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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혜인
송편을 빚어야만 추석인가요?
제 836 호    발행일 : 2011.09.19 
우리학교 유학생들이 말하는 추석 연휴
연휴 기간에 도서관을 찾았던 학생들

 

마치 땅으로 쏟아질 듯한 보름달이 하늘에 걸렸다. 월요일이었던 추석을 사이에 두고 연휴와 주말이 겹쳐, 대부분의 국민들은 4일 정도의 휴식 아닌 휴식을 맞았다. 전국의 고속도로는 예외없이 막히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려니 모두 매진이다. 그런데 당신이 차 안에서 혹은 부침개를 뒤집으며 지냈던 그 시간을 우리학교 안에서 보냈던 학생들이 있다. 심지어 그 수도 적지 않다. 조용히 자신들만의 명절을 지냈을 그들의 이야기, 한 번 살펴보자.


 

집으로 가는 길은 멀지만, 그래도 괜찮아요
우리학교 BTL기숙사 안쪽에는 유학생 생활관이 위치하고 있다. 이곳에서 지내고 있는 외국인 유학생들은 총 154명. 그중 이번 연휴에 고향을 방문했던 학생은 0명. 간혹 다른 지역에 친척이 있는 학생들도 있지만 이는 드문 일이다. 게다가 비슷한 시기에 명절을 지내지 않는 나라들을 제외하더라도, 중추절(仲秋節)을 지내는 중국의 유학생들이 90%에 육박한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중국에서 온 왕문단(미생물학과·08) 학생의 얘기를 들어봤다.
“기숙사에 있는 대부분의 학생들이 중국인이기도 하고 그렇지 않더라도 다들 친해요. 그래서 친구들과 장을 보고 요리를 했어요. 유학생 생활관에는 취사 시설이 마련되어 있거든요. 재료나 향신료가 부족해서 고향의 음식과 똑같을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거의 비슷해요.”
왕문단 학생은 현재 학과의 연구실에서 교수님들을 도와 일을 하고 있다. 명절을 앞둔 토요일까지는 연구실에서 지내다가 그 다음날부터 본격적인 연휴를 보냈다고 한다. 지금은 동아리 활동까지 하고 있지만 유학 초기에는 한국 생활이 익숙하지 않았다. 하지만 한국어를 점점 배워갈수록 외로움도 그리움도 차차 줄어들기 시작했다.
“적응이 많이 되어서 크게 힘든 점은 없어요. 주로 겨울방학 때 고향으로 가서 가족들도 보고 오고요. 이번 추석엔 가족들은 물론 친척들에게도 모두 전화를 돌렸는걸요.”
왕문단 학생의 목표는 우리학교 석사 과정을 마치는 것. 비록 몸은 집을 떠나 있지만 친구들, 하고 싶은 공부가 그녀를 더욱 힘나게 한다.
중국에서는 중추절이라는 이름으로 추석을 맞이한다. 그러나 추석을 지내지 않는 나라에서 온 학생들도 있었다.
말레이시아에서 온 사라(영어영문학과·10, Sarah Shalome Moses)는 본국에서 전자공학을 공부하고 있었지만 2년 전 우리학교로 편입했다. 고향의 교회에서 한국인 유학생들을 만났던 것이 한국유학의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어느새 2년이란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그녀의 눈에는 신기한 것들이 많다. 특히 이번 추석은 그녀에게 특별한 경험이었다.
“이번에 한국인 친구의 집을 방문하게 됐어요. 같이 송편도 만들었죠. 한국에서는 정말 많은 음식들을 준비하는 것 같아요. 다같이 모여서 음식을 만들고 그걸 모두가 나누는 것이 참 좋아보였어요. 또 제사를 지낼 때도 많은 정성이 들어가는 것에 놀랐고 각각의 음식 위치가 정해져 있다는 것이 너무 신기했어요. 선물 세트들은 또 얼마나 다양하고 많은지, 말레이시아에서는 과일 정도만 주고 받거든요.”
말레이시아에는 추석과 같은 명절은 없고 민족에 따라 다양한 명절들이 있다. 사라가 가족들과 가장 중요하게 보내는 기간은 추수감사절, 크리스마스라고 한다.
“한국의 추석보다는 상대적으로 간소하다고 할 수도 있어요. 그날은 맛있는 빵, 쿠키들을 만들어서 가족끼리 나눠먹어요.”
처음엔 언어, 기후, 음식 등 많은 것들이 그녀를 힘들게 했다. 하지만 오히려 그런 상황은 그녀의 적응력을 키워주는 원동력이 됐다. 현재 4학년인 사라는 졸업을 하고 나면 고향으로 돌아갈 생각이다. 그러나 말레이시아에서도 한국 회사에 지원할 계획을 가질 만큼 한국은 사라에게 좋은 기억으로 자리하고 있다.   
“제사나 한복 같은 것들을 보고 많이 놀랐어요. 이렇게 현대화한 나라에도 자기의 문화가 강하게 남아있다는 사실이요. 말레이시아도 오래전에 고유의 문화가 사라졌거든요. 제가 지내고 있는 한국도, 이곳의 생활도 모두 만족하고 있어요.”

 

화려한 비상(飛上)을 위해, 우리는 도서관으로 간다
한적한 교정. 일상으로의 복귀를 하루 앞둔 연휴 마지막날이다. 하지만 교내 도서관만큼은 그렇지 않다. 추석 당일을 제외한 연휴 기간에 중앙 도서관을 방문한 학생은 600명 가량, 형설관을 찾았던 학생은 무려 3000명에 가깝다. 명절까지 반납한 채 머리를 싸맨 학생들이 많았다.
실제 도서관에서는 우리학교 학생이 아닌 사람들도 만나볼 수 있었다. 연휴 기간에도 운영하는 학교 도서관이기에 일부러 찾아온 사람들까지 있다는 얘기다. 청주에 살고 있는 우리학교 학생들도 도서관을 방문한다. 연휴라고 해도 차례지내는 일을 제외하고는 마땅히 할 일이 없어 공부를 하는 것이다. 그러나 타 지역에서 온 학생들 중에는 부모님께 안부전화를 드리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던 경우도 있었다.
중앙도서관 로비에 앉아 있는 한 학생을 발견하고 말을 붙여봤다. 교직이수와 더불어 임용고시를 준비하고 있는 정진원(철학과·06) 학생이었다. 집은 경기도 안산이지만 당장 다음달에 시험이 있는 터라 갈 수가 없었다고 한다.
“기숙사에서 살고 있는데 연휴기간에는 식사 제공이 안 돼요. 그래서 컵라면도 먹고 그랬죠. 그래도 한 끼는 청주에 있는 친척집에서 친척들과 함께 지냈어요.”
기숙사에 남아 있는 학생들도 몇 안 된다는 사실이 마음을 더 울적하게 하고, 텅 비어버린 듯한 학교가 그 마음을 더욱 부풀린다.
“아무래도 기분이 좋지는 않죠. 이렇게까지 해야 되나 싶은 마음도 있고요. 그렇다고 공부를 안 할 수도 없는 사정이니까요”라고 얘기를 하는 학생의 얼굴에는 피곤함이 가득했다.
농업경제학과의 한 학생은 추석 연휴에도 공부를 하는 학생들에 대해 “그래도 추석인데 가족들 얼굴 정도는 보고 오는 게 좋지 않을까요. 며칠 안 되는 기간인데 그마저도 공부를 하는 건 좀 너무하는 것 같아요. 당장 시험이 있다면 또 모르겠지만 좀 안타깝네요”라는 의견을 표했다.


박혜인 기자  pie00k@c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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