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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성원
농라이프 디자인 그룹 ㈜뭐하농, 청년 농부가 만든‘함께’하는 농(農)라이프
제 990 호    발행일 : 2025.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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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의 가치는 무엇일까? 충북 괴산 감물면에는 그 물음을 실천으로 답하는 청년이 있다. 한적한 시골길 끝자락, 나무 향이 은은히 풍기는 건물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뭐하농하우스’라고 적힌 로고가 발길을 이끄는 이곳은 단순한 카페가 아니다. 농촌의 가치를 전하고, 자연과 사람의 조화를 이야기하는 농라이프 디자인 그룹 ㈜뭐하농의 중심 공간이다. 문 앞에는 오늘의 기분을 적어 넣는 ‘무드 사서함’이 놓여 있다. 기자도 기분 한 줄을 적고 들어서자, 나무와 돌이 주는 따뜻한 온기가 맞이한다. 내부는 로컬 농산물로 만든 메뉴와 함께 교육·전시·체험이 공존하는 복합문화공간의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은은한 조명과 높은 층고는 개방감을 줬고, 주변을 서성이는 고양이는 친근한 기운을 더했다. 카페의 구조와 가구 하나하나까지 모두 이지현 대표가 직접 설계했다. 벽면에는 ‘뭐하농’의 철학이 담긴 헌장과 비전문이 걸려 있다. “이 공간이 제일 마음에 들어요. 사람들이 평안함을 느낄 때, 이 공간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를 느껴요.” 그의 말에는 자신이 만든 공간에 대한 확신과 애정이 묻어 있었다.


귀농 9년 차 청년 농부, 농업에서 ‘함께’의 가치를 배우다

  도시를 떠나 괴산에 정착한 이지현 대표의 농업 인생은 표고버섯 농사로 시작됐다. 사람에게 휘둘리지 않는 삶을 꿈꾸며 선택한 농부의 길은, 그에게 ‘함께 살아가는 일’의 소중함을 일깨워줬다. “농촌에 와서 처음으로 행복을 느낀 순간은 함께하는 삶이 뭔지 느꼈을 때였어요. 경쟁하지 않고 진심으로 함께해야 모두가 잘 사는 삶이 있더라고요.” 이 대표는 농부의 삶을 살아가면서 도시에서 느낄 수 없던 농촌의 진정한 가치를 배웠다. “옛날 농촌에는 두레나 품앗이 같은 문화가 있었잖아요. 혼자서는 할 수 없으니까, 생겨난 문화예요. ‘함께’가 바로 농(農)의 본질이에요.”
  이런 그의 생각은 농업법인 ㈜뭐하농의 설립으로 이어졌다. ‘뭐하농’은 ‘뭐 하는 농부들’을 줄인 말로, 농업의 인식 변화를 위해 뭐든지 해보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뭐하농에는 이 대표와 함께 자연 친화적인 삶을 고민하고 행동하는 ‘라이프 파머(Life Farmer)’들이 함께한다. 그들도 함께하는 농라이프 가치를 추구하며 초록빛의 시설들을 운영하고 있었다.

‘뭐하농하우스’에서 ‘모두의 밭’까지, 농업을 생활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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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하농하우스 내부의 모습.

  2020년 설립 이후, 뭐하농은 카페, 밭, 도서관 등 농촌의 가치를 전하는 다양한 공간을 운영하고 있다. 그중 상징적인 공간은 단연 ‘뭐하농하우스’다. 괴산 농부들이 길러낸 채소와 과일로, 자연 그대로의 맛을 전하는 카페이자, 다양한 교육과 전시가 열리는 복합 문화 플랫폼이다. 카페의 모든 메뉴는 로컬에서 나는 농작물로 직접 만든다. 카페 안은 나무와 돌이 전하는 자연을 느낄 수 있고, 뭐하농의 다양한 굿즈도 볼 수 있어 눈이 즐겁다. 카페 밖은 아이들이 흙을 갖고 놀 수 있는 작은 놀이터와 야외 테이블이 마련돼 있다.
  현재는 상시 운영 중이지만, 앞으로는 예약 기반의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이 대표는 “명절처럼 특별한 시기에는 팝업의 형태로 카페를 다시 열 생각”이라며 앞으로의 계획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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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하농하우스 외관.

