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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지수
당신의 마음속에 ‘On Air’
제 846 호    발행일 : 2012.04.17 


 
 지지직, 지지직... 안테나를 이리저리 돌려보며 힘들게 주파수를 맞추고, 이내 DJ의 목소리와 음악소리가 흘러나온다. 과거 7080 세대의 추억 중 라디오는 단연 빠질 수 없는 존재다. 방송을 하던 음악다방은 만남의 장소이기도 했고 라디오를 듣는 사람들은 정성들여 엽서에 사연을 적어 보냈다. 또 음악 CD나 레코드를 살 수 없어 라디오에 좋아하는 음악이 나오면 재빨리 녹음해 듣기도 했다. 그야말로 라디오는 생활 속의 ‘친구’였다.
 영상이 지배하는 디지털 시대인 지금 ‘요즘 누가 라디오를 듣냐’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40년 넘게 명맥을 이어온 라디오의 매력은 끝이 없다. 총천연색으로 뒤덮인 텔레비전에서는 절대로 경험할 수 없는 것들이 라디오에는 있다. 라디오의 매력을 통해 아날로그의 감성을 떠올려보자.
 영국 가수 ‘버글스’는 1979년 <Video Killed the Radio Star>라는 곡을 발표했는데, 이 노래에서는 영상매체가 등장해 라디오의 입지가 좁아질 것이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그로부터 30여 년이 지난 현재, 여전히 라디오는 건재하다. 라디오의 가장 큰 매력은 눈으로 보는 화려하고 자극적인 영상보다 전파에 사람의 목소리를 실어 여러 사람들과 나눌 수 있다는 점이다. 주로 사람들의 이야기로 꾸며지기 때문에 자신이 사연을 보내기도 하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같이 공감하면서 다른 장소에 있는 사람들이 마치 한 방에 모여 대화를 나누는듯한 느낌이 든다. 사람 냄새나는 매체, 그것이 라디오의 가장 큰 매력이다. 특히 감정을 쌍방향으로 공유한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라디오는 고정팬이 많고 충성도도 높다.
 라디오의 또 다른 매력 중 하나는 편하게, 언제나, 어디서나 들을 수 있고 다른 일을 하면서도 들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시각적, 청각적 자극이 동시에 가해지는 텔레비전은 보면서 다른 일을 하지 못해서 장소에 제약을 받지만 라디오는 들으면서 운전을 할 수도 있고, 공부도 할 수 있고, 집안일을 할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학생, 소상인, 주부, 직장인까지 청취자의 범위가 다양하다. 주로 10대들은 MP3 플레이어나 스마트폰으로 야간자율학습 시간에 듣고, 중장년층의 경우 상가나 버스 등에서 많이 듣는다. 중학교 때부터 라디오를 즐겨들었다는 이성은(대전유성여자고등학교2) 씨는 “처음엔 단순히 심심해서 듣게 된 라디오였지만, 다른 사람들의 감동적이고 재미있는 사연과 좋은 음악 때문에 이후에도 자주 듣고 있다”며 “사연에 공감하기도 하고 유용한 지식을 알려주면 곧 내 지식이 돼 좋았다”고 전해 라디오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또한 편의점을 운영하며 라디오를 많이 듣는다는 김명이(55) 씨는 “가게를 보면서 크게 지장받지 않아 라디오를 선호한다. TV보다 접하기 쉬워 사회의 뉴스거리나 정보를 얻게 되고, 가요와 팝 음악을 들으며 일할 수 있어 편하다”고 전했다.
