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시외버스터미널 하차장 앞에 있는 승강장 간판.
우리 학교 안에서 710번 버스를 타고 시외버스터미널 정류장에 내리면 청주 시티투어 승강장 위치를 안내하는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투어에 참여하기 위해 멀리 찾아갈 필요 없이 가까운 곳에서 쉽게 여행할 수 있었다. 또한 참가비는 3,000원으로 시내버스 두 번 타는 비용보다 저렴한데 한나절 동안 청주 명소를 다녀올 수 있어 가성비가 좋은 점도 매력적이었다. 이날 투어에는 기자 포함 7명이 참가했다. 시티투어는 5명 이상이어야 출발이 확정된다. 현장 탑승도 가능하지만, 당일 투어 진행 여부를 알 수 없기에 사전 예약하고 투어에 참여하는 것이 권장된다.
버스가 출발하자 해설사는 가는 내내 청주를 소개했다. 청주 용두사지 철당간과 상당산성 같은 지역의 역사 이야기가 이어지며 차 안에는 정겨운 분위기가 흘렀다. 청주를 처음 찾은 사람에게는 도시를 이해하는 입문 강의였고, 오래 산 시민에게는 익숙한 풍경을 다시 보게 하는 시간이었다. 창밖으로 스쳐 가는 거리와 건물에 이야기가 덧붙으니, 평소 무심코 지나치던 곳이 다르게 보였다.
도대체 누가 청주 시티투어에 참여하지?
기자는 투어에 참여하기 전엔 ‘누가 이 투어를 이용하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투어 참석자는 대부분 청주 시민이었다. 의외였다. 시티투어라 하면 외지 관광객을 먼저 떠올리기 쉽지만, 정작 이 도시를 더 알고 싶어 하는 사람은 가까이에 살고 있었다. 참가 계기도 저마다 달랐다. 청주로 이사 온 지 얼마 되지 않은 한 참가자는 “청주에서 뭐 하지?” 하고 찾아보다 인터넷에서 투어를 알게 됐다고 했다. 낯선 도시에서 정을 붙일 곳을 찾던 사람이 시티투어에서 길잡이를 얻은 것이다. 청주시청 홍보를 보고 온 참가자도 있었다. 이 참가자는 이전에 참여했을 때 좋은 기억이 많았다며 이번에도 매우 만족한다고 했다. 한 번의 좋은 경험이 다음 참여로 이어진 사례다.
천안에서 온 참가자들은 시티투어를 자주 다니는 애호가였다. 여러 도시의 투어를 경험한 이들이 청주 코스를 선택했다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 해설사에 따르면 청주 시티투어에 제주도와 부산 등 전국 각지에서도 사람들이 찾아온다. 바다와 오름으로 유명한 곳에서 온 사람들이 왜 청주의 숲길을 걸으러 올까. 거창한 시설이나 화려한 볼거리보다 ‘천천히 걷는 시간’ 자체가 주는 위로가 이유일까? 이날 숲에서 만난 풍경이 그 답을 어느 정도 보여 주었다.
옥화 치유의 숲, 천천히 걷다.
첫 목적지는 옥화대 일원의 치유의 숲이다. 이곳은 침엽수가 울창한 숲으로, 청남대와 속리산 관광으로 이어 갈 수 있어 연계 코스로도 주목받는다. 도시에서 멀지 않은 거리에 이만큼 깊은 숲이 있다는 사실이 새삼스럽다.
해설사는 옥화 9경과 여러 걷기 길의 코스별 특징을 차례로 설명했다. 길마다 풍경과 분위기가 다르고, 해설사 본인이 느낀 감상도 함께 들려주어 단순한 안내를 넘어 이야기를 듣는 재미가 있었다. 어느 길은 어떤 계절에 좋고, 어느 길은 어떤 사람에게 맞는지 들으면서 참가자들은 다음에 다시 와서 걸어 볼 길을 마음속으로 골랐다. 다만 옥화 9경 가운데 청석굴은 원래 일정에 있었으나 모종의 이유로 폐쇄돼 이번에는 둘러보지 못했다. 참가자들은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번 코스의 핵심은 상쾌함과 힐링이다. 걷는 속도는 느리다. 마음껏 걸을 수 있게 자유 시간도 넉넉히 준다. 천천히 걷다 보면 중간중간 쉴 수 있는 벤치가 나타난다. 벤치에 누워 산림욕을 하며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를 올려다보니 머릿속을 채우던 잡념이 사라졌다. 시험과 과제처럼 평소 머리를 떠나지 않던 생각들이 잠시 멀어졌다. 서두를 이유가 없었다. 시티투어 이용객을 위한 혜택도 마련돼 있다. 옥화 치유센터의 유료 체험은 8,000원이지만, 시티투어 이용객은 10% 할인된 7,200원에 이용할 수 있다. 다만 투어 중엔 4명 이상 희망해야 이용할 수 있다. 옥화대 짚트랙도 시티투어 이용객은 1만 원에서 10% 할인된다. 걷기만으로 아쉬운 참가자에게는 몸을 쓰는 체험이라는 선택지도 있는 셈이다.


