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29일, 개신문화관 지하광장에서는 팔레스타인의 평화를 기원하고, 이스라엘의 학살을 규탄하기 위한 ‘충북대학교 긴급 행동’이 진행됐다. “팔레스타인의 평화를 촉구하고 이스라엘의 집단학살을 규탄한다”라는 플래카드를 들고 우리 학교 학생과 교직원, 유학생 등 수십 명이 집회에 동참했다. 참가자들은 입을 모아 팔레스타인에서 일어나는 집단 학살을 멈춰야 하며 이를 위해 시민들이 연대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스라엘의 만행을 규탄하는 시위는 우리 학교뿐만 아니라 여러 대학가와 이스라엘 대사관 앞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대체 지금 팔레스타인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전쟁의 탈을 쓴 제노사이드
* 제노사이드: 인종, 민족, 종족, 이념 등의 이유로 특정 집단의 구성원을 대량 학살해 절멸시키려는 행위
지난해 10월 하마스의 기습 공격을 빌미로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을 침공한 지 1년이 넘었다. 현지 시각 지난 10월 17일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지도자 야흐야 신와르를 제거했다는 공식 성명을 발표했다. 하마스 고위 간부 대부분을 제거했지만, 이스라엘은 여전히 전쟁을 계속하고 있다. 계속되는 이스라엘의 공습과 포격에 하마스 대원뿐만 아니라 민간인 희생자도 늘어나고 있다.
아랍권 보도전문채널 <알자지라>는 이스라엘군이 인도주의 구역인 알 마와시의 텐트를 폭격해 어린이 2명을 포함해 최소 4명이 숨지는 등 지난 11월 셋째 주 주말 동안 가자지구에서 111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영국의 <가디언>도 지난 10월 29일, 가자 북부 지역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세로 3주 동안 700명 이상이 사망했으며, 그중 300명 정도가 9일 남짓 만에 살해당했다고 보도했다. 국제구호개발기구 ‘옥스팜(Oxfam)’이 가자지구 전쟁 발발 1주년을 앞두고 발표한 분석에 따르면, 지난 1년 동안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군에 의해 사망한 여성과 아동의 수가 지난 20년 동안 발생한 다른 어떤 전쟁에서보다 많았다. 이는 이스라엘의 전쟁 목적이 팔레스타인 주민을 말살하려는 제노사이드에 있음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지난 11월 14일, 유엔 산하 ‘팔레스타인 주민의 인권에 영향을 미치는 이스라엘 관행에 관한 조사 특별위원회’(이하 특별위원회)는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전쟁 수행이 제노사이드의 특징에 부합한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저지른 전쟁은 대량의 민간인 사상자를 냈고 팔레스타인 주민에게 의도적으로 생명을 위협하는 상황을 강요하고 있는데, 이는 집단학살 특성과 일치한다”라고 밝히고, “전쟁 시작 이래 이스라엘 관료들은 식량, 물, 연료 등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생명 유지에 필요한 필수품을 박탈할 것을 공개적으로 지지해 왔다”라며 “2024년 초반까지 2만 5천 톤이 넘는 폭탄이 가자지구에 떨어지면서 건물 및 식수.위생 시스템 파괴, 농업 붕괴 및 환경오염이 이뤄졌다”라고 지적했다.

▲ 줌(ZOOM)을 통해 기자와 인터뷰 중인 살레 란티시 씨.
고국에서 들려오는 소식들
살레 란티시(27) 씨는 현재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팔레스타인 난민이다. 가자지구에서 나고 자랐으며, 2022년 12월 한국에 왔다. 지난해 10월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이 시작되면서 다시 고국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됐고, 한국에 난민 지위를 신청했다. 지금은 팔레스타인의 상황을 알리는 활동을 하고 있다.
“이것은 전쟁이 아닌 명백한 제노사이드이다” 란티시 씨가 가장 먼저 건넨 말이다. 그는 “모두 이것을 전쟁이라고 말하고, 나도 전쟁이라고 언급한다. 하지만 전쟁은 싸움이고, 두 나라의 분쟁이어야 한다. 그러나 팔레스타인은 방어 불능 상태이다. 그들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일방적으로 살해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전쟁 초기 란티시 씨는 가족들과의 연락이 닿지 않아 가자지구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이런 상황은 5개월간 지속됐다. 그러나 조금씩 연락이 닿기 시작했다. 연락은 휴대폰이나 노트북으로 이뤄졌다. 하지만 전기 공급이 끊긴 가자지구에서 이것을 충전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태양전지판을 이용해 생산한 전기를 겨우 이용할 수 있어 충전에 일주일이 걸리기도 했다. 그렇게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 가족과 연락한다.
