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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지수
다시 살아나는 불씨, 씨름
제 842 호    발행일 : 2012.02.11 

 “씨름하면 누가 가장 먼저 떠오르세요?”

 이 질문에 사람들은 어떻게 대답할까? 십중팔구는 ‘이만기’, ‘강호동’과 같은 20년 전의 씨름스타들을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요즘에는 왜 바로 떠오르는 씨름 스타가 없는 것일까?

 씨름은 샅바나 띠를 넓적다리에 걸친 두 사람이 서로 부둥켜 잡고 힘과 재주로 상대방을 먼저 넘어뜨려 승부를 내는 한국 고유의 운동이다. 안다리 걸기, 들배지기 등 한 번씩은 들어봤을 법한 기술부터 오금채기, 차돌리기 등 생소한 기술까지 그 기술도 다양하다.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가장 오래된 씨름의 자취를 부족국가 시대의 ‘치우희’에서 찾을 수 있다. 이는 전설적인 군신이며 무신이었던 치우천왕의 이름을 딴 것이다. 이후 씨름은 고구려, 고려, 조선시대에 걸쳐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있으며 1927년, ‘조선씨름협회’가 창단돼 스포츠로써 근대화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후 80년대에 들어서면서 씨름은 그 인기가 하늘을 찔렀다. 특히 이때는 프로씨름이 8개 팀까지 늘어 전성기를 맞았다. 그러나 90년대에 접어들면서 사람들은 무게중심의 씨름에 싫증내기 시작했다. 또 프로야구·축구의 인기와 농구, 배구의 프로화로 인해 차츰 등을 돌렸다. 게다가 프로팀을 지원하던 대기업들의 외면과 씨름관련단체들의 치열한 자리다툼까지 더해지면서 결국 IMF 이후 씨름은 붕괴되고 말았다.

 이러한 위기를 겪으며 사람들의 관심 속에서 희미해진 씨름. 그렇다면 씨름의 미래라고 할 수 있는 고등학교와 대학교의 씨름부는 현재 어떤 모습일까?

 

◆ 씨름부의 미래, 서로 다른 속사정

 초등학교 4학년, 친구와 놀다가 우연히 씨름을 시작했다는 운호고등학교 씨름부 주장 박종길(운호고·3학년) 학생은 “훈련하면서 가끔씩 의지가 떨어질 때만 힘들었을 뿐, 불만인 요소는 없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또 운호고 김종태(42) 감독은 “생각하는 것만큼 지원도 부족하지 않다. 천막으로 지어진 예전 씨름장이 요즘은 판넬로 바뀌어 추운 겨울날에도 따뜻하게 훈련을 할 수 있다. 훈련경비도 지원돼 학생들이 더 좋은 지원을 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고 전했다.

 하지만 대학교 씨름부는 사정이 조금 다르다. 2005년경 실업팀이 많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프로씨름단의 해체로 대학생들의 진로가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현재 16개의 실업팀이 운영중이며 선수들의 몸값도 어느 정도 유지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반값 등록금 추진 등 대학 재정의 어려움이 씨름뿐 아니라 대학 스포츠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단국대학교 씨름부 허형욱(55) 감독은 “대학 재정 때문에 운동선수의 수를 줄인다거나 재정투자를 못하는 일이 발생되고 있다”며 씨름 외에도 대학 스포츠가 위기라는 생각을 내비쳤다. 또 단국대 씨름부의 4학년 이영식(22) 학생은 “혜택이 점점 줄고 있는 추세인데, 현 수준의 지원만이라도 유지해줬으면 하는 심정”이라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같은 4학년 선택(22) 학생은 “씨름진흥법이 통과됐으니 외부에서의 지원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나아가 프로씨름단이 다시 창단됐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전했다.

 속사정은 다르지만 공통적인 변화도 있다. 씨름의 방식이 무게중심에서 기술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대한씨름협회는 지난해, 체중이 아닌 스피드와 기술로 승부를 가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체중에 제한이 없었던 장사급에 160㎏ 이하로 체중 상한제를 도입했다. 이에 따라, 학교 씨름부는 힘과 무게보다 기술 위주의 지도 스타일을 추구하고 있다.

 

◆ “여자라고 얕잡아보지 마세요!”

