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차, 통합, 융합. 이 세 가지 단어는 모두 크로스오버 음악(crossover music)을 정의할 때 등장하는 것들이다. 조금 더 설명을 붙이자면, 하나의 장르에 다른 장르가 섞여 만들어진 형식의 음악을 뜻한다. 근래에도 종종 접할 수 있는 퓨전 국악이나 클래식과 팝음악의 결합이 바로 크로스오버 음악에 속한다. 첫 크로스오버 음악의 형태는 재즈와 록의 혼합이었다. 1969년 트럼펫 연주자 마일스 데이비스(Miles Davis)가 재즈에 록을 조화시키면서 ‘재즈록’ 혹은 ‘록재즈’라는 장르를 대중들에게 선보였다. 이를 필두로 점차 퍼져나간 크로스오버 음악은 성악과 미국 포크송이 함께 묻어나는 <퍼햅스 러브(Perhaps Love)>, 국악과 랩이 조화된 서태지의 <하여가>처럼 우리들에게 점점 친근하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일반적으로 조금은 생소한 느낌의 크로스오버 음악. 하지만 이와 같은 느낌과는 다르게 이미 크로스오버 음악을 중심으로 한 공연이나 가수들의 수는 적지 않다. 테너 임태경 씨도 크로스오버 가수에 속하며 피아니스트 막심 므라비차(Maksim Mrvica)나 바이올리니스트 바네사 메이 (Vanessa Mae Vanakorn Nicholson)도 마찬가지다.
크로스오버 음악에는 팝페라(팝과 오페라), 락페라(락과 오페라), 뮤페라(뮤지컬과 오페라), 퓨전 음악 등도 속한다. <아름다운 나라>로 대중들에게 유명한 신문희 교수는 흔히 팝페라 가수로 소개되고는 한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이 크로스오버 가수라고 말한다. 팝페라는 정확히 오페라 아리아를 팝 창법으로 불러야 되는 것인데, 신 교수는 성악을 기본으로 한 자신만의 창법으로 다양한 장르를 소화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 크로스오버 음악이 알려지는데 있어 신 교수가 선구적 역할을 한 지 어느 새 8년째. 지금까지도 그녀를 힘들게 하는 것은 단순히 장르를 낯설어하는 대중들이 아니다. “크로스오버 음악이라고 해서 마구 섞어놓는 것이 다가 아니다. 크로스오버 뮤지션에게는 음악적 깊이와 다양성이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해외에 비해 우리나라는 기본기가 좀 부족하다. 흔히 ‘클래식에서 잘 못 나가는 뮤지션들이 하는 장르’라는 대중의 인식도 그래서 생겨난 것이다”라고 말하는 신 교수는 안타까움을 내비쳤다. 현재 <아름다운 나라>는 중학교 교과서에 실려 있으며 지난 ‘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폐막식에서는 그녀의 목소리가 대한민국에 울려 퍼졌었다. 기획사도 없이 혼자 홍보하며 방송국도 환영해주지 않았던 시절을 보내고 조금은 유명해진 지금, 그래도 음악가로 살아가는 것이 여유롭지만은 않다. 후크송과 아이돌 가수가 넘쳐나는 세상이지만 사람들을 위한 곡을 가슴에 남기는 것이 신 교수의 최종 목표다.
부산광역시에서는 <예감>이라는 이름으로 30회 이상의 크로스오버 콘서트가 진행된 바 있다. 자신들이 마치 콘서트 백화점과 같다고 설명하는 공연 기획 측은 장르에 제한 받지 않으면서 ‘예기치 못한 감동’을 주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예감>은 또한 다양한 음악 장르 간의 혼합만이 아니라 문학, 미술처럼 다른 예술 분야와 음악과의 결합까지도 시도하고 있다. 관계자 측은 콘서트에 대해 “공연 일정이 정기적으로 잡혀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사실 ‘예감’은 올해 초까지만 해도 매월 무료공연을 펼쳐왔었으나 몇 달 전부터는 분기마다 1회씩 공연을 하는 것으로 계획을 바꾸어야 했다. 무료공연과 작은 공연장이라는 여건 때문에 시민들이 자주 예약을 취소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관객들의 반응이 별로였던 것은 아니었다. 공연 기획 측은 “적게는 100명 단위에서부터 많게는 1만 명 단위까지의 관객분들이 참여해주신다”는 말을 덧붙였다. ‘예감’에서는 성악 계통의 공연이 주를 이루고 있어서 높은 연령층의 반응이 더 좋다고 한다.