가자지구는 현재 전기뿐만 아니라 편히 쉴 수 있는 건물도 없다. 란티시 씨는 “가자지구의 공습에 투하된 폭탄은 히로시마 원폭이 세 번 떨어진 수준이다. 가자지구에는 200만 명가량의 인구가 살고 있었는데, 현재 그 지역 건물의 75% 이상이 파괴됐다”라며 “이번 전쟁으로 사망한 어린이가 거의 1만 6천 명에 달하고, 전쟁 중에 태어나 돌도 넘기지 못하고 죽은 아기들만 700명이 넘는다”라고 밝혔다. 그는 기자에게 폭격받는 피난민 텐트와 폭격을 피해 도망치는 난민들의 영상을 보여주며 “대부분의 가자지구 주민은 집을 잃고 텐트에서 생활한다. 내 가족들도 그렇다. 이런 텐트를 이스라엘이 매일 공격해 사람들을 죽였다. 지난달에는 병원으로 사용하는 텐트를 공격하고 불태웠다”라고 분노했다. 이어 그는 “불과 30분 전에도 친구가 살해당했다. 어제도 많은 사람들이 죽었고, 하루에 200명이 죽은 날도 있다. 매일 사람들이 죽는다. 공습으로 죽는 사람도 많지만, 음식의 보급이 끊겨 굶어 죽는 사람도 많다. 어린이들도 많이 굶어 죽는다”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기자에게 가자지구의 상황을 담은 여러 영상을 차례로 보여줬다. 폭격으로 무너진 건물 잔해에서 시신을 수습하는 주민들이 기록한 참혹함은 차마 눈 뜨고 보기 어려웠다. 그는 “이 상황은 진짜다. 자그마치 5만 명 이상의 사람이 죽었다. 어렵겠지만, 이게 본인의 일상이고 이 사람들이 친구라고 상상해 보라”라며 팔레스타인의 현실을 널리 알려 달라고 부탁했다.




(출처: X(구 트위터) 계정 @AbujomaaGaza)
탈출할 수 없는 감옥
란티시 씨에 의하면 현재 가자지구는 항구, 공항, 국경이 모두 폐쇄됐다. 지금 가자지구는 세상에서 가장 큰 감옥이 됐다. 그런데 가자지구는 전쟁 전부터 이미 감옥이었다. 란티시 씨는 25년 동안 가자지구에 살면서 서안지구나 팔레스타인령 예루살렘에도 가본 적이 없다. 전기도 24시간 내내 사용한 적이 없다. 운이 좋으면 하루에 8시간 정도 사용했다. 가자지구는 전쟁 전부터 이미 포위된 감옥이었다.
란티시 씨는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을 팔레스타인 주민의 관점에서 바라봐주길 바란다. 그는 “이스라엘은 1948년에 만들어졌다. 내가 가자지구에서 난민으로 살게 된 것은 내 조부모가 고향인 이브나에서 쫓겨났기 때문이다. 이브나는 지금 이스라엘의 도시가 됐다. 우리는 돌아가고 싶어도 돌아갈 수 없었다. 돌아가면 이스라엘인이 우리를 죽일 것이 분명했다”라고 말했다.
1947~49년 팔레스타인 전쟁이 끝나갈 무렵 채택된 유엔 총회 결의안 제194조에는 팔레스타인 난민이 고향으로 돌아갈 권리가 있다고 명시돼있다. 또 제11조는 “고향으로 돌아가 이웃과 평화롭게 살고자 하는 난민은 가능한 한 이른 시일 내에 이를 허용해야 하며, 돌아가지 않기로 한 사람들의 재산 손실에 대한 보상을 그에 대한 책임이 있는 정부 또는 당국이 지급해야 한다”라고 규정한다. 하지만 이 결의안은 지금까지 팔레스타인 난민에게 전혀 적용되지 않았다.
