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카메라를 들고 사람들을 만나는 곳은 거창한 사연 있는 곳이 아니다.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볼 수 있는 우리네 이야기이지만 모두들 그냥 지나치는 일들. 등록금을 위해 놀이공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대학생들에게서, 우리가 모르는 땀을 흘리며 올림픽을 준비하는 태릉선수촌 선수들의 일상에서 인생의 고됨과 즐거움 그리고 희망을 알려주는 프로그램 <다큐멘터리 3일>. 4월 22일 방영분에서는 경북 영덕의 작은 항구, 축산항의 3일을 취재했다.
바다와 함께 살아온 사람들의 공통점은 말수가 적다는 사실이다. 카메라를 들고 동네 주민들을 찾아뵙는 VJ들은 먼저 말을 거느라 바쁘다.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짧은 응답일 뿐. 거친 파도와 싸우기 때문에 말이 없다는 한 어머니의 말씀처럼 그들은 꼭 마음속으로 바다와 대화하고 있는 것 같았다.
축산항 마을 주민들의 삶은 새벽 3시부터 시작된다. 축산항에서는 많은 어종이 수확되지만 그중에 가장 유명한 것은 단연 ‘영덕 대게’다. VJ가 촬영 와서 그런지 대게가 많이 잡힌다며 좋아하시던 선장님은 올라오는 꽃게마다 골라내 바닷가로 다시 내보낸다. 알을 품은 암컷 대게와 9cm 미만의 대게는 방생해야 하기 때문이다. 눈으로 보기에도 적은 수확량이었지만 그들은 실망하지 않는다. 내레이션처럼 그들은 ‘어떤 바다, 어떤 파도가 몰려와도 저 바다 어딘 가엔 희망이 있을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축산항 어부들의 삶 속에서 잔잔한 물결과 같은 여유로움을 봤지만 그들에게도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물에서 고기를 골라내던 아주머니도, 청어를 잡아 경매에 내놓은 어부들도 걱정은 한 가지였다. 바로 ‘어획량이 매년 줄어들고 있다는 것.’ 어부인 아버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뭍에서 바다로 돌아온 아들은 일명 ‘통발’이라는 그물을 사용하는 배 때문에 어획량이 줄어들고 있다며 걱정한다.
실제로 방송이 나간 지 이틀 뒤인 24일에는 축산항에서 통발 그물에 감겨 죽은 길이 7.2m의 밍크고래가 잡혀 화제가 됐다. 해양경찰은 밍크고래를 잡은 선장에 대해 불법포획여부에 대해 조사했지만 혐의점을 찾을 수 없어 풀어줬다. 이러한 통발은 사실 영덕대게를 불법 통발조업하기 위해 설치해 놓은 것이다. 통발은 주로 그물이 닿을 수 없는 깊은 바다 속에 설치된다. 통발로 인해 이미 깊은 바다 속에서 대게가 잡히기 때문에, 배에서 그물을 던져 대게를 잡는 어부의 경우에는 많은 양의 대게를 수확할 수 없게 된다. 때문에 통발어선과 소형그물어선의 마찰은 매년 끊이지 않고 발생한다. 2009년 경상북도는 통발어선과 소형그물어선의 조업구역을 법적으로 나눠놓았지만, 이러한 내용이 지켜지지 않고 있어 VJ가 찾아간 축산항에서도 어부들이 고기가 잡히지 않아 걱정이었던 것이다.
작은 항구의 어부들은 매년 줄어드는 수확량에 걱정하지만 크게 개의치 않는다. 또다시 만선을 꿈꾸며 바다로 향한다. 모든 것을 품고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주는 바다와 가까이 살고 있기 때문일까. 그들의 여유로움과 욕심 없는 모습은 현재 우리의 모습과 사뭇 달랐다. 작은 실패에도 좌절하고 무너져 버리는 우리와 달리 바다를 통해 ‘세찬 파도를 겪어 날마다 넘어져도 날마다 일어서는 법’을 배운 사람들의 모습은 우리가 배워야 할 모습 같았다. 어제보다 오늘, 오늘보다 내일의 희망을 갖고 사는 사람들, 그들의 삶에서 또 하나의 ‘인생의 지혜’를 배웠다.








박소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