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2025년 7월 14일) 아침 7시경, 아무런 예고도 없이 포크레인 여러 대가 마을 앞 농림지역에 들어와 갑작스럽게 공사를 시작했습니다. 아무런 고지문도, 설명도 없이 진행되는 공사에 주민들은 놀랐고, 담당자를 찾았지만 끝내 만나지 못했습니다. 후에야 주변을 통해 육가공시설이 들어온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집에서 불과 5m도 채 떨어지지 않은 곳에 육가공시설이 들어온다니, 이는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이 마을 전체 주민들의 생존권, 환경권, 그리고 알 권리를 무시하는 처사입니다.”
위 내용은 갑자기 시작된 육가공시설(이하 시설) 공사에 대해 청주시 남이면 척산2리 주민들이 서원구청에 제출한 민원문 중 일부다. 이처럼 주민들은 예고 없이 시작된 집 앞 시설 공사에 강하게 반발했지만, 서원구청의 검토 결과는 이들의 기대와 달랐다. 구청은 “해당 부지가 농업보호구역(농림지역)이지만 국내 농수산물 가공시설은 법적으로 허용되며, 이번 건은 부지 면적과 용도 모두 적법하다”라고 답했다. 이어 “사업장이 제2종 근린생활시설(제조업소)로 악취방지법상 ‘악취배출시설’에 해당하지 않지만, 민원 발생 시 악취 측정 후 악취배출시설 지정을 요청할 수 있다”라며 “주민 설명회나 사전 의견 수렴은 법적 의무가 없다”라고 덧붙였다.
‘합법이며 문제가 없다’라는 것이 서원구청의 입장이지만, 도덕적 책임과 주민과의 소통 부재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 지난 7월 14일, 집 앞 공사가 시작된 당시 현장.
공사로 시작된 소음, 완공 후에도 이어질 것
지난 8월 5일, 주민 김해래(남이면 척산2리·71) 씨는 새벽 4시 반 시끄러운 소리로 잠에서 깰 수밖에 없었다. 7월 14일에 시작돼 줄곧 이어지고 있는 공사가 오늘은 새벽부터 포문을 열었기 때문이다.
“쇳덩어리 탕탕 떨어뜨리는 소리부터 기계 소리, 차 들어오는 소리에 창문 열고 쳐다볼 수밖에 없었어. 새벽에 그런 소리를 내면 누가 계속 자겠어.”
새벽부터 시작하는 공사 소음은 척산2리 주민들의 가장 큰 불편이다. 데시벨을 측정해 보니 71dB, 시끄러운 사무실, 반복적으로 울리는 휴대폰 벨소리 정도의 소음이 측정됐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약 70dB 정도의 소음에 장기간 노출될 시 심장병, 뇌혈관 질환의 발병률이 증가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공사장은 주민 거주지와 불과 5미터 정도밖에 떨어져 있지 않고, 척산2리는 시골 마을인 데다 공사장 바로 옆의 다세대 빌라도 지은 지가 오래돼 방음이 제대로 될만한 곳이 거의 없었다. 주민들은 공사에 대한 업체의 사전 양해도 없었고, 지금도 소음이 문제인데 시설이 완공되면 육류를 보관하는 냉동고 가동 소음을 계속 들어야 할 거라며 걱정했다.
피해 없이는 조치도 없는 ‘악취방지법’
주민들은 소음뿐만 아니라 시설의 환풍구와 배기구를 통해 나올 악취도 걱정이다. 주민대표인 노광기(남이면 척산2리·68) 씨는 “이곳 척산2리 마을 뒤쪽에 산이 있어 계절풍으로 남서풍이 막히지 않고 마을까지 유입돼요. 에어컨 없이도 창문만 열면 선선한 바람이 드니까 마을 사람들은 다 창문을 열고 살아요. 특히 습도가 높을 때는 바람이 산을 못 넘어가니까 마을을 맴돌면서 천천히 돌아요. 그런데 시설에서 나올 피 냄새가 바람이랑 같이 마을을 맴돌면 창문을 어떻게 열겠어요”라며 한숨지었다.
