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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혜인
한 컷의 프레임 속에 담긴 세상
제 835 호    발행일 : 2011.08.30 
넘겨보는 만화책부터 클릭하는 웹툰까지



‘봉천동 귀신’. 몇 주 전엔 ‘옥수역 귀신’이 실시간 검색어 1위더니 이번엔 봉천동 귀신이다. 호기심에 검색어를 클릭해본다. 괴기스런 사진과 그림들, 누리꾼들의 다양한 반응과 관련 기사도 줄을 잇는다. 알고보니 최근 한 포털사이트에서 연재하고 있는 미스테리 웹툰의 제목이었다.

‘웹툰’이라는 말은 이미 낯설지 않다. 기본적으로 사용되는 PC는 물론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을 통해서도 많은 사람들이 웹툰을 보고 즐긴다. 웹툰의 초창기부터 현재까지 연재를 계속하고 있는 강풀은 가히 웹툰 1세대라고 불릴 만한 작가다. 첫 연재 이후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 그의 작품들은 대부분 영화화되거나 연극무대에 올라가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책장에 머물러 있던 만화들이 온라인이라는 새 영역을 가꾸고 대중적 인지도를 얻는데에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은 뭘까. 역시나 일찍부터 웹툰을 시작했던 포털사이트 다음(Daum)의 ‘만화속세상’ 관계자는 말한다. “웹툰이라는 것은 만화책과는 별개의 콘텐츠적 속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만화책이 온라인과 결합됐다기보다는 단행본이 e-book이 되고, 신문기사가 인터넷으로 옮겨온 것처럼 확장의 개념으로 이해하는 편이 맞을 것입니다. 웹툰은 출판되고 있는 만화들과 비슷하기는 하지만 대부분은 기존과 다른 연출, 다른 속성의 이야기로 독자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각각의 작품마다 독자들의 연령대나 성비는 다르지만 그 수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만큼은 명백한 사실이다. 웹툰이 이처럼 호응받고 있는 원인으로 다음 ‘만화속세상’의 관계자는 몇 가지 이유를 들었다. 먼저 편하게 즐길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요인이다. 특히 국민의 대부분이 PC를 갖고 있는 요즘 웹툰의 접근성은 상당히 높다. 이는 기존의 만화 애독자들은 물론 만화를 즐겨보지 않던 사람들도 부담감 없이 웹툰을 보도록 만들어 줄 수 있다. 웹툰의 인기가 날로 상승하는 주요 원인도 이와 같다. 자주 접속하는 포털 사이트를 통해 접하는 방식이 대부분이므로 대상에 상관없이 접근성을 더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로는 웹뷰(webview) 방식에 적합한 즐길 거리가 제공된다는 점이다. 기존의 만화책에서는 지면이 표현하지 못하는 한계점이 분명히 존재했었다. 물론 그러한 장벽에도 굴하지 않고 사랑받아온 만화들은 많다. 하지만 현대의 독자들은 더 현실적이고 생동감 있는 매체를 접하기 원하고 있다. 이제 소비자들은 손가락에 침을 묻혀가며 책장을 넘기는 것이 아니라 스크롤과 클릭으로 모든 것을 해결한다. 이런 점에서 만화 속에 영상이나 플래시, BGM등이 지원된다는 것은 웹툰의 큰 장점이다. 스크롤 방식이 선호되며 웹에 최적화된 보여주기 방식에 중점을 둔다는 것은 제작 측면에 있어서 웹툰이 갖고 있는 특징이기도 하다.

때문에 ‘만화속세상’을 비롯한 각종 사이트에서는 웹툰 작가 섭외가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정식 웹툰은 물론 누구나 도전할 수 있는 게시판도 따로 개설되어 있다. 여기에 정기적, 부정기적 공모전도 더해져 ‘괜찮은 웹툰 작가 모셔오기’가 경쟁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만화가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있어 웹툰은 비교적 넓은 세상이다. 최소한의 장비로 자신의 역량을 충분히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많은 웹툰이 소비되고 있어 참신한 스토리가 중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대중적인 스토리부터 마니아적인 스토리까지 어떤 내용이든 연재하는 데에는 상관이 없다. 화려한 색감을 자랑하는 작가들도 많고 흑백만을 사용해 표현하는 작가들도 꽤 많다. 별다른 자본이 없이도 자신의 작품을 많은 사람들에게 선보일 수 있다는 점에서 도전의식을 불러 일으키고 있는 웹툰은 마치 오디션 프로그램들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웹툰의 이같은 상승세에 따라 기존의 만화작가들도 변하기 시작했다. 대중적인 인지도를 갖고 있는 만화가 허영만 씨. 그의 화려한 프로필 중 이미 여러 편의 작품들은 웹툰의 형태로 연재된 것들이다. 최근 웹툰 ‘말에서 내리지 않는 무사’를 연재중인 허영만 씨는 만화책에서 웹툰으로 붓을 옮긴 대표적 만화가다.