  뭐하농하우스 앞에는 ‘모두의 밭’이라 불리는 자연순환 정원형 밭이 펼쳐져 있다. 이곳은 이 대표가 선정한 뭐하농의 핵심 공간이다. 모두의 밭에는 고추와 파, 고추와 가지처럼 작물들이 짝을 지어 자라나고 있는데 채소와 허브, 채소와 꽃의 조합도 있었다. 이는 사람과 자연 모두에게 건강한 농업을 추구하기 위한 ‘동반 식물’ 재배법이다.
  모두의 밭은 작물을 심고 수확하는 과정뿐만이 아니라 동반 작물 설계와 생태 융합 등 다양한 친환경 농법을 배우는 곳이다. 이 대표는 “제가 강조하는 ‘동반’, ‘함께’라는 말은 생산만을 위한 효율 중심 농업과는 맞지 않아요. 열매를 수확할 때 중요한 건 환경 보호와 인간의 수확, 그 사이에서 균형을 잘 맞추는 것이에요. 자연을 무분별하게 이용하는 기형적인 형태의 농업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인간과 자연이 같이 살아갈 수 있는가를 생각해야 해요”라며 건강한 농업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뭐하농하우스 뒤편으로는 작은 책방인 ‘농부도서관’이 자리 잡고 있다. 농부도서관은 뭐하농이 주최한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정착한 작가들이 많아져, 자연스럽게 만들어졌다. 책방에는 생태, 로컬, 철학 등 농부들의 취향이 담겨있는데, 뭐하농에 머무는 동안 읽고 싶은 책을 자유롭게 빌려서 읽을 수 있다. 책방 옆으로는 ‘사유의 방’이라는 이름의 공간이 마련돼 있어, 조용한 시간이 필요하거나 모임을 가질 때 이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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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가자들이 요리할 수 있도록 마련한 공유 주방.

  농부도서관을 따라 걸으면, 행사나 교육 목적으로 세미나와 포럼을 할 수 있는 ‘공유창작공간’과 ‘공유 주방’이 나온다. 세미나와 포럼에 참가한 사람들은 공유 주방에서 함께 재료를 손질하고, 함께 요리하고, 함께 음식을 먹는다. 이 과정에서 참가자들은 새로운 재료 손질법과 요리법을 배우기도 한다. ‘공유창작공간’과 ‘공유 주방’ 주변은 원래 밭이었는데, 이곳을 찾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모두와 공유하는 잔디밭으로 만들었다. “우리는 정해진 틀보다 사람들의 요청에 맞춰 프로그램을 구성해요”라는 이 대표의 말처럼 뭐하농은 열린 농업 교육의 장이라 할 수 있다.

농게더링, 지속 가능한 농업을 향한 한 걸음

  이지현 대표와 뭐하농의 다음 목표는 ‘농게더링(農+Gathering)’이다. 농의 다층적 가치를 함께 탐색하려는 이들이 모여, 지역에서 지속 가능한 삶을 고민하는 네트워크다. 이들은 다양한 지역 활동가와 농부들이 연결되고, 지역 안에서의 삶, 일, 관계의 균형을 만들어가고 있다.
  이 대표는 농의 가치를 교육, 체험, 관광 등의 콘텐츠로 엮어, 함께 살아가는 방식을 배우는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아이들에게 생태 농업과 진로 교육을, 대학생과 성인에는 농 창업 사례 중심으로 교육해요”라며 농의 가치를 전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소개했다.
  이지현 대표는 경험을 강조하는데, 농촌에서의 소중한 경험을 더 많은 이에게 알리고 실천을 이끄는 것이 그가 하는 활동의 목표다. 그는 늘 사람들에게 농촌의 즐거운 경험을 전하고 싶다. “일반인들이 방문했을 때, 어떻게 하면 이 순간을 가장 즐거운 기억으로 남게 할까를 늘 고민해요. 자연 속에서 함께 웃고, 함께 배운 기억이 남았으면 좋겠어요.”

‘함께’에서 시작된 변화, 농업의 새로운 길

  “사실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고민을 안 해봤어요. 그러다가 가슴을 울리고 감정을 요동치게 하는 제가 진짜로 원하는 삶, 저한테는 그게 농업이었어요.”
  그에게 농업은 단순한 직업이 아니라 나와 주변 사람을 생각하며 살아가는 방식이다.
  “농촌으로 오면서, 저의 바람은 딱 하나였어요. 제 남편과 사랑하는 친구 그리고 가족들과 하루에 밥 한 끼 같이 먹는 것, 딱 그거 하나였거든요.”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하고 싶은 이 대표의 실천은 농촌의 새로운 변화를 이끄는 동력이 됐다.
  “얼마나 나의 시간과 고민을 투여했는가, 그게 결국 삶의 깊이를 결정하는 것 같아요. 아무도 걸어보지 않은 길을 걸어와서 처음엔 공감받지 못했지만, 이제는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고 느껴요.”
  뭐하농의 길은 농업의 미래를 새롭게 디자인하는 실험이자, 인간과 자연이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묻는 여정이다. 농촌의 변화는 어쩌면 거창한 정책보다, 이런 ‘함께 사는 삶’을 실천하는 한 농부의 철학에서 시작하지 않을까? 이지현 대표가 추구하는 농업의 가치가 변화의 바람을 통해 널리 알려지고 곳곳에서 실현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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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뭐하농 이지헌 대표.
민성원 기자
sungwon0985@chungb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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