시자격을 ‘심리학 관련 과목을 이수해 학부 및 석사 또는 석사 및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2년 이상 3,000시간 이상의 수련을 마친 자’로 규정하고 있다.
  모 종합병원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임상심리전문가 및 정신건강임사심리사 1급 수련을 받고 있는 3년차 수련생 ㅇ씨도 같은 이유로 두 법안을 반대했다. 기자와의 통화에서 그는 “두 법안 모두 수련 혹은 실습 과정을 배제하고 있어 매우 위험하다. 안 그래도 민간자격증 중 대부분이 수련이나 실습 없이 이론 수업 몇 시간만 수강하면 발행해주는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어서 문제가 많은데, 지금 나온 발의안대로 법안이 제정된다면 현재 민간자격증으로 인해 발생되는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제정 취지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기존에 문제라고 지적했던 일들에 당위성을 부여하는 법이 될 것이다”라고 우려를 표했다.

한국상담학회, ‘신속히 제정되길 열렬히 환영’

  반면, 한국상담학회에서는 이와 완전히 다른 입장을 내놓고 있다. 지난 4월 1일 한국심리학회가 공식 SNS 계정을 통해 두 법안에 대한 반대 의견을 표명한 날, 한국상담학회는 공식 SNS 계정에 해당 법안을 적극적으로 찬성한다는 글을 게재했다. 한국상담학회는 게재 글에 “우리 학회는 2021년부터 국회에 상담사법 제정의 필요성을 알리고 입법 발의를 촉구하는 등 적극적 활동을 해왔다”며 “그 결과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이 2개의 심리상담 법률안을 발의하게 됐다. 국민과 심리상담 전문가 모두에게 좋은 법이 제정될 수 있도록 학회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격려, 적극적인 참여를 간곡히 부탁한다”라고 적었다.
  한국상담학회는 지난달 6일 공식 입장문을 통해 “일각에서는 특정 학과를 내세워 심리상담사법 입법 추진을 반대하고 있지만, 국민 마음건강을 책임지는 일에 특정 학과에만 편향되는 정책을 시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우리나라의 어떤 자격법에도 특정 학과만을 위한 자격 취득의 제도화는 마련돼 있지 않다. 해외에서도 심리상담 전문가를 특정 학과로만 제한하고 있지 않으며, 심리상담 관련 전공과 다양한 명칭의 국가 자격증을 가진 전문가들이 심리상담사로 활동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발의된 법안이 상담사의 전문성을 보장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는 “법제화 과정에서 법제화 필요성과 함께 심리상담사의 자격요건에 대해서도 설명해왔다. 다양한 학부 전공을 배경으로 대학원 수준에서 심리상담을 전공하고 수련 요건을 갖춰야 하는 숙련된 인력이라는 점을 강조해 전달했다”라고 전했다. 이어 “아쉽게도 이번에 발의된 법안 중에는 심리상담사 응시자격이 지나치게 낮게 설정된 조항이 있고, 우리가 강조했던 수련요건을 명시하지 않고 대통령령(시행령)으로 정하도록 돼 있다”며 “하지만 이번에 발의된 법안은 새로운 법을 만드는 ‘제정법’이므로 발의된 이후 여러 차례 수정 및 보완 가능한 절차가 있다. 특히 이번처럼 유사 내용이 복수 발의된 경우에는 병합 심의를 거치기 때문에 어느 한 가지 법안이 선택되는 형태로 통과되지 않는다. 또 제정법 심의 전에 반드시 공청회를 거쳐 의견을 수렴해야 하는 법적 의무사항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우리 학회뿐만 아니라 심리상담 분야의 여러 전문 단체들과 협력해 심리상담사 전문성이 확보될 수 있는 법조항으로 수정.보완될 수 있도록 노력해나가야 할 것”이라며 해당 법안에 아쉬운 부분이 있다는 점은 인정하나, 제정 과정에서 수정 및 보완해나가면 된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한국상담학회의 주장에 대해 안정광 교수는 “법을 제정하고, 또 수정하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한 번 제정할 때 신중해야 한다. 응시 자격을 까다롭게 하자는 게 특정 학과 편향적이라는 것도 그렇다. 심리학과만 상담하겠다고 배제하려는 것이 아니라, 심리상담에 필요한 과목 정도는 이수할 수 있도록, 심리상담을 하기 위한 기본적인 요건 정도는 갖출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누구를 위한 심리상담사입니까

  <심리상담사법안>과 <마음건강증진법안>이 발의된 지 약 한 달의 시간이 흐른 지금, 두 법안을 둘러싼 학계 간의 공방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두 법안 모두 현재 법안 접수 이후 소관위원회인 보건복지위원회 심사를 기다리고 있으며, 이후 ▲체계자구 심사 ▲본회의 심의 ▲정부 이송 ▲공포까지의 절차를 모두 마쳐야 법제화된다.
  심리상담사 관련 법안 제정에 대한 학계 간 공방은 이번 법안 발의로 처음 시작된 것이 아니다. 지난해 초 한국심리학회에서 <심리서비스법> 초안을 내놨을 때도, 이에 대한 반발이 적지 않았다. <심리서비스법> 내의 “심리학 관련 과목을 이수하고 학부 및 석사 또는 석·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2년 이상 3,000시간 이상의 수련을 마친 자”라는 응시자격이 심리학을 전공하지 않은 상담학 전공자들과 현장 상담사들을 배제하는 ‘직역 이기주의에 근거한 악법’이라는 이유에서였다.
  이 같은 학계 간 공방을 그저 ‘밥그릇 싸움’으로 보는 시선도 있다. 특히 이유에 대한 설명 없이 ‘법 하나 두고 학회들끼리 싸움났다’는 식의 언론 보도가 문제로 지적된다. 이에 대해 3년차 수련생 ㅇ씨는 “법제화와 관련해 가장 걱정되는 것은 지금 이 상황이 그저 밥그릇 싸움처럼 보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내가 지금 두 법안에 반대하는 이유는 단순히 내 밥그릇을 지키고 싶어서가 아니다. 지금 발의된 법안만으로는 어떤 최소한의 기준을 마련하기도, 현재 문제가 된 것들을 해결하지도 못해서 반대하는 것이다. 적어도 내담자들이 ‘이 자격증을 가지고 있는 사람한테 상담을 받으러 가면 되겠구나’ 믿을 수 있을 정도의 기준의 법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 안정광 교수는 “우리나라는 세계 10대 경제 대국임에도 불구하고 심리 서비스 측면에서는 여전히 부족하다. 심리 서비스 관련 법제화 목적은 결국 심리 서비스의 질적 수준을 증가시키기 위해서 하는 것인데, 제정 취지를 실현할 수 있도록 최소 기준을 지금보다는 더 엄격하게 하는 게 맞지 않나 생각한다. 자격 있는 사람들이 심리 관련 서비스를 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라고 전했다.


정윤채 기자
sunwillrise@chungb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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