 그리고 TV처럼 편집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진실하다는 매력도 있다. 그래서 DJ, 게스트 등 말하는 사람의 감정이 다 드러난다. 그렇기 때문에 출연자들은 자신이 원하는 모습만 보여줄 수 없다. 특히 라디오를 이끌어가는 DJ들의 경우 그들의 일거수 일투족에 청취자들이 귀를 기울이고, 매일 그들의 생각이 전파를 타기 때문에 자신을 포장하는 것도 있을 수 없다. 그러므로 텔레비전에서는 반짝하고 등장해 다가가기 힘들고 멀게만 느껴졌던 스타들이 라디오에서 진실된 모습을 보여주고, 자신과 대화한다는 느낌을 주는 것이 청취자에게 라디오의 또 다른 매력으로 다가온다. 청주 MBC에서 ‘오! 마이 라디오’를 진행하고 있는 김병재 DJ는 “라디오는 가까이 있는 친구 같다. 그래서 자신을 진실되게 털어놓을 수 있는 매체다. 또 감정이 드러나기 때문에 청취자들이 더 귀 기울여 듣고 살갑게 반응할 수 있다”며 “라디오는 주로 귀로만 듣는 매체이기 때문에 말 한마디 한마디를 조심해야 하고, 그만큼 노력이 많이 필요하다. 그래서 방송에 만전을 기울일 수밖에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라디오의 매력을 알리기 위해 라디오도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주로 노래와 이야기로 이뤄졌던 라디오는 그 범위가 확대돼 시사, 교양, 경제, 뉴스 등 다양한 분야와 그에 따른 각양각색의 프로그램으로 구성되고 있다. 이는 분명 많은 사람들이 라디오를 듣고, 또 라디오가 그만큼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청취율의 변화도 크게 다르지 않다. 많은 전문가들이 라디오의 하락세를 예견했지만 낮과 밤의 청취율 차이가 약간 있을 뿐, 오히려 사람들의 참여가 늘어 청취율이 줄어들지 않았다. 이에 대해 CJB 청주방송의 ‘라디오 매거진 오늘’을 제작, 진행하고 있는 박은선 PD는 “라디오를 통해 마음을 열고 사연을 나누기 때문에 계속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것 같다. 라디오가 생활 속에 녹아들어 사람들에게 기쁨과 추억이 됐으면 좋겠다”며 의견을 전했다.
 또한 방송 시스템이 디지털화돼 방송도 원활해지고 제작여건이 나아졌다는 것도 변화의 물결에 큰 도움이 됐다. 인터넷 홈페이지와 문자로 사연과 신청곡을 받을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마련했고, 최근에는 SNS를 활성화시켜 진행하기도 한다. 과거 편지와 엽서를 쓸 때의 소소함은 찾아보기 힘들지만 ‘소통의 시대’에 발맞춰 변화한 것이다. 가장 큰 변화는 ‘보는 라디오’ 시대가 열렸다는 것. 지난 2003년 도입된 이후 지상파 방송 3사가 전 프로그램에 골고루 확대시켜 대부분의 프로그램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 KBS의 ‘콩’, SBS의 ‘고릴라’, MBC의 ‘미니’ 등과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청취자들은 방송 현장을 눈으로 보며 실시간 메시지로 소통한다. 또 인터넷을 이용하기 때문에 다른 지역, 다른 나라에서도 라디오를 들을 수 있다. 박 PD는 “예전의 라디오 방송이 한 방향으로만 가능했다면 현재의 라디오 방송은 청취자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할 수 있는 쌍방향 방송이 됐다”며 “이에 따라 참여도가 높아져 방송 내용도 풍부해졌다”고 밝혔다.
 또한 과거 라디오를 향유했던 7080 세대를 다시 돌아오게 하는 노력도 이뤄지고 있다. 묵혀둔 아날로그 감성이 라디오에서도 부활한 것이다. 최근 SBS의 러브FM은 7080 세대의 추억을 불러오는 복고 콘셉트로 재정비했다. 가수 송골매의 보컬 구창모 씨, 변진섭 씨, 개그맨 이성미 씨 등 반가운 얼굴을 새 DJ로 기용한 것이다. 이를 통해 다시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7080 세대의 추억과 감성을 다른 연령대가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어 세대 간의 소통이 기대된다.
 세대를 넘어서 사람의 추억과 감성을 가장 크게 불러내는 매체, 라디오. 사람들의 이야기와 아름답고 멋진 노래로 이뤄지는 라디오는 소통의 장이기도 하다. 라디오는 여전히 사람들의 곁에서 계속 사랑받고 있다. 변화만 있을 뿐 절대 사라지지 않을 라디오는 당신의 마음속에 여전히 ‘On Air’다.

박지수 기자 jisu2870@c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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