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총파업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2월 4일, <무한도전>은 스페셜 편을 방송했다. 말이 스페셜 편이었지, 사실은 작년 8월 13일 방송됐던 우천시 취소 특집을 다시 내보냈다. 토요일 저녁 무한도전을 보겠다며 TV 앞에 몰려들던 ‘무도빠’들은 어디 갔는지, 한동안 20%를 밑돌았던 시청률이 9.3%나 하락해 4일 방송분은 10.2%를 기록하는데 그쳤다.
MBC노조는 편파·왜곡 방송이 아닌 공정방송·공영방송 쟁취를 위해 지난달 30일부터 김재철 MBC 사장 퇴진을 요구하는 총파업에 돌입했다. 이로 인해 보도국, 드라마국, 예능국 등의 기자와 PD 등 전 부문 조합원들이 파업에 돌입한 상태다.
파업이 한창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풍자 자막의 황제 김태호 PD는 많고 많은 방송들 중에서 굳이 우천시 취소 특집을 골랐다. 각종 언론에서 쏟아져 나온 기사들이 언급했듯, 출연 약속을 지킨 이나영에 대한 무한도전의 화답 혹은 이나영 출연 예고편을 위해 우천시 취소 특집을 선택했다는 의견도 물론 설득력 있다. 하지만 시청자들에게 재미만 선사하던 기존의 예능과 달리, 예능에 풍자를 곁들여 통찰력과 추리력을 길러준 김태호 PD의 선택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다.
물론 파업으로 인해 본방송이 방영되지 못한 상황과 우천으로 인해 방송에 차질이 생긴 상황은 다를 수 있다. 그러나 김태호 PD가 우천 특집을 고른 이유는 다른 듯한 두 상황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닮아 보였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우천 특집을 한 그날, 원래는 추격전 특집 녹화가 예정돼 있던 날이었다. 하지만 출연자들은 우천으로 인해 방송국 스튜디오로 모였다. 방송을 위해 출연자들이 모이기는 했으나 기존의 특집을 하지 못하게 됐으니 다른 특집을 하기 위해 여러 의견을 냈다.
이렇게 모인 의견은 녹화 중인 세트장 옆의 <댄싱 위드 더 스타>세트장을 빌려 쓰자는 데서 다시 방향을 잡아나간다. 특집의 주된 내용은 과거 인기 프로그램 <동거동락>의 양식을 빌려 쓴다. 그렇게 우천 특집이 완성된다. <댄싱 위드 더 스타>세트장에서 <동거동락>의 양식으로 녹화는 시작된다. 갑자기 바뀐 녹화 내용임에도 무한도전 멤버들의 입담은 감춰지지 않는다.
맨땅에 헤딩하는 심정으로 다른 프로그램에게 도움을 받아 과거 프로그램을 자신의 색깔로 담아내는 우천 특집. 그 속에서 현재 MBC 파업을 엿볼 수 있었다.
짜인 대본이나 형식 없이 자신들의 의견으로 녹화를 진행하는 출연자들의 모습은 현재 MBC 회사 측의 강경한 태도에도 불구하고 기약도 없고 쉽지 않은 일을 이어나가는 MBC 노조의 상황과 닮아 있다. 또한 다른 프로그램의 세트장을 빌려 촬영을 진행하는 모습에서는 타 언론사를 통해 자신의 마음을 전하던 MBC 기자의 ‘시청자에게 고백하는 편지’를 떠오르게 했다.
과거 프로그램의 양식으로 진행됐던 우천 특집과 몇 개월 전에도 있었던 방송국의 총파업. 그 두 가지 상황은 많이 닮아있었다. 그러나 비슷한 양식 속에서도 무한도전 멤버 개개인의 특징을 드러내는 우천시 취소 특집처럼 총파업이라는 같은 상황에서도 이번만은 물러서지 않고 끝까지 싸우겠다는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려고 하는 것 같다. 이렇듯 닮은 그들의 모습 속에서 김태호 PD는 총파업을 응원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김혜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