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의 수학자이자 과학자인 아르키메데스는 왕으로부터 한 가지 명령을 받는다. 왕의 순금 왕관을 손상시키지 않으면서 왕관 속에 은이 섞여있는지 알아보라는 것이었다. 그 이후 며칠 동안 고민에 빠진 아르키메데스는 휴식을 위해 공중목욕탕 속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자신의 몸이 물 속으로 들어간 뒤에 목욕탕 속의 물이 밖으로 넘쳐나는 것을 보게 됐다. 아르키메데스는 곧 오늘날의 ‘부력’이라는 개념을 발견하게 된다. 고민하던 아르키메데스의 심신을 편안하게 만들어주고 또 다른 발견을 낳게 한 그 곳. 바로 목욕탕이다.
우리나라에 목욕 문화가 자리 잡게 된 까닭에는 몸을 중히 여겼던 유교 사상이 큰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조금 더 자세히 그 기원을 살펴보자면, 목욕 문화는 꽤 먼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다. 신라의 시조인 박혁거세와 그의 왕비인 알영이 목욕을 했다는 것을 시초로 보기 때문이다. 이후 신라시대에는 절 안에도 공중목욕탕이 설치되어 있었다고 한다. 이같은 사실은 종교의식이 목욕 문화에 큰 영향을 미쳤음을 의미한다. <고려도경>을 보면 고려인들의 목욕은 이전에 비해 더욱 사치스럽고 잦은 일이었으며 개성 부근의 시냇가에서는 남녀 혼욕까지 즐겼다는 기록을 찾아볼 수 있다. 유교적 사상이 지배적이었던 조선시대에는 몸을 귀하게 여기는 신념 때문에 청결이 중시되기는 했지만, 노출을 기피해서 옷을 걸친 채로 몸을 씻었다고 한다. 상류층들은 좋은 향기를 위해 목욕을 즐겼다는 기록도 시대마다 발견된다. 즉 목욕은 단순히 씻는 것뿐만이 아니라 미용, 종교, 문화와 같이 여러 가지 의미를 가지며 변화해왔다.
일제강점기 때만 하더라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여러 사람들과 함께 벌거벗은 채로 몸을 씻을 수 없다고 생각했었다. 동방예의지국이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는다고 생각해서였다. 1924년에 이르러서야 평양을 시작으로 서울에도 대중목욕탕이 생겨나게 됐다. 더불어 위생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더 많은 대중목욕탕들이 전국곳곳에 자리를 잡았다. 현대의 목욕탕에는 목욕 시설은 물론 마사지, 헬스, 미용, 사우나 등 다양한 부대시설이 함께 마련되어있다. 목욕의 개념이 미용, 건강으로 변화됨과 동시에 소비자들도 더욱 편리한 시설을 요구하게 됐기 때문이다.
욕탕업은 여러 갈래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뜨거운 온도의 방에서 찜질을 하는 사우나, 이보다는 조금 더 낮은 온도를 즐기는 찜질방이 대표적인 경우다. 사우나와 찜질방은 대중목욕탕의 문화공간화를 의미하고 있다. 지인들과 함께 찜질방, 사우나를 간다고 해도 그것은 목욕의 개념이 아니라 놀 거리·즐길 거리의 개념이 더 강하기 때문이다. 예전처럼 가족과 친구 간의 정이 넘쳐나던 목욕탕, 팔이 닿지 않는 등을 씻겨주셨던 부모님은 먼 얘기가 되어버린 것 같다. 목욕 문화가 바뀌고 고급화되다 보니 대중목욕탕에 대한 인식도 변하고 있는 것이다.
