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걷기’를 검색해본다. 다이어트나 질병예방과 같은 걷기 운동의 효과와 관련 정보들이 쏟아진다. 최근 더해진 웰빙 바람은 꾸준히 사랑받아 오던 걷기 운동을 더욱 대중화시키기도 했다. 그렇지만 간편한 운동이라고 해서 동네 약수터만 생각하는 것은 오산! 걷기에 도전해보고 싶지만 어떻게 해야 할 지 고민하는 이들을 위한 걷기대회, 천편일률적인 걷기가 지겨운 이들을 위한 아름다운 길들. 자동차 대신 두 발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걷기는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불어오는 바람과 흘러가는 풍경을 느끼며 잠시 여유를 갖고 싶다면 바로 지금, 한 번 걸어보자.
-걷기를 시작하기 막막하다면?
걷기를 주제로 한 대회나 행사들은 그 수가 늘어나고 있을 뿐 아니라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대한걷기연맹이 공식 사이트를 통해 공지한 올해의 행사일정만 살펴봐도 30여 개를 넘어간다. 이곳에서는 지속적으로 개최해오던 걷기대회는 물론 해외의 걷기대회에도 참가하고 있으며 원주웰빙걷기대회는 거의 매월 진행하고 있다. 사람들의 참여가 높아지고 있는 만큼 조금 더 세분화되고 체계화된 프로그램들을 선보이겠다는 것이 연맹 측의 설명이다.
대한걷기연맹에서는 단체를 대상으로 했던 대부분의 이전 행사들과는 다르게 개인의 걷기 운동을 관리해주는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누구든지 원하기만 하면 공식기록과 생활 걷기 기록까지 관리해줘 자신의 걷기 기록이나 운동 날짜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순위제로 나타나며 부분적으로는 표창을 수여해 회원에게 또 다른 동기 부여도 하고 있는 셈이다. 대한걷기연맹에서는 ‘단순히 대회로 끝나는 것이 아닌 이를 통한 일상속의 걷기 유도’라는 목적을 가지고 있음을 밝혔다.
한편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국토대장정의 인기도 뜨겁다. 국토대장정은 참가자 선발에 지원서의 비중이 크기 때문에 이미 온라인상에 많은 작성요령이 게재되어 있다. 주최측에 따라서 프로그램의 내용도 조금씩 다르다. 본인의 입맛에 맞는 루트를 선택할 수 있는 곳도 있고 의료진이 대동하는 곳도 있으며 무료로 진행되는 곳도 있다. 하지만 공통점이 하나 있다면 모두 엄청난 지원률을 자랑한다는 것이다.
작년 여름 국토대장정에 참가했던 우리학교 자연과학대학의 한 여학생은 “정말 많이 힘들었어요. 적지 않은 참가비와 시간도 들여야 했죠. 끝난 후에는 피부도 많이 타서 부모님이 못 알아보실 정도였거든요. 하지만 20대 때 이런 도전을 해보지 않으면 후회할 것 같았어요. 온 종일 걸어다니며 많은 생각을 해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지원동기가 됐고요.”라고 말하며 미소지었다.
-아스팔트보다는 ‘걷기 좋은 길’
지난 주말 꽤 많은 양의 비가 내렸다. 전날 비가 왔다는 사실이 무색하리만큼 파랗게 갠 일요일, 상당산성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여유를 즐기고 있었다.
행사나 대회에 참여하거나 운동코스로 만들어진 산책로를 다니는 것이 일반적인 걷기였다면, 요즘은 볼거리가 풍부한 자연친화적 길이 인기다. 대한민국에 걷기 좋은 길의 열풍을 불러온 것은 단연 ‘제주 올레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에 각 지역마다 올레길을 모방한 산책로들이 상당수 생겨난 상태다. 사람들 또한 딱딱한 도심보다는, 여유를 느낄 수 있는 길들을 찾아 나서고 있다.
