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다시 해보자." 아르페지오의 기타연습은 계속된다.
통기타, 옛 시절로 돌아가는 타임머신
- 교내 통기타 동아리 아르페지오
저녁 8시가 넘어가고 있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하루 일과를 마쳤을 시간. 하지만 우리학교 통기타 동아리 ‘아르페지오(Arpeggio)’의 연습 소리는 끊이지 않고 있었다.
“학기 초 신입생 모집기간을 거치고 나면 동아리 인원수가 확 늘어나요. 그 상태에서 한달 반 정도 지나게 되면 어느 정도 인원 정리가 되는 편이죠.”
아르페지오의 총무 전솔연(철학과·10)학생이 덧붙여 설명한다.
“작년에는 신입생들이 60~70명쯤 지원했었어요. 그런데 올해는 그 인원이 160명 정도로 늘었죠. 보통 경우에 비해 절반 이상 늘어난거예요. 그만큼 통기타에 대한 인기가 올라갔다는 뜻인 것 같아요.”
전반적으로 가입자 수가 많이 줄어들어 걱정이 많았던 타동아리들과는 다른 상황이다.
“아무래도 대중매체의 영향이 큰 것 같아요. 계속해서 화제가 되고 있는 오디션 프로그램의 출연자들 때문에요. 장재인이나 데이비드(David) 오처럼 기타를 들고 노래를 하는 모습이 시청자들에게 많이 비춰졌잖아요. 소위 언더 그라운드(Under Ground)에서부터 유명했던 한희정이나 10cm같은 가수들도 같은 경우죠. 요즘은 가수 아이유(IU)의 영향도 굉장히 큰 것 같아요. 이번 신입생들 중에 아이유 팬들도 많거든요.”
매체의 영향으로 통기타에 대한 관심이 대폭 늘었다는 것이 전솔연 학생의 설명. 이 같은 현상은 동아리 자체에 대한 관심은 물론 동아리 내에서도 또 다른 식으로 표현되고 있었다.
“다루는 악기가 통기타여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동아리 내에서는 예전 노래들도 인기가 많아요. 최근 오디션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젊은이들이 새롭게 부른 ‘가로수 그늘 아래 서면’이나 ‘세월이 가면’같은 곡은 특히 인기죠.”
7080노래를 연주하는 일은 단순히 최근 들어 생겨난 것만은 아니다. 아르페지오는 전통적으로 가수 고(故)김광석의 노래를 많이 연습하고 개인의 취향에 따라 여러 옛 노래들을 연주하고 있다고 한다.
“동아리에서 연습을 하거나 공연을 할 때 0기나 1기 선배님들도 찾아오곤 하세요. 그런 상황에서 제 또래들이 부르는 옛날 노래들은 커다란 공감대를 형성해줘요. 예전에 학교를 졸업하신 선배님들과 지금 학교를 다니고 있는 대학생들도 같이 느끼고 공유할 수 있는 뭔가가 생긴다는 거죠.”
각종 포털사이트 인기 검색어에도 수차례 오르며 최근 찾는 이가 더욱 많아진 7080음악. 이 열풍은 음악에서만 그치지 않고 함께 시대를 풍미했던 통기타 또한 화제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더불어 세대별로 나뉘어 있던 우리 문화에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순간의 인기가 아닌 앞으로의 발전을 기대해보자.
수 많은 LP판들의 위치를 꿰뚫고 있는 오영길 사장, 어떤 신청곡이 들어와도 손 쉽게 찾아낸다.
"나 아직 안죽었어" 들어는 봤니? LP판
- 7080세대에 아련함을 선사하는 뮤직바
턴테이블 위에서 돌고 있는 LP판이 오래된 소리를 노래한다.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 신사중학교 건너편에서 골목을 조금 들어가면 만날 수 있는 곳. 뮤직바(Music Bar) 트래픽(Traffic)이다.
“가게 연지는 8년 6개월쯤 됐네요.”
뒤로는 만오천 장 정도의 LP판을 꽂아둔 채 얘길 꺼내는 오영길 사장.
“손님들은 거의 음악 들으러 오시는 분들이죠. 그래서 대부분이 단골이고요. 연령층은 크게 몰려있지는 않은데 주로 3,40대가 옵니다. 20대들도 꽤 와요. 특히나 최근 들어서는 젊은 손님들이 많아진 것 같네요. 구경도 할 겸 한 번 들려보는 사람들도 많죠.”
시대가 변하며 수요가 대폭 줄어 이젠 소장품으로 여겨지는 LP판이 이곳에선 주인공이다. 자칫 생소하게 다가올 수도 있는 형태의 뮤직바지만 서울만 하더라도 비슷한 가게들이 이미 여러 군데 자리하고 있다.
트래픽은 손님들이 개인 블로그에 글과 사진을 올리는 등 온라인에서도 입소문이 자자한 곳이다. 평소에는 음악 동호인들은 물론 유명 음악인들도 자주 방문한다고 한다.
“이름은 잘 기억 못하는데, 엊그제도 방시혁씨인가 왔다갔어요. 음악 좋아하는 것 같더라고요.”
점점 사라져가는 문화를 이렇게 꺼내어 모두와 공유하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그냥 가장 큰 이유는 제가 음악 듣는 걸 좋아하기 때문이에요. 남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것도 있겠지만 일단 제가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시작하게 된 것 같네요.”
가게의 LP판은 가요나 팝 등 특정 장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가장 오래는 1950년대의 음반부터 상대적으로 최근 음반들까지 시대 또한 다양하다. 적어도 8시간 동안 계속되는 음악 소리를 들으며 손님들은 금세 그 시절로 돌아간 듯한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옛 분위기를 자아내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예전 DJ들의 모습처럼 아직도 종이에 신청곡을 받는 오씨. 전날 들어온 것이라는 신청곡 종이들이 그의 손에 한 움큼 들려있었다.
음반계의 불황으로 디지털 음원만을 발표하는 가수들이 많아진 요즘. CD발매는 이미 가수들의 ‘도전’이 되어버린 것만 같다. 거기다 테이프(Tape)는 만나기 힘들어진지 더욱 오래. 하지만 잊혀진 줄만 알았던 LP판은 아직도 부지런히 돌아가고 있다. ‘7080세대’라 불리던 이들의 그 때 그 시절. DJ오빠들과 거리를 수놓던 노래들은 아직도 꺼지지 않은 불빛으로 반짝반짝 빛나고 있다.
박혜인 기자 pie00k@c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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