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레 23cm, 중량 145g의 작은 공. 그 작은 공 하나에 모든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이내 경기장에는 함성소리가 울려퍼진다. 바로 명실공히 ‘국민 스포츠’로 부상하고 있는 야구의 이야기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부터 달궈진 야구의 열기는 WBC를 거쳐 그 상승세를 계속 이어오고 있다. 특히 프로야구 30주년이었던 작년에는 무려 680만 명에 달하는 대기록을 세우며 황금기를 맞았다.
지난달 17일부터 시작된 시범경기에서는 정규시즌을 방불케 할 만큼 관중이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비로 취소된 청주경기를 제외하고도 3개 구장에서만 모두 4만 3천 843명이 입장했다. 시범경기 개막일 최다 관객 신기록을 세운 것이다. 일요일인 18일에는 4개 구장에서 무려 5만 7천여 명의 팬들이 찾아와 야구를 즐겼다. 이는 역대 시범경기 하루 최다 관중 기록이다. 한화 이글스의 시범경기 경우 대전 한밭구장의 보수공사로 인해 청주 구장에서 진행됐는데, 수용인원이 7500명인 이 구장에서 시범경기 사상 첫 만원관중이라는 진기록이 나오기도 했다. 이번 시범경기를 관람한 안세준(24) 씨는 “청주구장의 시설이 열악해 아쉬웠지만 많은 팬들이 찾아와 정규시즌을 방불케하는 느낌을 받았다”며 “이번 시즌은 각 팀의 전력이 강화돼 치열한 경쟁이 예상될 뿐 아니라 스타 플레이어들의 활약을 직접 볼 수 있어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올해 프로야구가 700만 명 관중을 돌파하는 것은 물론, 800만 명까지 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또 시범경기부터 관중이 몰리는 것은 승패를 따지기보다 야구 자체를 즐기는 팬이 많아졌다는 분석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제 야구는 단순히 스포츠 경기가 아니라, 영화, 게임 등 다른 산업의 원천이 되고 있다. 야구에 관련된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 ‘글러브’와 ‘퍼펙트게임’이 큰 인기를 끌었을 뿐 아니라, ‘와인드업’, ‘슬러거’ 등과 같은 야구게임도 줄줄이 등장하고 있다. 이로써 야구경기를 직접 보는 것을 뛰어넘어 다른 방식으로 야구를 즐길 수 있게 된 것이다. 야구 시뮬레이션 게임인 ‘야구9단’을 즐겨한다는 대구과학대학교 박세암(국방기술행정과·11) 학생은 “야구를 좋아하지만 평소 시간이 맞지 않아 경기를 잘 보지 못한다. 하지만 게임으로나마 좋아하는 야구를 즐길 수 있어 좋다”며 긍정적인 의견을 전했다.
하지만 불안한 요소도 있다. 날로 높아져가는 인기에 비해 구장은 열악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 작년의 경우 전국 5개 구장에서 석면이 검출되기도 했고, 이미 예전부터 많은 야구팬들이 대전·대구·광주 구장의 시설이 낙후되어 있다고 말한다. 이번에 한화 이글스의 시범경기가 진행된 청주구장 역시 문제점이 많다. 그래서 각 구단에서도 구장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석면이 검출됐던 잠실, 사직, 문학 구장에서는 모두 흙을 교체했고, 광주의 무등야구장은 인조잔디를 걷어내고 천연잔디로 교체했다. 대전구장은 현재 관중석을 늘리기 위해 리모델링 공사를 진행하는 등 곳곳에서 구장 개선에 힘쓰고 있다.