이에 서원구 환경위생과는 현행 <악취방지법> 상으로 현재 자신들이 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전했다. 현재 남이면은 도지사가 지정하는 악취관리지역이 아니기 때문이다. 서원구 관계자는 “<악취방지법> 제6조(악취관리지역의 지정) 1항에 따르면 ▲악취 관련 민원이 1년 이상 지속되고 ▲악취배출시설 운영 사업장이 둘 이상 인접해 있으며 ▲악취가 제7조의 배출허용기준을 초과해야 도지사가 악취관리지역으로 지정할 수 있는데, 현재는 남이면뿐만 아니라 서원구 전체에서 악취관리지역으로 지정된 곳은 한 곳도 없다”라며 “시설이 완공되고 사업자가 업종을 신고하면 관련된 부서별로 관련 법에 따라 협의를 진행하게 되는데, 이때 악취 관련 논의가 가능하다. 그 후에 악취가 발생하면 구청에서 악취 포집기를 이용해 측정하고, 악취가 기준을 초과하면 개선 권고를 내릴 수 있다. 1차 초과 시에는 과태료가 없지만, 개선 명령 불이행 시 추가 조치가 가능하고 이후에도 상황이 개선되지 않고 1년 이상 이어지면 해당 지역을 악취관리지역으로 지정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악취방지법>에 따르면 악취관리지역의 악취배출시설이 악취 배출허용기준 이하로 악취를 관리하지 않으면 조업정지나 1억 원 이하의 과징금이 부과된다.
이에 주민 권경숙(남이면 척산2리·79) 씨는 “누구 하나 병에 걸려야만 나서서 고친다는 거잖아요. 주민 생명이 위험해질 게 뻔한 데 법에 없으니 지켜만 보겠다는 거잖아요”라고 분노했고, 노광기 씨는 “완전 소 잃고 외양간 고치겠다는 격이에요. 법 절차와 집행을 기다리다 주민들은 이미 상당 기간 공해에 노출돼 피해를 볼 겁니다”라며 구청의 대응에 불만을 토로했다.
육가공시설, “공장 아니라 집 앞에 놓일 수 있다”
시설이 들어서는 부지는 농업보호구역(농림지역)에 속하며, 다세대 주택이 모여 있는 빌라 단지와는 불과 5m 남짓 떨어져 있다. 이처럼 주거지 바로 옆에 육가공업체가 들어설 수 있었던 것은 제2종 근린생활시설이라는 법적 분류 때문이다. 서원구청 농업정책과에 따르면 해당 시설은 육가공 공장이 아닌 제2종 근린생활시설 제조업소로 신청.허가됐다. 서원구청 건축과에 따르면 500㎡ 미만 규모의 제조업소로 신고하면 법적으로 공장이 아닌 제2종 근린생활시설로 분류 돼 주거지 옆에 지을 수 있고, 환경 규제도 거의 받지 않는다. 또한 <농지법> 제32조(용도구역에서의 행위 제한) 제1항 1조와 <농지법시행령> 제30조(농업보호구역에서 할 수 있는 행위) 제1항 4조에 따르면 국내에서 생산된 농수산물을 가공.처리하는 시설은 농업보호구역 내에서도 부지 면적 1만 5,000㎡까지 설치가 가능하다.

▲ '공장보다 사람이 우선인 나라에 살고 싶다'를 외치는 마을 주민들.
이에 주민들은 <농어촌정비법> 제23조(농업생산기반시설의 사용허가) 제1항과 제2항에 따라 육가공업체는 구청장에게 사용 허가를 받아야 하고, 구청장은 허가 전 미리 관계 주민의 의견을 들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구청 농업정책과는 “<농어촌정비법 시행령> 제31조의2(농업생산기반시설이나 용수의 사용허가 관련 관계 주민의 의견청취) 제1항에 의거해 주민 열람 공고 절차를 이행했다. 관련 내용을 시청 홈페이지에 공고했고, 이의제기가 없어 허가를 내줬다”라고 답했다. 주민들은 홈페이지 공고는 듣도보도 못했다며 형식적인 탁상행정에 한탄스럽다고 전했다.
