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상반기 드라마를 한마디로 하자면 ‘왕의 시대’가 아닐까. 2012년 우리나라는 총선과 대선이 있는 이른바 ‘정치의 해’다. 드라마도 이러한 사회적 상황에 맞춰 나가려는지 연일 왕이 주인공인 드라마가 나오고 있다. ‘잊으려하였으나 잊지 못한’ 왕이 떠나고 300년의 시간을 뛰어 넘어 21세기의 서울로 날아온 왕이 옥탑방에 나타났다.
지난 5일 방영분은 미국으로 떠나려던 박하(한지민 역)를 이각(박유천 역)이 다시 옥탑방으로 데려오는 것으로 시작한다. 조선시대 왕세자 이각에서 홈&쇼핑의 친손자 용태용(박유천 역)으로 살기로 결심한 이각은 할머니의 의견에 따라 회사에 들어가 일하기로 마음먹는다. 2년 동안 태용을 찾던 여회장(반효정 역)은 태용을 위해 물심양면으로 힘쓴다. 이각과 함께 다니는 3인 송만보(이민호 역), 도치산(최우식 역), 우용술(정석원 역)을 일명 낙하산 직원으로 회사에 취업시킨다.
신입사원이 된 세 명을 위해 박하는 회사원 적응 훈련을 시킨다. 먼저 회사원들이 자주 가는 커피숍과 회식자리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려준다. 커피숍에선 아메리카노를 시키고 회식자리에선 삼겹살에 쏘맥을 마시며 첫 잔은 꼭 원샷을 하라고 가르친다. 또한 2차 노래방을 갔을 때는 노래를 잘하거나 개인기가 있어야 한다며 개인기까지 알려준다.
박하의 적응 훈련에도 불구하고 어수룩한 셋은 상무와의 식사 자리에서 술을 시켜 파도타기까지 제안하고 노래방에 가서는 넥타이를 머리에 묶고 춤을 추며 노래한다. 계속 참으며 그들의 행동을 가만히 지켜보던 상무는 결국 한마디 한다. ‘사회생활 20년 굴러먹은 찌질한 직장인처럼 굴지 말라고, 죽기 살기로 노력해도 취업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낙하산으로 취직한 너희는 남의 자리를 빼앗은 것이라고.’
상무의 말은 21세기의 모습을 한마디로 보여주고 있다. 사회생활을 20년쯤 하게 되면 남들과 다른 모습이나 조금은 튀는 행동을 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저 튀지 않게 행동하고 상사의 눈치를 보며 사회생활을 하는 것이다. 상무가 낙하산 직원인 그들과 ‘죽기 살기로 노력해도 취업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비교해 설명했을 때는 뜨끔한 마음마저 든다. 요즘 같은 취업난에 죽기 살기로 취업 전쟁에 뛰어들지만 모두가 취업할 수 있는 현실은 아니기 때문이다.
현실에 있음직한 이야기를 드라마 속에 묻어나오게 하는 일은 이 장면에서 끝이 아니다. 태용은 자신의 세자빈과 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홍세나(정유미 역)를 발견하고 그녀에게 다가간다. 의문의 죽음으로 잃었던 세자빈을 이번에는 잃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다시 되찾기 위해 노력한다. 이 때문에 태용은 박하에게 요즘 남녀들은 만나서 무슨 일을 하고 지내냐고 캐묻지만 박하의 대답은 단순하다. ‘밥 먹고 커피마시고 다 비슷해.’ 데이트는 ‘밥 먹고 영화보고 커피마시거나, 영화보고 밥 먹고 커피마시는 일’이라는 광고 문구처럼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가 가장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을 곳곳에 담아내고 있다.
처음 300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서울에 적응하는 왕의 모습을 그린 드라마가 방영된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는 ‘세상에 이런 비현실적인 이야기가 있을까’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지금 우리의 모습을 가장 잘 보여주고 있다. 어쩌면 이 드라마와 같은 내용이 지금 우리 사회 어느 곳에서 일어나고 있을지도 모른다. 앞으로 이어질 내용은 ‘출생의 비밀’이라는 드라마 속 뻔한 레퍼토리다. 현실과 거리가 먼 이 내용으로 얼마나 더 현실과 가까운 이야기를 이끌어낼지 궁금하다.








김혜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