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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지수
'패스트 패션'과 '슬로우 패션', 당신의 선택은?
제 847 호    발행일 : 2012.04.28 
소비자들의 시선을 잡는 패스트 패션
환경을 생각하며 오래오래, 슬로우 패션


 
요즘 들어 명동과 동대문 등 각 도시의 중심지에서 조금은 색다른 의류 매장들이 늘어났다. 이는 ‘유니클로’, ‘ZARA’, ‘H&M’ 등과 같은 SPA 브랜드 매장이다. ‘SPA 브랜드’란, 디자인부터 생산, 유통까지 모든 과정을 한 회사가 책임지는 패션 전문회사를 말한다. 따라서 유통체계가 비교적 간단하고 유행을 빠르게 파악하기 때문에 제품출시주기가 짧아 ‘패스트 패션’이라고도 불린다. 해외 SPA 브랜드들이 서울 시내 주요 상권을 접수하는 데 이어 지방 주요 상권까지 그 영향력을 확대했다. 이에 따라 국내 기업에서도 속속 SPA 브랜드를 내놓고 있다. 제일모직에서는 ‘에잇세컨즈’를, 이랜드 그룹에서는 ‘SPAO’와 ‘미쏘’를 필두로 SPA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많은 종류를 소량으로 생산해 희소성을 높이고, 비교적 저렴한 가격과 유행의 변화에 발맞춰 제품을 출시하는 SPA 브랜드는 특히 유행에 민감한 젊은 세대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이는 매출량을 보면 확실하게 알 수 있다. 가장 인기가 많은 ‘유니클로’의 경우 4200억 원의 매출을 올렸고, ‘ZARA’는 2700억 원, ‘H&M’은 750억 원을 기록했다. 국내 SPA 브랜드인 ‘미쏘’ 역시 2년만에 1000억 원 매출을 앞두고 있고 ‘에잇세컨즈’는 오픈 당일 매출만 1억 7000만 원을 기록하는 등 국내 브랜드도 함께 기염을 토하고 있다. 한남대학교 이현지(수학과·11) 학생은 “다른 의류브랜드보다 깔끔하고 편한 점이 좋다. 또한 유행하는 제품을 빠르게, 가까이서 접할 수 있어 찾게 되는 것 같다”며 애정을 드러냈다.
패스트 패션의 목표는 저렴한 비용으로 좋은 제품을 빠르게 생산하는 데 있다. 그래서 SPA 브랜드는 자체 내부에서 총괄적인 과정을 담당해 중간 유통 과정이 없다. 이 점은 소비자들에게 더 빠르고 값싸게 다가갈 수 있기 때문에 큰 장점으로 작용한다. 이뿐 아니라, 각 브랜드 별로 소비자들의 욕구와 유행을 빠르게 인식해 제품에 반영하므로 다른 의류브랜드와는 차별화될 수밖에 없다. 이랜드그룹 패션사업부 상권개발팀 최명림 본부장은 “기존의 일반 패션업체들은 계절이 바뀔 때에 신상품을 내놓지만, 패스트 패션 업체들은 보통 1~2주일 단위로 신상품을 선보인다”며 “제품을 제작하고 진열하는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많은 사랑을 받는 것 같다”고 전했다.
그러나 ‘패스트 패션’에도 문제점은 있다. 브랜드 측에서는 시시각각 변하는 소비자들의 마음을 충족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고 여기에 문제가 발생하면 사람들의 만족도가 떨어질 수 있다. 또 빠르게 출시하는 만큼 유행이 지나간 제품의 재고도 비교적 빠르게 생겨난다. 낭비되는 자원이 많다는 뜻이다. 전 세계적으로 환경문제가 대두된 이 시기에 이는 큰 단점으로 부각된다. 하지만 SPA 브랜드에서도 이런 지적에 대응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H&M’은 친환경 원단만을 사용한 컬렉션을 출시했으며 ‘지속 가능한 패션’을 테마로 설정했다. ‘유니클로’는 고객으로부터 입지 않는 옷을 받아 아프리카 등에 기증하는 ‘리사이클’ 활동을 펼치고 있다.
‘SPA 대란’이라고도 불리는 패스트 패션의 인기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 우리 학교 패션디자인정보학과 김지영 교수는 “단점으로 꼽히는 환경문제 때문에 결국에는 그 인기가 떨어질 것 같다”는 우려를 표하면서도 “해외 SPA 브랜드는 우리나라에서 계속 강세를 보이고 있고, 국내에도 SPA 브랜드들이 생겨나 열띤 경쟁을 펼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패스트 패션의 인기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밝은 미래를 전망했다.