▲ 옥화 치유의 숲 산책로 전경(위)과 산책 중 쉴 수 있는 벤치(아래).
토속의 맛, 올갱이국 한 그릇
숲길을 걷고 나면 허기가 진다. 점심은 자연의 맛으로 올갱이국을 택했다. 올갱이는 다슬기를 가리키는 충청도 말로, 이 지역 사람들에게 익숙한 향토 음식이다. 아욱을 넣어 끓인 국물은 담백했다. 가격은 한 그릇에 12,000원이다. 자극적이지 않은 맛이라 숲에서 느낀 차분한 기분이 식탁까지 이어졌다. 같은 테이블에 앉아 국물을 떠먹으며 참가자들은 오전에 걸은 길과 해설사의 이야기를 나누었다. 처음 보는 사이였지만 여행의 동료가 됐기에 대화는 어렵지 않았다. 향토 음식을 함께 맛보는 일정은 투어의 또 다른 재미였다.

숲 해설과 함께한 미동산수목원
오후에는 미동산수목원으로 이동했다. 입장료는 무료다. 참가자들은 숲 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약 50분간 산책했다. 이미 와 본 적 있는 참가자도 적지 않았는데, 한 참가자는 미동산의 유래와 나무 종류를 들으며 걸으니 더 좋았다고 말했다. 같은 길도 아는 만큼 다르게 보인다는 말이 실감 나는 순간이었다. 눈으로만 스쳐 갔던 나무에 이름과 사연이 붙으니 산책은 하나의 수업이 되었다.

▲ 계수나무 잎을 엮어 만든 팔찌.
산책로 한편의 황톳길에서는 맨발로 걷는 사람들이 보였다. 신발을 벗고 흙의 감촉을 느끼며 걷는 모습에서 이 수목원이 시민들의 일상적인 쉼터로 쓰이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해설은 단풍나무로 이어졌다. 해설사는 단풍나무 잎이 나무마다 달라 3갈래에서 11갈래까지 다양하다고 설명했다. 같은 단풍나무라도 잎을 하나씩 비교해 보면 모양이 제각각이라는 것이다. 참가자들은 잎을 직접 들여다보며 손바닥을 닮은 잎의 특징을 이야기하는 해설사의 설명을 따라갔다.
이어서 계수나무 잎을 활용한 활동이 진행됐다. 해설사가 잎에서 향기가 난다고 알려 주자 참가자들은 잎을 코에 대고 향을 맡았다. 이어 해설사는 참가자들에게 끈을 나누어 줬고, 참가자들은 끈을 이용해 계수나무 잎을 엮은 팔찌를 만들었다. 거창한 만들기는 아니었지만, 손에 남은 작은 결과물이 하루의 기억을 오래 붙들어 줄 듯했다. 수목원 곳곳에 핀 꽃과 나무 이야기를 함께 들으니, 산책이 한층 알찼다는 평이 이어졌다.
마지막 순서는 도꼬마리를 이용한 미니 내기 게임이었다. 도꼬마리는 옷에 달라붙어 떼어 내기 번거로운 식물로 알려져 있다. 산이나 들길에서 마주치면 반갑지 않은 존재로 여기기 쉽다. 그런데 이 식물로 게임을 하며 웃고 겨루다 보니 도꼬마리가 마냥 부정적인 존재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의견이 나왔다. 작은 게임이 식물을 바라보는 시선을 바꾼 것이다. 싫어하던 대상도 새로운 방식으로 만나면 달리 보일 수 있다는 소박하지만, 의미 있는 깨달음이었다.

▲ 시티투어 참가자가 미니 게임에 열중하는 모습.
도심 속 여유를 권하며
청주 시티투어는 멀리 떠나지 않아도 버스 한 번이면 닿는 곳에 숲이 있음을 보여 준다. 옥화 치유의 숲에서는 걷고 눕고 바라보며 쉬었고, 미동산수목원에서는 나무의 이름과 사연을 들으며 눈을 뜨는 경험을 했다. 두 곳 모두 자극보다는 느림으로 기억에 남는 장소였다.
청주 시티투어는 기자가 다녀온 트레킹투어 말고도 여러 투어가 있다. 청주시 통합예약 사이트를 보면 트레킹투어 외에 상당산성과 청주동물원을 도는 힐링로드투어, 초정행궁과 치유마을을 찾는 초정힐링투어 등 여러 코스가 있다.
바쁜 일상에 지친 도시인이라면 주말 한나절, 시외버스터미널 하차장에 있는 청주 시티투어 승강장에서 미처 몰랐던 청주의 명소로 가는 버스에 올라 보는 것은 어떨까. 도심 속에서도 여유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을 조용히 권해 본다.
윤상현 기자
sanm9427@chungbuk.ac.kr








윤상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