음악 평론가 임진모 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웹진 <이즘>(www.izm.co.kr)을 통해 크로스오버 음악을 언급한 적이 있다. 한마디로 하자면 ‘함부로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는 먼저 ‘최근 급부상하기 시작해 하나의 물결처럼 크로스오버 음악이 퍼지기 시작했다’는 인식을 꼬집고 있다. 요 근래에 생겨난 것이 아니라 대중음악의 근간을 이뤄왔던 것이 크로스오버 음악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뒤늦게 우리나라에서 유행처럼 번지기 시작한 크로스오버라는 이름은 음악에 자본을 끌어들이기 시작했다. 크로스 오버 음악에 대한 관심이 갑작스레 높아지자 상대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그저 음악을 합쳐놓는 일에만 몰두했던 것이다. 임진모 씨가 가장 크게 지적하는 것이 바로 이 부분이다. 아티스트의 자유로운 사고가 아니라 매출신장, 이미지 제고를 위한 제작사의 개입이 크로스오버를 만들어내고 있는 현실 말이다.
몇 년 전, 힙합 음악이 우리나라의 음악 순위에 변동을 가져왔던 적이 있었다. 불량하고 위협적인 문화로만 받아들여졌던 힙합이 대중적으로 변화하면서 번지기 시작한 뒤, 리스너(listener)들 사이에서는 소소하지만 가라앉히기 힘든 논쟁거리가 하나 생겨났다. 논란의 소지가 됐던 것은 지금의 힙합은 ‘진짜’ 힙합이 아니라는 주장이었다. 힙합의 색채가 대중적으로 변한 것은 힙합만의 정통성을 잃어버린 채 상업성에 물든 것이라는 얘기가 그 주장을 뒷받침했다. 반면 힙합의 크로스오버는 상업주의가 아닌 발전이고 또 다른 방향일 뿐이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흑인들의 음악이었던 힙합에 결합된 이질적 요소들이 사람들에게는 부정적으로 인식이 됐던 것일까. 진짜와 가짜를 두고 계속됐던 청중들의 대립은 좀처럼 식지 않았다.
다시 몇 년이 지난 지금, 논쟁은 잦아드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렇다고 해서 어느 한 가지로 의견이 정리됐던 것은 아니다. 다만 분명한 점이 있다면 힙합이라는 장르가 대중들과 더욱 친숙해졌고, 이전만큼 폐쇄성을 갖고 있지 않으며 게다가 여전히 사랑받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학교의 흑인음악 동아리 소울로직(Soulogic)의 이동희(경영학부·11) 학생은 다른 장르적 요소가 결합된 힙합 음악에 대해 “일단 듣기 좋은 음악이 좋은 음악이라고 생각한다”고 얘기했다. “아직은 동아리 회원이기에 상대적으로 전문적인 지식이 부족한 탓도 있지만, 듣기에 좋다면 특별히 장르에 구속받을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요즘 크로스오버는 단순히 음악 용어로만 쓰이지 않는다. 학문의 연구에서도 이제는 통합이 중시되고 음악뿐만이 아닌 연극, 뮤지컬과도 혼합된 공연들이 관객들에게 선보이고 있다. 이처럼 통합적 양상은 대중문화 전반에 걸쳐 확산되고 있다. 임진모 씨는 50년대의 로큰롤부터가 이미 크로스오버의 시도였다고 얘기한다. 크로스오버가 정말 바람직하지 못한 것이라면, 어떻게 지금까지 발전해올 수 있었겠는가. 단지 각각의 요소가 제대로 파악된 뒤에 혼란을 빚지 않고 혼합되는 과정이 필요할 뿐이다. 우리나라 힙합 대중화에 기여했다고 평가받는 힙합 그룹 에픽하이(Epikhigh)는 자신들의 음악을 두고 종종 이런 말을 했었다. “No jenre, Just music.”
박혜인 기자 pie00k@c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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