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친구와 놀다보면 시간이 어떻게 지나가는지 알 수 없다. 너무 재미있어 더 놀고 싶어도, 집에 돌아가야만 하는 순간이 온다. 그건 바로 저녁 시간이 되면 아이들을 집으로 유혹하는 수많은 애니메이션이 있기 때문이다. 오늘은 어떤 새로운 이야기가 펼쳐질까 생각하며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린 적이 있을 것이다. 그 애니메이션의 이름은 얼마든지 나열할 수도 있다. <짱구는 못말려>, <포켓몬스터>, <명탐정 코난>, <아기공룡 둘리>… 우리가 어린 시절, 우리를 즐겁게 해준 그 수많은 친구들. 하지만 우리는 그 친구들을 얼마나 잘 알고 있었던 것일까?
우리나라 최초 애니메이션은 HLKZ-TV에서 방영된 ‘럭키 치약’ CF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극장용 애니메이션은 1967년 신동헌 감독의 <홍길동>이다. 한 달도 채 상영되지 않았지만 15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큰 인기를 끌었던 이 작품으로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다섯번째로 장편 애니메이션을 만든 국가로 기록됐다.
<홍길동>의 뒤를 이어서 <호피와 차돌박이>, <흥부와 놀부> 등이 제작됐지만 그 후 제작사와 감독간의 갈등, 텔레비전 보급으로 인한 일본 애니메이션의 강세 등으로 1970년대 초 침체기를 겪었다. 우리나라 애니메이션이 다시 빛을 보게 된 것은 1976년도에 제작된 김청기 감독의 <로보트 태권브이 (V)>가 개봉하면서부터다. <로보트 태권브이 (V)>는 7편의 시리즈가 있는데, 한국 애니메이션 최초로 OST가 발매될 정도로 흥행했다. 1977년 상영된 <태권동자 마루치 아라치>도 큰 인기를 얻으며 1970년 후반 애니메이션 부흥기를 이끌었다. 이후 1987년 우리나라 최초 텔레비전 애니메이션인 <떠돌이 까치>가 방영됐고 <아기공룡 둘리>, <달려라 하니> 등 다양한 텔레비전 애니메이션이 자리잡았다.
현재 우리나라 애니메이션계를 이끌고 있는 것은 바로 <뽀롱뽀롱 뽀로로>다. 2003년에 TV 방영된 <뽀롱뽀롱 뽀로로>는 다소 평범할 수도 있는 펭귄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삼아 친숙함으로 아이들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얻고 있다. 아이들의 대통령 ‘뽀통령’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났으며 우는 아이에게 뽀로로를 틀어주면 울다가도 그친다는 광고까지 등장할 정도다. 어린이 음료, 장난감 등 뽀로로 시리즈 용품들이 출시되고 있고 뽀로로 기념우표까지 만들어졌다. 더불어 전 세계 120여 개국에 수출되며 8000억 원에 달하는 브랜드 가치가 있다고 평가되고 있다. 한동안 정체기였던 우리나라 애니메이션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켰던 ‘뽀로로’를 뒤이어 최근에는 로봇으로 변신하는 자동차 구조대 <로보카 폴리>의 구조 이야기를 담고 있는 <로보카 폴리>가 인기를 얻고 있다.
하지만 앞에서 언급한 작품만 인기몰이를 했을 뿐, 아직 우리나라의 애니메이션 시장은 일본이나 미국 시장에 비해 좁고 체계적이지 못하다는 약점이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애니메이션 시장이 좁은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애니메이션사업에 대한 지원 부족이 가장 큰 이유라고 볼 수 있다. 중부대학교 만화·애니메이션학과 허강 교수는 “우리나라 애니메이션 시장은 현재 매우 열악한 상태이다. 애니메이션학과 출신들이 사회적으로 안정적인 자리를 잡기 힘들며 고용이 되더라도 적은 급여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며 “애니메이션도 하나의 문화컨텐츠이다. 애니메이션 시장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자본투자가 이뤄져야한다”고 의견을 전했다.
또 애니메이션에 대한 우리나라 사람들의 부정적 인식도 애니메이션 사업 발전에 걸림돌이 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애니메이션이라고 하면 ‘아동·청소년들이 보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이도희(경영학부·11) 학생은 “우리나라 애니메이션을 떠올리면 뽀로로 등 귀여운 캐릭터만 생각난다. 잠깐 스쳐가듯 볼 뿐 애니메이션의 줄거리는 모른다”고 말했다. 그리고 <뽀롱뽀롱 뽀로로>처럼 유아용 애니메이션이 흥행이 된 경우가 많아 이러한 인식이 더 큰 것으로 보인다. 또한 성인들이 애니메이션을 본다고 하면 소위 ‘오타쿠’라고 부르며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많다. 황정현(국제경영학과·09) 학생은 “일본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사람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은 아니다. 딱히 싫어하지 않지만 이런 인식이 자리잡게 됐다”고 밝혔다.
반면 이웃나라 일본은 ‘오타쿠’를 역이용해 일본 애니메이션 시장을 발달시켰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자료에 따르면 일본은 애니메이션관련 콘텐츠를 상품화해 수익을 얻었으며 완구제품 등을 통해 젊은 여성들까지 끌어모아 ‘오타쿠’에 대한 인식을 개선해나갔다고 밝혔다. 또한 인터넷, 모바일 콘텐츠 제작을 통해 수요층을 넓히고 있으며 애니메이션 마니아들의 코스프레 등을 통해 생활 속으로 보편화하고 있다.
또한 미국의 애니메이션으로는 월트 디즈니사의 <미키마우스>, <라이온킹>이 대표적이며 <토이스토리>, <슈렉>, <쿵푸팬더> 등 극장용 애니메이션이 큰 반향을 일으켰다. 미국은 애니메이션 제작사부터 배급사, 상품판매에 이르기까지 수직적으로 연결돼있어 수익창출을 극대화하는 시스템으로 구성돼 있다. 미국은 이러한 구조를 통해 여러 작품을 흥행시키면서 애니메이션 시장이 활성화돼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꼭 열악한 상황에 처해있는 것만은 아니다.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며 새로운 도약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현재 <로보카 폴리>가 일본에 진출된 것처럼 해외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서울애니메이션센터, 애니메이션박물관 등을 통해 사람들이 애니메이션을 더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으며 흥행 애니메이션을 중심으로 놀이 공간, 에듀테인먼트 공간 등을 개발하고 있다. 그리고 최근 다양한 연령층이 접하고 있는 웹툰이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는 경우도 증가해 애니메이션 수요층 확대가 기대되는 등 앞으로의 전망이 밝을 것으로 보인다.
홍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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