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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혜인
지금은 인문학 계절
제 831 호    발행일 : 2011.04.16 
곳곳에서 불어오는 인문학 바람, 그 향기에 취하다

 인문대학 학생들은 오늘도 괴롭다. 졸업하면 무슨 일을 할거냐 밥은 벌어먹고 살겠냐... 혼자서 생각하기에도 벅찬 문제들을 주위 사람 모두가 같이 고민해주는 까닭이다. 특별한 문제가 있어서일까? 이들은 단지 ‘인문학’을 전공하고 있을 뿐이다.
 경제개발과 성장위주의 정책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우리 사회는 급속도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실용위주의 학문과 기술들이 주류로 선택받으면서 밥벌이가 되지 않는 순수학문들은 자연스레 뒤처지는 것이 현실이었다. 그런데 요즘, 미디어를 비롯한 곳곳에서는 인문학이란 단어가 끊이질 않는다. 고리타분하고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던 인문학이 다시금 화제가 되고 있는 이유는 뭘까.
 어쩌면 사람들은 알게 모르게 갈망하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쓸모’만이 화두로 떠오르는 요즘 세상에서 나는 인간으로서 어떤 ‘쓸모’를 갖는지. 삶과 인간의 가치에 대해 문득 고민하게 될 때 그 어디에서도 답을 찾을 수 없음에 답답해 한 적이 있었을 것이다. 돈 걱정과 취업 걱정뿐인 주변을 둘러보며 오히려 자기 자신을 나태하다고 여기고 채찍질했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오늘날 인문학은 배워봤자 실용성도 부족하고 취직에도 유용하지 않을 수 있다. 좀 더 솔직해지자면, 그렇다. 인문학이 오늘의 끼니를 해결해주지는 못한다. 하지만 인문학은 앞으로 우리의 인생에서 어떻게 끼니를 해결해야 할지를 일깨워 줄 수 있다. 쳇바퀴 돌 듯 굴러가는 일상속에서 지쳐 나의 존재조차 잊어버렸을 때, 희망을 주고 다시 일어날 수 있게 힘을 주는 것. 그것이 바로 인문학이다.

 
-‘희망의 인문학, 봄 박물관에서 꽃피다’ 2011 청주 인문학 교실
 국립청주박물관과 지역주간지 충청리뷰가 기획한 인문학 강좌의 모집인원은 40명. 기획 담당자를 비롯한 주위의 우려와는 반대로 이 강좌는 조기 마감되며 대기자 명단까지 만들어냈다.  