한편 ‘패스트 패션’의 인기몰이와 함께 각광받고 있는 또다른 패션이 있다. 그것은 바로 '슬로우 패션'. 패스트 패션과 반대되는 개념으로 덜 사서 입고, 오래 입고, 환경까지 생각하는 것이 큰 특징이다. 이런 빠르게 변화하는 패션 트렌드에 지친 소비자들에게 큰 환영을 받고 있을 뿐 아니라 많은 패션 기업에 영향을 미쳤다. 의류업계에서도 천연염색된 제품이나 친환경 소재를 사용한 제품을 출시하고, 각종 아웃도어 업계에서도 친환경을 중요시한 슬로우 패션 선도에 앞장서기 시작했다. 또 신세계몰에서는 친환경적인 가치와 패션성을 갖춘 ‘에코 스타일 샵’을 열기도 했다. 이에 대해 신세계몰 트렌드패션 장미정 바이어는 “친환경 패션을 사람들이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생각보다 적은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소비자에게 친환경 제품을 출시함으로써 착한 소비를 하도록 권장할 것이다”며 개관 계기를 밝혔다. 그렇다면 과연 슬로우 패션의 어떤 점이 부각되고 있는 것일까?
우선 패스트 패션의 자원 낭비와 환경오염 때문에 슬로우 패션을 찾는 이들이 많아진 점을 들수 있다. 패스트 패션은 현재의 트렌드가 반영된 제품이 출시되기 때문에 유행이 지난 옷들은 버려지고, 단기간 내에 제품을 생산해 환경오염을 일으킨다. 그에 반해 슬로우 패션은 생산 기간은 오래 걸리지만, 친환경적이고 오래도록 입을 수 있는 베이직한 제품을 출시한다. 슬로우 바이 쌈지의 김은정 디자인 실장은 “생산 과정에서 환경유해 물질을 만들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착한 소비, 착한 제품으로 윤리적 소비를 실현하고 있다”고 전했다.
슬로우 패션에는 희소성도 존재한다. 패스트 패션 시장에서는 유행에 따른 스타일이 나오기 때문에 서로 다른 제품을 착용하더라도 모두 비슷한 느낌이 든다. 하지만 특색있는 슬로우 패션에서는 희소가치가 높기 때문에 타인과 다른 스타일을 연출할 수 있어 인기를 얻고 있다. 슬로우 패션 내에서 소비에 대한 정체성을 찾고 있는 것이다. 한 예로 '아름다운 가게'의 브랜드 '메아리'는 낡은 소파 가죽이나 폐의류 등을 활용해 의류나 패션제품으로 재탄생시킴으로써 소비자들에게 희소성을 어필하고 있다.
하지만 생산성에는 문제점이 있다. 제한된 소재와 가공법으로 소재의 다양성을 찾기 힘들고, 제품을 생산하는 기간도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이는 다양한 욕구와 지적을 빠르게 충족시켜줄 수 없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친환경 브랜드 '이새'의 장은숙 홍보팀장은 "슬로우 패션은 오래 두고 입어도 어색하지 않은 한결같은 옷을 만들 뿐 아니라 긴 시간 동안 제품을 생산해 내기 때문에 자연과 사람의 정성이 깃들여 있다"고 전했다.
친환경소재와 공정한 과정으로 착한 소비, 윤리적 패션을 내세우는 슬로우 패션. 이런 슬로우 패션이 부각되는 상황에 대해 패션전문매거진 <패션비즈>의 이광주 이사는 "본디 패션은 자신의 색깔을 보여줄 수 있는 것인데, 이전까지는 슬로우 패션에 이런 인식이 부족했다. 하지만 이제 슬로우 패션은 패션성에도 결코 뒤지지 않아 이미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았다"고 의견을 밝혔다.
하지만 친환경 열풍 속에서 다른 분야에 비해 패션계는 그 변화가 적다. 국내에 존재하는 친환경 패션업계는 그 규모가 작고 대중화하기 어려운 점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친환경이 주목받고 있기 때문에 이 기회를 활용해 발전한다면 슬로우 패션 시장도 크게 성장할 수 있다.
사람들의 욕구를 빠르게 인식하고 대응하는 패스트 패션과 소비자들에게 '차별화'와 '고급화'를 가져다주는 슬로우 패션. 패션에는 정답이 없다. 때문에 이 둘 중 어느 것이 옳다고 할 수 없다. 두 패션은 정반대의 가치를 추구하지만 공존하고 있기에 어떤 것을 선호하느냐의 문제는 소비자에게 달려있다.
박지수 기자 jisu2870@c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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