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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도연
죽음에 대한 새로운 인식 '웰다잉(well dying)’
제 860 호    발행일 : 2013.04.01 


 
  화가 반 고흐는 죽음에 대해 ‘타라스콩이나 루앙에 가려면 기차를 타야 하는 것처럼 별까지 가기 위해서는 죽음을 맞이해야 한다. 죽으면 기차를 탈 수 없듯 살아있는 동안에는 별에 갈 수 없다’라는 말을 했다.
  이 말에서 알수 있듯이 삶의 과정을 마무리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종착점은 바로 죽음이다. 그만큼 인생에서 죽음을 맞는 과정도 잘 사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일이다. 그래서 최근에는 ‘잘 살자’는 ‘웰빙’의 뒤를 이어 죽음에 대해 미리 준비하는 ‘웰다잉’ 문화가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웰다잉’의 처음 시작은 안락사에 대한 논쟁에서부터 비롯됐다. 안락사는 자신이 자발적으로 행하는 경우와 타인에 의해 행해지는 경우가 있는데, ‘웰다잉’의 시초는 자발적으로 죽음을 받아들이는 경우에서 시작됐다. 2009년 2월 세상을 떠난 故 김수환 추기경은 인공호흡기와 같은 기계적 치료에 의한 생명 연장을 거부하고 자연스러운 죽음의 과정을 받아들임으로써 존엄한 죽음을 보여 줬다. 그동안 사람들은 안락사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강했지만, 이 죽음을 계기로 그간 없었던 존엄성과 죽음에 대해 인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웰다잉’이라는 표현이 생기며 점점 발전돼 하나의 문화를 이루었다.
  그렇다면 ‘웰다잉’이란 말은 무슨 뜻일까? 말 그대로 ‘좋은 죽음’을 위해 준비하는 것을 말한다. 즉, ‘웰다잉’에서 말하는 죽음이란 갑작스럽게 당하는 것이 아니라 평소에 미리 준비하는 것이다.
또 한 명의 ‘웰다잉’을 실천한 예로 故 스티브 잡스를 들 수 있다. 그는 “죽음은 삶이 만든 최고의 발명품”이란 말을 남기며 죽음을 삶이 만들어 낼 수 있는 최고의 것이라고 칭했다. 이처럼 기존의 죽음과 다른 새로운 관점을 보여줬다.
  이런 인식들이 모여 현재는 사람들이 ‘웰다잉’에 대해 점차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며 이를 연구하는 기관도 생겨나고 있다. 그 예로, 웰다잉문화연구소는 아름다운 삶과 아름다운 이별 준비를 위한 교육기관으로 웰다잉문화확산, 웰다잉교육, 인재양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강의를 진행하며 죽음준비교육을 시행하고 있다. 이 연구소의 김조환 소장은 “‘웰빙’이라는 용어가 유행될 시기에 오히려 잘 죽는 법에 관심을 가지게 됐고, 이 때문에 웰다잉문화연구소를 만들게 됐다”며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죽음을 회피하고 두려워만 하면서 생을 마감하는 것보다 자신이 누구보다 최악의 상황에 처해있음에도 가족들이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방안과 당사자에게도 삶의 마지막을 정리할 수 있는 기회를 가져야 한다는 취지로 출발했다”라고 말하며 ‘웰다잉’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더불어 서울대학교병원 강남센터 윤영호 교수팀은 ‘웰다잉에 대한 대국민 인식조사’를 실시해 ‘웰다잉’과 관련된 연구를 진행하기도 했다. 그 결과 사람들이 생각하는 ‘웰다잉’의 가장 중요 요소는 ‘다른 사람에게 부담 주지 않는 것(36.7%)’이 가장 높았고 이외에도 ‘지금까지 삶이 의미 있게 생각되는 것’, ‘의미 있는 사람과 함께 있는 것’ 등 다양한 의견이 뒤를 이었다.
  한편, 작년 12월에는 건강한 ‘웰다잉’ 문화 정착을 위해 <2012 MBC플러스 웰다잉 페어>가 열리기도 했다. 이 박람회는 <‘웰다잉’은 힐링이다>라는 주제로 초고령사회의 문제점을 대비한 사회와 문화적인 인식전환과 정부정책, 산업육성을 위해 기획됐다. 이 박람회에서는 가상임종체험인 ‘새 생명체험’, 살아있는 장례식을 통해 미처 못다 한 말을 미리 전하는 ‘살아있는 장례식’, 세계 웰다잉 문화전시 특별전, 웰다잉 특별 강연 프로그램 등이 있었다. 또한 ‘웰다잉’ 연극 <염쟁이 유氏>와 다큐영화 <엔딩노트>를 특별 초청해 사람들이 관람할 수 있도록 했다. <염쟁이 유氏>는 평생 염을 하며 살아온 염쟁이 유씨가 마지막 염을 하는 전 과정을 기자에게 보여주며 그동안 자신이 겪은 일들을 이야기하는 내용으로 꾸며져 있다. 특히 염쟁이 유씨가 마지막으로 염을 하는 이유가 밝혀지는 장면에서는 다시 한 번 관객들로부터 삶과 죽음에 대해 생각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한편 <엔딩노트>는 말기암 판정을 받고 슬퍼하기보다는 자신만의 엔딩노트를 채워가며 죽음을 준비하는 스나다 도모아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2012 MBC플러스 웰다잉 페어> 사무국 마케팅부 가성 부장은 “죽음에 대한 적극적인 준비는 현재 삶의 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취지에서 시작했다”며 “인식전환을 통한 건강한 ‘웰다잉’ 문화를 정착하고 관련 업체의 홍보 및 정보교류의 장을 마련하여 대한민국의 장례문화산업의 의미 있는 진보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우리 학교 학생들이 생각하는 ‘웰다잉’은 어떤 것일까? 우리 학교 이윤지(정치외교학과·10) 학생은 “나의 죽음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없는데 미리 체험하고 고민해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면 훨씬 내 삶을 풍요롭게 살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박민정(화학과·12) 학생은 "나중에 죽기 전에 후회 없도록 여행이나 내가 원하는 일을 이루고 싶다“고 전했다.
  이렇듯 ‘웰다잉’ 문화는 우리 삶의 마지막 종착점인 죽음을 더 이상 두려움의 존재가 아닌 자연스러운 삶의 일부로 인식할 수 있게 도와준다. ‘웰다잉’ 문화가 사회전반에 점점 확산되고 있는 만큼 이제는 노년세대에만 치중된 문화가 아닌 젊은 세대에게도 죽음에 대한 성찰을 요구하고 있다.
 

류도연 기자
tjdwls9933@c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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