청주 상당산성 성곽길이 시사 잡지 ‘시사IN’과 지방자치단체장들이 꼽은 ‘걷기 좋은 길 33’에 선정됐다. 이미 많은 시민들이 자주 찾는 나들이 장소지만 넓은 잔디밭과 숲속을 배경으로 한 자연친화적 환경이 걷기 좋은 길이 된 가장 큰 원인이다. 산성 입구까지는 승용차로 진입할 수 있어 접근 또한 쉽다. 사계절 그 어느 때에도 절경을 볼 수 있으면서 길도 잘 정비되어 있으니 걷기 좋은 길로 손색이 없어 보인다.
물론 이같은 길들이 결국은 인위적이라는 의견도 없지 않다. 하지만 대한걷기연맹 직원 전덕수씨는 걷기 좋은 길들의 조성이 또 다른 문화를 양산해냈다고 말한다. “‘마실’이라는 말 들어보셨죠? 대부분의 걷기 좋은 길들은 이미 예전에 걷던 길들이에요. 동네 산책하듯이요. 제주 올레길을 통해 붐이 일어나면서 정비가 되어있지 않던 길들이 코스화되기 시작한거죠. 물론 많은 사랑도 받고 있고요” 걷기 좋은 길이 주는 의미 또한 마찬가지라며 전 씨는 말을 이어갔다. “이제 사람들은 그저 걷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걸으면서도 편한 길, 아름다운 길을 찾고 있어요. 걷기와 길이라는 것은 뗄 수 없으니 이는 단순히 길의 진화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겠죠?”
사람들이 운동 삼아 걷는다 할지라도 런닝머신이 아닌 좋은 길을 찾는 이유는 뭘까? 도심 속 도로를 벗어나 밟아보는 흙과 눈 앞에 펼쳐지는 자연의 모습들. 걷기 좋은 길을 찾아나서는 발걸음은 여전히 줄지 않고 있다.
-형식적인 걷기가 싫다면 일상 속에서 걸어보자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늘어나는 ‘워커’들을 위해 많은 프로그램과 길들이 생겨났다. 하지만 이런 것들을 형식적이고 인위적으로 바라보는 시선들 또한 적지 않다. 이들이 찾고 있는 것은 조성해놓은 길과 일회성으로 끝나는 활동이 아닌 생활이 묻어나는 걷기 아닐까?
청주 지역 걷기 동호회 ‘청주삼백리’가 주말마다 걸어다니기 시작한 지도 어느덧 10여 년이 됐다. 우리학교 농경학과 출신인 대표 송태호씨는 “대회에 참가하거나 유명한 길들을 따라 걷는 것도 좋지만 생활 속에서 걷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유명한 산이나 길을 따라 해외로도 다녀봤지만, 지역 사회를 모르고 있다는 생각이 지금의 청주삼백리를 만들었다. 송대표는 “일단 걷기라고 하면 1차적 목적으로는 신체적․정신적 건강 유지겠죠. 그런데 걷다보면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 사회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해요. 교통, 교육, 환경 같은 여러 문제들도 보이기 시작하고요. 그러다보면 자연스럽게 지역의 발전에도 가담하게 됩니다. 전부 차를 타고 다니면 알 수 없는 부분들이에요. 별다른 것이 아니라 출퇴근시간이나 짧은 거리를 이동할 때 걸어보라는 것이죠”라며 답했다. 이처럼 그는 조금 불편하더라도 걷기를 생활화할 것을 권유하고 있었다. 승용차보다는 대중교통, 그리고 가능하다면 자전거나 도보를 통해 자연스럽게 걷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대학생들은 학교 근처에서 거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잖아요. 그게 오히려 걸어다니기 좋은 환경을 제공해주고 있는 거에요. 학교를 오가는 길과 교내에서 이동하는 모든 것이 걷기니까요. 그 정도는 해볼 만하지 않겠어요?”








박혜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