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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서영
‘국민기초생활보장법’, 기초생활 보장하나?
제 970 호    발행일 : 2022.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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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는 절대적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을 만들었다. 이는 사회적으로 빈곤 계층을 차별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담긴 법이다. 그러나 빈곤은 때때로 증명되지 않고, 증명하더라도 해결되지 않는다. 해당 문제를 알아보기 위해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문제점을 들여다봤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은 무엇인가?

  기초생활수급자는 기초생활보장 제도에 따라 생계, 의료, 주거, 교육 등의 지원을 받는 사람을 말한다. 이러한 기초생활보장의 기초가 되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은 사회보장제도의 하나인 공공부조(公共扶助)의 기능을 담당하기 위해 제정된 법률이다. 해당 법은 생활 유지 능력이 없거나 생활이 어려운 국민의 최저생활을 보장하고 자활 조성을 목적으로 한다. 과거 1961년에도 이 법과 유사한 기능을 하던 <생활보호법>이 제정됐으나 보호 대상자가 엄격히 제한되고, 대상자의 선정 기준도 입법화되지 않았다. 이후, 1997년 외환위기를 계기로 사회안전망의 정비가 우리 사회의 중심 과제로 등장하면서 <생활보호법>의 문제점을 대폭 개선한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 2000년 10월 1일부터 시행되면서 제대로 된 기초생활보장 제도가 만들어졌다고 할 수 있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은 생계급여와 생계급여 수급자 선정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먼저 생계급여는 건강하고 문화적인 최저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정도로, 수급자의 연령, 가구 규모, 거주지역, 그 밖의 생활 여건 등과 함께 ‘중앙생활보장위원회’에서 매년 가계지출, 생활실태, 물가상승률 등 객관적인 지표를 고려해 지급된다. 이때 근로소득, 사업소득, 재산소득, 이전소득을 합한 실제 소득에서 장애.질병.양육 등 가구 특성에 따른 지출요인, 근로를 유인하기 위한 요인, 그 밖에 추가적인 지출요인에 해당하는 금액을 감해 보장 기관이 생계급여를 결정하고 실시한다. 생계급여 수급자는 부양의무자가 없거나, 있어도 부양능력이 없거나, 또는 부양을 받을 수 없는 자로서 소득인정액(개별가구의 소득평가액과 재산의 소득 환산액을 합산한 금액)이 최저생계비 이하인 자로 규정된다.
  그러나 최근 빈곤 계층의 사망 사건이 늘어나면서 해당 법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1일, 성북구에서 60대 남성이 사망한 채로 발견됐고, 지난달 25일에는 서대문구에서 세 모녀가 사망한 채로 발견됐으며, 같은 날 인천에서는 10대 형제 두 명이 숨지고 40대 부모가 의식을 잃은 채로 발견됐다. 사망원인은 고독사 혹은 극단적 선택에 의한 것으로 모두 빈곤 문제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이들 중 기초생활수급 대상자가 아닌 사람도 있다는 것이다. 빈곤으로 인한 죽음이 계속되고 있는 지금,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생계급여와 수급자 선정은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일까?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을 둘러싼 문제들

