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키보다 큰 사진 앞에서 사람들은 우뚝 멈춰 서 있었다. 멀찍이 뒤로 가서 한참을 서 있다가 다시 앞으로 가서 살펴보기를 반복하는 사람들. 흑백사진에 둘러싸인 서로 다른 그들은 같은 감동을 받고 있었다.
게릴레로 에로이코(Guerrillero Heroico)
나무토막인형을 안고 있는 소녀
바라데로 해안의 피델
작품보다 덜 유명한 사진작가, 알베르토 코르다
게릴레로 에로이코(Guerrillero Heroico). 몹시 익숙한 이 사진의 작가가 누구인지 아는 사람은 몇 명이나 될까? 영웅적인 게릴라라는 뜻을 가진 이 이미지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복제되고 인용된 것이다. 오늘 날 ‘체 게바라’라고 했을 때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이 사진은 그의 혁명적이고 강인한 이미지 조성에 큰 역할을 했다. 사진 한 장으로 인물의 성격과 내면적 모습을 표현하고자 했던 작가의 의도가 성공적으로 반영된 셈이다. 그는 바로 알베르토 코르다(Alberto Korda)이다.
본명은 알베르토 페르난도 디아스 쿠티에레스(Alberto Fernando Diaz Gutierrez). 카메라를 손에 들기 시작하면서 쿠바에서 사진으로 가장 유명했던 ‘코닥(Kodak)’과 헝가리의 영화감독인 코르다 형제의 이름을 따 예명을 지었다. 그는 원래 모델들과 함께 쿠바의 패션 사진계를 이끌던 사진 작가였다. 하지만 쿠바 혁명이 일어난 순간 그의 사진 인생에도 작은 혁명이 일어났다. 취재를 하기 위해 혁명의 최고 지도자였던 피델 카스트로(Fidel Castro, 1926~ )와 동행하며 사진을 찍기 시작한 것을 계기로 코르다는 피델을 약 10년 간 따라다니며 쿠바의 혁명을 렌즈를 통해 담아냈다. 이후 쿠바의 대표적 사진 작가로 자리매김한 그는 2001년 심장마비로 눈을 감았으나 그가 남긴 사진들은 아직도 사람들에게 생동감을 전해주고 있다.
코르다는 자신의 작품이 누군가의 소유물이 되는 것에 대해 반대했다. 상업적 이미지로 팔려나가는 것을 우려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 이외에는 어떠한 대가도 요구하지 않았다. 이처럼 순수하게 사진으로만 정의됐던 그의 전시회가 현재 서울에서 열리고 있다. 삼성동 코엑스 1층의 특별전시장에 가면 유명한 체의 얼굴을 비롯한 코르다의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전시장은 크게 다섯 가지 테마로 나뉘어 사진을 소개한다. 스튜디오 코르다(Studios Korda), 리더들(Leaders), 사람들(Peoples), 여인들(Women), 바다(Sea)가 바로 그것들이다. 스튜디오 코르다에서는 코르다의 모습과 그의 작업장을, 리더들에서는 쿠바 혁명과 관련된 각종 인물들을 만날 수 있다. 혁명의 열기가 가득한 아바나 광장과 쿠바 사람들 또한 관람객들을 기다리고 있으며 패션 사진 작가 시절의 작업 사진들까지 전시돼 있다. 그는 한 때 해양 사진에도 관심을 가진 적이 있어 바닷속의 아름다운 산호초 사진들이 전시회의 마무리를 짓고 있다.
A Revolutionary Lens, KORDA
체 게바라는 “모든 진실된 인간은 다른 사람의 뺨에 자신의 뺨이 닿는 것을 느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는 이 문장을 통해 체 게바라의 열정과 따뜻한 인간미를 동시에 느낄 수 있다. 이번 전시회는 쿠바의 혁명속에도, 피델의 강인함 속에도 휴머니즘이 살아있음을 잘 나타내주고 있다. 코르다는 그 사실에 충분히 집중하고 그것을 표현하고자 노력했던 것이다. 지난해 11월부터 시작된 이 전시회는 3월 1일까지 계속될 예정이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운영되지만 입장 마감은 관람 종료 1시간 전이다.
박혜인 기자 pie00k@cbnu.ac.kr








박혜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