그렇다면 올해 야구팬들이 주목해야 할 키워드는 무엇일까? 대표적으로 3가지를 꼽을 수 있다. 첫째, ‘해외파’의 영입이다. 한화 이글스에는 박찬호가, 삼성 라이온즈에는 이승엽이, 넥센 히어로즈에는 김병현이 이번 시즌을 함께한다. 이미 귀국부터 큰 이슈를 몰고 왔을 뿐 아니라 미국, 일본과 같은 야구강국에서 전성기를 누리고 온 그들이기 때문에 귀추가 주목된다. 두 번째는 ‘새로운 사령탑’이다. 두산 베어스의 김진욱 감독, LG 트윈스의 김기태 감독, 기아 타이거즈의 선동열 감독, SK 와이번스의 이만수 감독이 그 주인공이다. 선수들이 달라진 지도 스타일에 얼마나 잘 적응하느냐, 어떻게 감독과의 조화를 이루느냐가 팀 성적의 관건이다. 셋째, 거물급 선수들의 ‘FA’다. 이번 시즌에 앞서 진행된 FA에서는 거물급 선수들이 이동한 모습을 보였다. 우리나라의 대표 언더핸드(팔의 각도를 아래로 향하게 해 공이 솟아오르는듯한 느낌을 주는 투구 방법) 투수인 정대현 선수와 좌완 투수인 이승호 선수는 SK 와이번스를 떠나 롯데 자이언츠에 새 둥지를 틀었다. LG 트윈스에서는 조인성, 이택근, 송신영 선수가 팀을 떠나 각각 SK 와이번스, 넥센 히어로즈, 한화 이글스로 떠났다. 새로운 유니폼을 입은 선수들이 어떤 활약을 펼칠지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러한 3가지 키워드를 중점적으로 본다면 더 즐거운 야구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각 팀의 이번 시즌은 어떤 모습일까. 우선, 저번 시즌 1위였던 삼성 라이온즈는 한 조사에서 야구인 66%가 올 시즌의 우승팀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가장 강력한 전력을 구성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 막강한 타선을 보유한 두산 베어스의 경우 팀 분위기와 투수가 관건이다. 저번 시즌에서 시즌 초 발생한 불미스러운 사건과 성적부진으로 인해 한동안 팀 분위기가 많이 가라앉았고, 확실한 선발진이 구축되지 못해 이 문제점들이 가장 크게 풀어야 할 숙제로 보인다. SK 와이번스는 그동안 좋은 성적을 낸 팀이지만 주전 투수들이 부상과 입대로 출전할 수 없게 돼 쉽지 않은 시즌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몇 년간 하위권에 머무른 한화 이글스는 이번 시즌에 어떤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된다. 한화의 팬인 우리 학교 최현아(패션디자인정보학과·11) 학생은 “이번 시즌에는 박찬호 선수가 돌아와서 투수진의 실력이 향상될 것 같다. 특히 시범경기에서 좋은 성적을 보여 앞으로의 한화가 기대된다”며 시즌을 앞둔 설레임을 전했다.
LG 트윈스는 ‘선발진 구성’과 ‘마무리 찾기’가 가장 큰 과제다. 더군다나 LG의 간판 안방마님이었던 조인성 선수가 FA로 팀을 떠나면서 그 자리를 대체할 포수를 찾는 것도 시급한 문제로 떠올랐다. 롯데 자이언츠는 그동안 부족했던 수비진을 강화하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기아 타이거즈는 좌완 투수가 부족해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넥센 히어로즈는 에이스인 송신영 선수가 FA로 떠나 이번 시즌,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모든 야구팬들이 손꼽아 기다려온 시즌 개막을 앞둔 만큼 그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두산 베어스의 팬인 남연정(27) 씨는 “올 시즌도 기대가 된다. 물론 응원하는 팀이 우승했으면 좋겠지만, 무엇보다도 승부조작이라는 불미스러운 일이 있던 만큼 정정당당한 플레이로 모두를 즐겁게 해줬으면 좋겠다”며 “열악한 환경도 인기상승에 발맞춰 개선됐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전했다. 야구전문기자로도 활동하고 있는 야구해설위원 민훈기 씨는 “현재 야구는 최고의 호황기를 누리고 있다. 그러나 시설·환경개선이 이뤄진다면 더욱더 인기몰이를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야구인들이 더욱 노력하고 협동해서 보다 발전하는 길을 계속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암흑기를 지나 황금기를 맞이한 프로야구는 ‘국민 스포츠’로 자리잡을 만큼 큰 성장세를 보였다. 선수들의 정정당당한 플레이와 야구 관계자들의 노력, 그리고 팬들의 사랑과 깨끗한 응원문화가 더해진다면 프로야구는 앞으로 더욱더 성장할 것이다. 세계 속에서 발전하는 우리나라 프로야구의 밝은 앞날을 기대해본다.
*FA : 자유계약선수제도(Free Agent). 드래프트제(draft system, 신인선수 공개선발제도)를 통해 입단한 팀에서 정해진 기간이 지나면 자유계약선수(FA)가 되어 다른 팀으로 자유로이 이적할 수 있는 제도
박지수 기자 jisu2870@cbnu.ac.kr








박지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