모든 게 합법적으로 진행됐지만, 실질적인 주민 의견 청취는 없던 상황에서 주민들은 마을에 포크레인이 들어온 후에야 공사 사실을 알게 됐다. 주민들은 이번 사례가 전례가 돼 다른 업체가 같은 방식으로 또 들어올 수도 있다고 말한다. 노광기 씨는 “지금 상황이 정당화된다면 척산2리를 비롯한 농촌 마을이 2종 근린생활시설 제도를 악용하는 세력 앞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 '주민 동의 없는 밀실 허가!' 황규석(남이면 척산2리·61) 씨가 피켓을 들고 반대 시위하고 있다.
주민 반대 속 깜깜이 공사
척산2리 주민들은 매일 아침 7시부터 9시까지 2시간 동안 교대로 반대 시위를 이어가고 있지만, 업체는 주민들과 어떤 소통도 없이 공사를 계속하고 있다. 그런데 주민 누구도 공사가 언제 끝나는지 알 수 없다. 공사장에 설치한 가림막에 관련 안내 내용이 없기 때문이다. <건축법 시행규칙> 제18조(건축허가표지판)에 따르면 공사시공자는 건축물의 규모, 용도, 시공자 등을 표시한 건축허가표지판을 주민이 보기 쉽도록 공사 현장 출입구에 설치해야 한다. 그러나 지난 8월 5일 기자가 찾은 공사장 현장에는 건축허가표지판이 보이지 않았다. 이에 서원구청 건축과 관계자는 “취재일(지난 8월 5일) 전후로 현장 소장에게 건축허가표지판을 잘 놔달라고 요청했다. 그래도 보이지 않았다면 공사장에 안전 울타리가 설치되면서 건축허가표지판이 옆으로 밀린 것 같다”라고 추측했다.
다가올 사용승인, 주민 터전 지켜질까
육가공시설은 법의 테두리 안에서 건축되고 있다. 하지만 척산2리 주민들의 건강권과 일조권, 알 권리를 지켜주는 법은 없었다. 주민들은 주민 동의 없는 건축허가가 취소되길 바라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다. 그래서 완공된 후, 건축물 사용승인 단계에서라도 시설 가동을 막고자 사활을 걸고 있다.
건축물 사용승인은 <건축법> 제22조(건축물의 사용승인)에 따라 건축허가서와 설계도서 대로 시공됐는지를 확인하는 절차다. 사용승인 과정에서는 건축허가서에 기재된 내용과 감리완료보고서, 공사완료 도서 등의 서류가 적법하게 작성됐는지를 행정청이 검토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주민과의 소통 부재나 환경 피해 우려는 별도로 거부 사유가 되지 않는다.
<건축법> 전문인 이지원 변호사는 “사용승인은 건축물 자체가 법적 기준과 설계도서에 맞게 완공됐는지를 확인하는 절차일 뿐”이라며 “악취나 소음 등 환경적 피해가 예상된다고 해서 사용승인을 막을 수 있는 법적 장치는 없고, 할 수 있는 법적 조치는 ‘공사 중지 가처분’이나 ‘민원조정위원회 개최신청’ 정도가 현실적으로 가능한 대응책이다. 하지만 이것도 행정청이 반드시 따라야 하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 변호사는 “그래도 방법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만약 행정청이 허가 과정에서 악취나 소음 등 환경적 피해 대책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았다면, 주민들은 ‘조건부 사용승인’, 즉 건축 허가내용에 포함된 <악취, 소음 등 환경적 피해>에 대한 대책의 반영을 확인하여 사용승인할 것을 요구하거나 감사원 감사, 의회 청원 등을 통해 법 위반 여부를 명확히 확인할 수 있다”라며 현실적 대응 방법을 제시했다.
결국, 척산2리 주민들에게 남은 선택지는 건축허가와 사용승인 과정에서 나타난 위법 또는 편법 사항을 명확히 확인하고, 조건부 사용승인 요구나 공사 중지 가처분 신청 등 현실적 대응을 추진하는 것뿐이다. 법적 절차와 제도적 한계를 이해하지만, 주민들은 여전히 가능한 모든 수단을 통해 시설 가동을 막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 청주시 남이면 농업보호구역 내 육가공시설(척산리 350번지) 건축허가 철회에 관한 국민청원.
김동건 기자
dongard@chungb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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