변화는 만화가들에게만 일어난 일이 아니다. 지난 8월 17일부터 21일까지 진행됐던 ‘부천국제만화축제’에서는 ‘스마툰(Smartoon)'이라는 주제로 축제기간 내내 전시가 열렸다. 이 상설전시는 행사장의 1층에 전시되어 모든 입장객들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고 또 그만큼의 관심을 받았다. ‘스마툰’은 기존의 만화를 디지털화하고 웹 만화의 선구자들을 되짚어보면서 디지털 시대의 만화가 갖는 가능성들을 살펴보는 주제로 진행됐다. 황미나, 신일숙, 김혜린 등 여러 작가들이 참여한 ‘아홉번째 신화’를 디지털로 변환해 책과 함께 전시해놓은 것은 아이들과 함께 방문한 학부모들이나 기성세대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현재 인기리에 연재되고 있는 스타 웹툰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해놓은 것 또한 관람객들의 집중을 받았다.

하지만 만화책, 만화잡지를 비롯한 기존의 만화산업은 상승곡선을 타지 못했다. 2011년 현재 전국 만화방들의 상황은 그리 좋지 못하다. 1960년대, 만화방이 전국적으로 확대되며 만화산업은 안정적인 독자층을 확보할 수 있었다. 만화방은 최신 작품들을 맛볼 수 있는 독자들의 공간임과 동시에 대여 시스템으로 인해 한국만화의 기반을 약화시키는 결점을 가져오는 곳이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 이들에겐 이러한 비난도 모두 옛 추억이 됐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했던 만화잡지의 명성도 예전 같지 못하다. 독자들은 무료로 즐기는 웹툰이나 적은 비용으로 공유사이트를 사용하는 등 만화를 보며 제 값을 지불하는 일에 인색해져 버렸다. 출판되는 만화책보다 더 많은 만화가 웹툰의 형태를 빌어 쏟아져 나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기성 작가들마저 웹툰으로 거처를 옮겼으니 전국의 만화방, 출판사들은 타격을 입지 않았다고 할 수 없게 됐다.

그렇다고 웹툰을 다루는 포털사이트가 모든 작가들을 수용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상대적으로 적은 자본으로 도전해 볼 수 있다는 웹툰의 특성 탓에 많은 만화가 지망생들이 너도나도 웹툰을 그리고 있다. 하지만 이들에게 고정적이고 충분한 급료를 제공하는 일은 그 누구도 해결해 줄 수 없다. 적어도 이들이 정식작가가 되기 전까지는 말이다. 이미 여러 포털 사이트에서 수많은 웹툰들이 요일별로 업데이트되고 있다. 그러나 그 보다 더 많은 웹툰들이 도전 코너나 블로그에서 업데이트되고 있다. 해당 사이트에서 모든 이들에게 정식작가와 같은 대우를 할 수도 없는 것이 현실. 포털사이트 네이버(Naver)의 만화 중 ‘베스트 도전’ 작품들에는 더 적나라한 현실들이 발견된다. 작가가 자신의 작품을 통해 독자들에게 ‘정식 웹툰으로 옮겨가지 않는다면 꾸준히 연재하기가 힘들 수도 있다’, ‘작업 환경이 열악해서 연재가 늦어지더라도 양해 바란다’와 같은 말들을 털어놓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이 순간, 쉴 새 없는 손끝은 또 하나의 프레임을 채우고 있을 것이다. 그들이 그려내는 그림은 작은 틀에 갇힌 듯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그 틀에 얽매이지 않고 어떤 방향으로 발전할지는 더 두고 보아야 할 일이다.

 

 

박혜인 기자 pie00k@c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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