불어불문학과의 1학년 여학생은 “아무래도 좀 위생적인 문제가 걸려요. 여러 사람들이 가는 곳이니까 신경 쓰이고 부담스럽기도 해요. 친구들이랑 간다고 해도 찜질방이 훨씬 편한 것 같아요”라며 목욕탕보다는 찜질방을 선호했다. 김태민(도시공학과·05) 학생도 역시 비슷한 의견이다. “목욕탕보다는 찜질방이 좀 더 나은 것 같아요. 가족끼리 간다고 해도 목욕탕은 성별이 나뉘잖아요. 그런데 찜질방은 다 같이 어울릴 수도 있죠. 그리고 찜질방은 단순히 씻는 일 말고도 여러 가지를 즐길 수가 있잖아요.”
찜질방의 등장은 가히 획기적인 것이었다. 지인들과 함께 어울리면서도 옷을 입고 있으니 부끄럽지 않고, 목욕 시설도 갖춰져 있어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젊은 세대일수록 찜질방 혹은 사우나를 선호하는 경향이 더욱 크게 두드러졌다. 그러다보니 오랜 세월 명맥을 유지해오던 대중목욕탕 업주들은 더 이상 목욕 시설만으로는 이익을 보기 힘들어졌다. 현재 대부분의 대중목욕탕을 살펴보면 찜질방이나 사우나를 함께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청주시 사창동에 위치한 Y찜질방 안경희 실장은 해당 업체를 찾는 손님 수에 대해 “일반적으로 하루에 400~450명 정도의 손님들이 방문하는 것 같습니다. 주말에는 650명 정도 되고요. 특히 명절에는 2~2.5배 가량 손님이 늘어요”라고 답했다. 같은 청주 지역이지만 하루에 100명의 손님을 받기가 힘들다는 일단 대중탕인 J업체와는 꽤 많은 차이가 난다. 물론 Y업체는 대학교와 인접해있어서 지리적 여건의 영향을 크게 받는 편이다. 하지만 J업체도 작은 동네의 구석이 아니라 시내 부근에 자리하고 있다. 또 다른 차이가 있다면, 단지 J업체는 목욕 시설만을 운영하고 있고 Y업체는 사우나와 찜질방, 마사지실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사우나나 찜질방뿐만이 아니다. 몸을 씻는다는 개념에서 개별적 미용 관리로 초점이 비껴간 경우도 있다. 최근에는 상류층의 고객들을 위해 미용 기능에 중점을 맞춘 스파(목욕·미용 등의 시설이 갖춰진 곳)가 등장했다. 스파라고 해서 시설이 좋은 사우나만을 떠올리면 큰 코 다치기 쉽다. 화장품 업계에서는 스파 서비스를 중심으로 브랜드 간의 경쟁을 시작했다. 아모레퍼시픽의 ‘디 아모레 스파’와 LG생활건강의 ‘후 스파팰리스’가 대표적 사례다. 디 아모레 스파 직원 이정근 씨는 “스파라는 이름이 들어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목욕 개념과는 많이 다릅니다. 오히려 피부 미용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청주에서 저렴하다고 손에 꼽히는 이용료 3000원의 목욕탕부터 1회 최소 10만 원대를 호가하는 최고급 미용 스파 시설까지. 목욕탕은 시간과 함께 천차만별의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예전에는 가족들과 함께 목욕탕을 자주 이용했었다는 김정해(53) 씨는 오늘날의 목욕 문화가 많이 발전했지만 아쉬운 점 또한 없지 않다고 말한다. “우선 참 좋아졌다고 느끼는 것이 전반적인 시설수준이에요. 매우 깨끗하고 편리하기도 하고 쉴 곳도 많죠. 가족들끼리 목욕탕에 가서 서로 등 밀어주고 하던 재미는 다 옛날 얘기죠. 지금은 목욕탕 말고도 갈 곳이 많고, 간다고 해도 목욕관리사가 따로 있으니 그야말로 살가운 정은 없어요. 그래서 좀 섭섭하고 안타깝기도 하죠. 요즘 학생들은 대중목욕탕이 친숙하지 않을 테고, 점점 가는 사람이 줄지 않겠어요?”
박혜인 기자 pie00k@c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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