  우선, 수급자 선정 기준에 대한 공정성이 의심되는 대목이 있다. 논란이 됐던 수원 세 모녀 사건은 세 모녀가 생활고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을 정도로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기초생활수급자에는 해당하지 않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잘 보여준다. 지난 8월 24일 <헤럴드경제> 취재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생계형 기초생활수급권자 중 기초생활 급여를 받지 못한 비수급자의 구체적 규모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수급자 선정 문제는 수급자 선정 기준을 개선해야 함을 시사한다. 앞서 언급했듯이 수급자로 선정되기 위해서는 실질적으로 부양을 받을 수 없다는 부양의무자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해당 조건으로 생기는 제도의 사각지대는 8년 전 송파구에서 세 모녀가 생활고에 시달리다가 숨진 사건을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이들은 실제로 생활을 책임질 수 있는 소득이 없었음에도 부양의무자 조건 때문에 기초생활수급자로 선정되지 못했다. 다행히 부양의무자 조건은 정부 주도하에 2017년부터 2021년까지 기준의 단계적 폐지가 이행되고 있다. 다만 부모 또는 자녀 가구의 연 소득이 1억 원 이상인 경우, 9억 원을 초과하는 재산을 소유한 경우는 예외로 아직까지 전면 폐지가 이뤄지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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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계급여 수급자로 선정된 이후 근로를 할 수 있음에도 일부러 일하지 않거나 적게 하는 사례도 있다. 수급자는 근로소득이 있으면 그만큼 생계급여를 삭감해 지급한다. 생계급여는 기준액보다 모자라는 금액만 보충해서 지원해주는 ‘보충성의 원리’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2년 전 20%이던 수급자의 근로소득 공제율을 30%로 확대했지만, 수급자의 근로 의욕을 북돋우기엔 역부족이다.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정익중 교수는 “탈수급을 할 수 있도록 자산 형성 기간 동안 유예 기간을 두면 좋을 것 같다. 일일 알바를 해서 들어오는 돈이 수급비를 넘는다고 해서 수급자에서 탈락시키면 누가 일하려고 하겠는가. 그럼 평생 수급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라고 지적했다.
  생계급여의 액수 자체가 물가 인상률 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생계급여 금액 계산은 최저보장수준에서 소득인정액을 공제하여 산출되기 때문에 개인에 따라 금액이 다르지만, 올해를 기준으로 계산해보면 최대로 받을 수 있는 생계급여 금액이 1인 가구 약 58만 원(583,444원), 2인 가구 약 97만 원(978,026원), 3인 가구 약 126만 원(1,258,410원), 4인 가구 약 153만 원(1,536,324원)이다. 한편, 2022년 통계청이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에 의뢰해 조사한 <2021년 청년사회·경제실태조사, 한 달 생활비 정도> 결과에 따르면 전국의 만 18세 이상 34세 이하 청년들은 한 달에 84만 9,222원의 생활비를 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이가 많아질수록 생활비는 더 늘어났는데, 만18~24세는 64만 6,116원, 만25~29세는 93만 5,640원, 만30~34세는 101만 464원으로 집계됐다. 수도권 젊은이들은 91만 2,734원으로 비수도권(77만 5,960원)보다 13% 많이 필요했고, 대학생 포함 고졸(74만 9,718원) 보다는 대졸 이상(대학원생 포함) 청년들이 21% 많은 94만 4,427원을 생활비로 지출했다. 이를 통해 봤을 때 생계 급여는 생활비에 턱없이 못 미친다. 게다가 생계급여 수급자는 ▲긴급복지지원제도 ▲국민내일배움카드 ▲노인일자리사업 ▲구직촉진수당 ▲연금(기초·공적연금) 등 5가지 복지제도를 신청할 수 없어 역차별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이런 여러 문제점에 대해 대전에서 사회복지사로 일하고 있는 김대성 씨는 “생계급여가 유일한 수입이라면 물가상승과 일반 가정의 생활비와 비교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자립을 돕는 목적이 아닌 일방적인 지급이 최선이 아닌 건 분명하다. 물론, 일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어쩔 수 없지만, 일을 할 수 있는 분들은 근로 장려와 관련된 여러 혜택을 제공해서 근로 의욕을 북돋워 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 역차별을 막고 복지 사각지대가 생기지 않도록 수급자 선정의 합리성 및 타당성을 제고하기 위한 여러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 복지 사각지대를 해결하고 비수급 빈곤층 문제에 대한 적극적인 대안이 필요하다”라는 의견을 전했다.

  기초생활수급제도가 오랜 노력의 성과임은 틀림없지만, 분명히 돌아보아야 할 부분도 있다. 빈곤을 가려내고 처리하는 과정에서 가난은 ‘증명해야 하는 것’이 되고 그 당사자에게는 좋지 않은 기억으로 남을 수 있다. 현실 적용 과정에서도 다양한 문제가 이들을 괴롭히는데, 멀쩡한 사람이면 수급을 신청할 이유가 없다는 사람들의 인식이 이들을 더욱 고통스럽게 만든다. 이웃의 더 나은 삶을 위해 차가운 시선과 무관심보다는 따뜻한 손길을 건네는 건 어떨까.


이서영 기자
2seoy0@chungb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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