 
 ‘희망의 인문학, 봄 박물관에서 꽃피다’라는 이름으로 열린 2011 청주 인문학 교실은 4월 13일 개강해 매월 한 번씩 총 10차례의 강의를 할 예정이다. 문학, 역사, 철학, 미술 등 지역에서 접하기 어려운 인문학을 시민들과 함께 풀어나간다.
 청주 인문학 교실을 기획한 충청리뷰 이재표 편집국장은 “먹고 살기도 힘든데 무슨 인문학이냐고 생각하실 분들이 많아요. 그만큼 많이 사라져가고 있기도 하고요. 특히 대학은 문제가 더 심각하죠. 사립대에서는 인문학과가 폐지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하니까요”라며 말문을 열었다. “요즘 세상은 실용성이 지나치게 강조되고 있어요. 시대 풍조가 한 쪽으로 치우쳐버린 것이죠. 자연스럽게 사회 균형을 맞추고자 인문학이 열풍의 새 주인공이 된 것이라고 봅니다. 생활 속에서도 확실히 인문학 소식이 많이 들려오고 있고요.” 전체적으로 인문학의 맛보기 형식인 이번 인문학 교실을 시작으로, 앞으로는 특정한 대상을 목표로 한 인문학 프로그램을 구성할 계획이 있다고 이재표씨는 말을 마무리 지었다.
 인문학 교실의 첫 강의는 철학자 탁석산씨의 ‘역사에서 교훈을 배울 수 있는가?’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이날 탁석산씨는 인문학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는 신선한 충격을 수강생들에게 선사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역사에서 교훈을 배울 수 없습니다. 박물관에서 이런 강의를 하는 게 참 아이러니하지만 사실이에요. 보통 우리는 역사를 친근하게 느끼고 많은 것을 알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러나 과거는 완벽히 낯선 나라입니다. 새로운 나라죠. 지금과 많은 것들이 비슷할 거라는 생각은 우리들의 착각이에요. 예를 들어 선조들이 어두운 밤에 만나려면 어떻게 했을까요? 시계도 달력도 없고 호롱불조차도 부유한 집에나 겨우 있는 물건이었는데, 칠흙같은 어둠속에서 어떻게 만났을까요? 우리는 짐작조차 하지 못해요. 이렇게 하나도 알지 못하는데 그것을 통해서 교훈을 얻을 수 있을까요? 이제 조금 의심이 가기 시작할 겁니다” 그는 계속해서 “흔히 철학이 고상하고 진리를 탐구하는 어려운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근본자세는 모든 상식에 도전하는 것입니다. 이미 자리 잡은 하나의 체계와 상식에 도전한다는 것은 사실 대단한 용기예요. 지금은 도전자들이 없죠. 그저 옛날의 플라톤 이야기만 하는 것은 지금 삶에 도움이 하나도 안돼요. 철학도 삐딱하고 치열하고 투쟁적인 학문인거죠”
 탁석산씨의 말에 따르면 우아하고 격조 있는 인문학 수업을 기대했을 사람들. 인문학의 실체가 드러나버린 강당엔 오히려 집중어린 시선과 흥미로운 표정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지금 우리들에게 필요한 것은 ‘인문학!’
 요즘 온라인 카페와 학교 홈페이지, 단대 게시판에 자주 보이는 문구가 있다. ‘충북대생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술이 아닌 인문학!’ 술보다도 더 필요한 인문학을 노래하는 사람은 다름 아닌 우리학교 이기웅(경영학부?07) 학생. 현재 휴학 중인 그를 이렇게 움직이게 한 것은 대체 무엇일까?


 
 “우선 전공이랑은 상관이 없어요. 또, 혼자 시작한 일이고요. 사회가 많이 각박해지고 전 세계적으로도 경제위기가 계속해서 발생해왔잖아요. 자본주의라는 한 체제가 자리 잡은 후로 같은 형식의 문제가 고쳐지지 않는다는 것은 모순점이 해결되지 않았다는 거예요. 효율성과 이익만이 강조되고 인간성은 부재하는 것이 가장 근본적인 문제라고 봅니다”
 진리의 상아탑이라 불리던 대학이 진리 탐구를 떠나 전공과목의 학점에만 목을 매 안타까웠다는 이기웅 학생. 그래서 그는 직접 인문학 포럼을 계획하게 됐다.
 “특히 대학생들에게 연대의식이 부족해졌다는 점은 큰 문제예요. 개인주의가 심화되면서 결집력도 낮아지고요. 이번 상대평가제 도입을 예로 들면, 대다수의 학생들이 불만스러워 했지만 개개인의 불만으로 그쳐버렸잖아요.”
 아직까지 인문학 포럼에 대한 큰 반응은 없는 상황. 하지만 인문학이 필요하다는 그의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대학 새내기를 위주로 모집해서 기획을 같이 했으면 해요. 제가 혼자 짜놓으면 학생들의 직접적인 고민이 들어가지 못하니 의미가 없을 것 같아서요. 5월 달에 이틀 정도 릴레이 강연을 하고자 하는 것이 목표예요. 시키는대로 열심히 하기보다 창조적이고 비판적인 태도가 우리에게 더 필요하지 않을까요?”

박혜인 기자 pie00k@c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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