 ‘구례 반달곰 씨름단’은 전국 최초의 여자씨름 실업팀으로 구례군이 9월 초 창단했다. ‘반달곰’이라는 씨름단 명은 지리산 반달곰을 상징하는 의미로, 군청에서 공모를 통하여 선정됐다. 1950년대 이후 구례군은 여자씨름의 발상지로써 역할을 해와 여자씨름단을 창단한 데 큰 의의를 두고 있다. 전국 최초의 여자씨름단이다 보니 최근 각종 매체에서도 관심이 뜨겁다. 이런 관심 속에 ‘구례 반달곰 씨름단’은 각종 대회에서 잇따라 수상하며 씨름 역사에 큰 획을 긋고 있다. 여자씨름은 크게 매화·난초·국화·대나무 4체급으로 분류하는데, <제3회 전국여자천하장사씨름대회>에서 난초급인 서현(27) 선수가 우승을 차지하는 등 매화급 1·2위, 대나무급 3위를 석권하며 그 기세를 높였다. 이외에도 <구례여자천하장사씨름대회>, <제4회 국민생활체육 대천하장사씨름대회> 등 체급에 따라 순위권을 웃돌며 위력을 뽐냈다.

 과거 유도를 하다가 씨름을 시작하게 됐다는 김슬기(25) 선수는 “남자들과 다르지 않게 할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맏언니인 서현(27) 선수는 “최근 세간의 이목을 받다 보니 부담이 되기도 하고 자긍심이 생기기도 한다.”며 “여자 씨름선수라고 해서 여성스럽지 않다거나, 뚱뚱할 것이라는 편견을 갖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각자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이 선수들은 최고의 여장사가 되고 싶다는 다부진 의지를 밝혔다.

 새벽, 오전, 오후, 야간 모두 훈련에 열중하며 남자선수들도 두려워한다는 얼음물 훈련까지 척척 해낸다는 ‘구례 반달곰 씨름단’. 김송환(42) 감독은 “여자씨름은 힘의 차이에 있어 분명 남자씨름에 비해 많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여자들의 유연성이 섬세한 기술 습득에 있어서는 유리하다”고 설명하며 “앞으로 몇 년이 지나 선수생활이 끝나더라도 지도자나 심판으로 진출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 “씨름은 부활 중, 하지만 인식하지 못할 뿐”

 씨름을 다시 일으키기 위한 노력은 이미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작년 4월에는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이철우 의원의 주최로 ‘씨름 활성화 및 세계화 방안 토론회’를 주제로 한 토론회가 개최됐다. 그리고 지난해 말, 국회에서 씨름진흥법이 통과되면서 씨름의 부활을 위한 발판이 마련됐다. 법안의 주요 내용으로는 씨름진흥을 위한 시책과 국민의 자발적인 씨름 활동을 보호할 수 있는 근거규정을 마련했다는 것을 들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경기장과 같은 씨름 시설을 국가나 지자체가 건설 및 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와 더불어 단오(음력 5월 5일, 금년은 양력 6월 24일)가 ‘씨름의 날’로 지정됐고 또, 대한씨름협회에서는 이달 10일에 씨름의 발전과 씨름인 간의 친목도모를 위한 <씨름인의 밤> 행사를 개최하기도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대한씨름협회 측은 앞으로 <천하장사 대축제>의 우승 상금을 2억 원으로 올리는 등 국민의 관심을 끌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방침이다.

 운호고 김 감독은 “씨름 관계자를 비롯해 선수들도 다시 씨름이 부흥할 것을 믿고 있고, 실제로도 부활 중이다. 그러나 일반 사람들은 그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단국대 허 감독 역시 “이제 법적 근거가 마련됐으니 씨름인들뿐 아니라 일반인들이 씨름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전했다.

대한씨름협회 직원 김성우(26) 씨는 “이제 지원도 늘어났고, 각종 방송매체도 씨름의 우수성을 다루는 등 씨름 부활의 기반이 마련되고 있으니 많은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씨름이 살아나려면 고정팬 확보에 힘써야 하고, ‘이만기’, ‘강호동’ 등과 같은 스타 선수를 배출해 관심과 이목을 끌어야 한다. 또, 씨름진흥법이 통과됐다고는 하나 시행령을 시급히 마련하여 구체적인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해야 하는 등 많은 추가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단순한 스포츠가 아닌 우리 민족 고유의 문화인 씨름. 치열하게 승부를 가리는 경기지만 온기를 느끼고 정을 나누는 씨름. 한때 ‘시대변화’에 둔감해 팬들을 잃었지만 그 불씨는 절대 꺼지지 않았다. 다시 살아나 활활 불타오르기 위해 도화선에 불을 붙였다. 씨름인부터 일반인까지 조금 더 관심을 갖고 노력한다면 씨름은 제2의 부흥기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일러스트=동양화가 유환영 作

박지수 기자 jisu2870@c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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