BDS 운동, 팔레스타인에 평화를
란티시 씨는 온라인상에서 번지고 있는 팔레스타인 지지 게시물이 매우 감사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라고 말했다. 이런 움직임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순 있지만, 보다 직접적이고 효과적으로 이스라엘의 만행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스라엘의 만행을 직접적으로 막으려는 운동 중 하나로 BDS 운동(이하 BDS)이 있다. BDS는 보이콧(Boycott), 투자 철회(Divestment), 제재(Sanction)의 약자로 2005년 팔레스타인 시민 단체들이 온라인상에서 시작한 비폭력 저항운동이다. BDS는 팔레스타인에 대한 지지를 넘어 이스라엘을 경제.정치.문화적으로 국제사회에서 고립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지난 2014년 미국 최대 교단인 미국장로교와 연합감리교는 이스라엘과 점령 공모 행위를 이유로 모토로라, 휴렛패커드(HP), 캐터필러에 대한 투자를 철회했다. 또한, 지난 2021년 아이스크림 브랜드 밴앤제리스는 BDS의 일환으로 ‘자사가 추구하는 가치에 부합하지 않는다’라며 이스라엘 점령지에서 자사 제품을 철수했다. 이외에도 최근 몇 년 동안 BDS에 동참하는 서방의 기업과 단체가 적지 않다.
지난 2014년 네타냐후 이스라엘의 총리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미국 내 친이스라엘 로비단체인 미국.이스라엘공공업무위원회(AIPAC)의 총회 연설에서 BDS를 언급하며 BDS를 전략적 위협으로 간주하고 ‘반유대주의자’라고 주장했다. 또한 이스라엘은 BDS를 무력화하기 위해 관련 소송을 지원하고, BDS 지지자 이스라엘 입국 금지법 제정 등으로 대응하고 있다.
개인이 BDS에 동참하는 방법도 있다. 이스라엘 경제와 연관된 기업의 상품을 불매하고, 이스라엘산 농산물과 그것을 이용해서 제조된 식품을 소비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 세계적으로 많은 기업이 이스라엘의 금융을 이용하고, 이스라엘과 직.간접적으로 연계된 기업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BDS에서 이스라엘 공모 기업으로 제시한 목록에는 우리나라의 HD현대건설기계(이하 HD현대)도 있다. HD현대의 굴착기가 팔레스타인 주민의 가옥을 파괴하고 불법 유대인 정착촌을 건설하는 데 사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스라엘은 지난 2017년 1월 18일 나캅의 움 알-히란과, 2017년 1월 10일 칼란사와에서 팔레스타인 주민의 많은 주택을 철거하는 작업에 HD현대의 장비를 사용했다.
BDS가 지정한 소비자 보이콧의 타깃은 휴렛패커드(HP), Chevron, 지멘스, 퓨마, 까르푸, AXA, 소다스트림, 아하바, 리맥스 그리고 이스라엘산 농산물이다. 특히 이스라엘산 농산물은 지난 2021년 한-이스라엘 FTA가 체결되면서 우리나라에 활발히 수입되고 있다. 이스라엘산 과일을 사용한 과일주스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는데, 하이트진로의 과일소주 자몽에이슬, 공차에서 판매하는 허니자몽블랙티 스틱 등이 이스라엘산 자몽을 사용한다. 또한 식품의약품안전처 ‘수입식품정보마루’에 따르면, 이스라엘산 과일.채소류 가공품 수입량은 2021년 5,236톤(약 151억 원)에서 2023년 6,125톤(196억 원)으로 증가했고, 자몽 수입량은 2021년 1,656톤(약 32억 원)에서 2023년 5,033톤(97억 원)으로 가파르게 증가했다.


▲ 시중에 판매중인 상품들의 '이스라엘산' 원산지 표기.
BDS는 ‘최대의 효과를 위해, 신중하게 선택된 적은 수의 회사와 제품에 전략적으로 집중’한다. 궁극적으로 다른 기업들이 눈치 보게 만드는 것만으로도 성공이기 때문이다. BDS 보이콧 대상 기업의 상품 대신 대체재를 고려하고, 마트에서 원산지 표기를 한 번 살피는 것만으로 이스라엘의 제노사이드를 막는데 도움이 된다.
‘가자지구, 서안지구, 레바논에서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라는 소식에 무감각해진 우리는 우리의 일상을 산다. 하지만 지금도 이스라엘은 조용하고 확실하게 제노사이드를 행하고 있고, 이는 중대한 전쟁 범죄이다. 우리가 침묵하면 전 세계 어디서든 제노사이드가 재현될 수 있고, 그 대상이 우리가 될 수도 있다.
이시호 기자
2021020009@chungbuk.ac.kr








이시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