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리마켓(flea market)’은 벼룩시장을 지칭하는 단어로 19세기 말경부터 사용돼 왔다. 벼룩이 들끓을 만큼의 물건을 판다고 해서 붙여진 것으로 짐작되는 이 말은 중고품을 사고 파는 시장을 뜻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기존 벼룩시장의 개념에서 누구든 자신의 것을 팔 수 있는 ‘프리마켓(free market)’개념으로 세분화되고 있다. 이처럼 다양하게 열리고 있는 시장의 현장 속으로 들어가 보자.
▶ 추억을 사고파는 시장, ‘동묘 앞 벼룩시장’

이달 13일에 방영된 MBC <무한도전>에서 정형돈과 G드래곤이 방문해 화제가 됐던 동묘시장. 이 시장은 프로그램에서 보여준 것처럼 ‘동묘스타일’이 살아있는 시장이다. 플리마켓이라는 최신 표현보다 시장이라는 정감있는 표현이 어울리는 곳. 동묘 앞 벼룩시장으로 떠나보자.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동묘 시장은 조선 후기에 건축된 보물 제142호인 동묘 주변에 조성된 벼룩시장이다. 동묘 시장은 역에 들어설 때부터 다른 역과 차이점이 있다. 무엇보다 어르신들로 역 안이 붐빈다는 것이다. 3번 출구로 나와 시장 입구로 들어서면 옛 추억이 담겨있는 시끌벅적한 시장풍경이 펼쳐진다.
매일 열리고 있는 동묘 시장을 걷다보면 없는 게 없다는 말이 떠오를 만큼 모든 물건이 총집합된 곳이다. 길거리 곳곳마다 예스러운 스탠드와 식기, 선글라스 및 옛날 안경 등 다양한 물품들이 새로운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또한 시장 내에는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카페가 아닌 미숫가루나 냉커피 등을 판매하는 노점상이 들어서 있다. 시장 이곳저곳을 둘러보던 이지영(서울시 종로구.37) 씨는 “동묘 시장은 무엇보다 값이 싸고, 예상치 못한 값진 물건을 얻을 수 있다”며 “또 동묘에서만 느낄 수 있는 고풍적인 매력이 있어 자주 찾는다”라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헌책방도 매우 많은데, 가게 안을 가득 채운 책들은 옛 서적부터 최신 베스트셀러까지 종류와 장르도 다양하다. 층층이 쌓인 책 속에서 내가 원하던 책을 찾는 재미도 쏠쏠하다. 더불어 내가 읽고 싶었던 구하기 힘든 책도 이곳에서는 찾아낼 수 있다.
동묘 시장에서 가장 인기 있는 물품은 바로 의류다. 출구를 나오자마자 구제의류가게가 들어서 있고, 거리 곳곳마다 산처럼 쌓인 구제의류가 가득하다. ‘동묘스타일’이란 말이 나올 만큼 동묘만이 가지고 있는 특색은 추억이다. 90년대 유행했던 철 지난 옷들을 동묘에서는 쉽게 만날 수 있다. 트렌치 코트, 원색의 바람막이, 큰 청바지 등 다양한 옷이 눈을 돌리는 곳곳마다 걸려있다. 하지만 철 지난 옷이라도 ‘유행은 돌아온다’는 말이 있듯 요즘에도 유행하는 옷도 구할 수 있다. 특히 동묘 시장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가격이다. 재작년 tvN <화성인 바이러스>에 방송된 ‘꽃거지녀’편에서는 주인공이 동묘 시장을 자주 애용했는데, 머리부터 발끝까지 옷을 구입하는 데 단돈 6000원에 해결해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또 산처럼 쌓인 옷 속에서 보물찾기하듯 잘 찾아본다면 자신의 마음에 드는 옷을 발견할 수 있다. 시중에서는 쉽게 구할 수 없는 스타일의 옷을 동묘에서는 쉽게 구할 수 있다. 특히 나만의 특별한 옷을 찾는 사람이라면 동묘 시장에서 큰 수확을 거둘 수 있다. 평소 동묘 시장을 자주 찾는 이소영(패션디자인정보학과.12) 학생은 “흔치 않은 디자인과 가격대비 좋은 품질의 옷을 구할 수 있어서 서울에 갈 때면 꼭 동묘 시장을 들린다”라고 말했다.
▶물건 팔고 기부도 하고, ‘뚝섬 아름다운나눔장터’

뚝섬유원지역 3번 출구를 나서면 수많은 사람들로 모여 있는 곳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그곳에 가보면 줄지어 늘어선 돗자리 위에 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물건들이 널려있다. 또한 그 물건들은 대개 100원이나 200원 정도의 저렴한 가격이기 때문에 이곳저곳에서 물건을 사고파는 소리가 끊이지 않고 들려온다. 매주 주말이 되면 뚝섬유원지역 3번 출구 앞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그 이유는 바로 ‘뚝섬 아름다운나눔장터’가 열리기 때문이다.
‘뚝섬 아름다운나눔장터’는 2003년 아름다운가게의 ‘지상최대벼룩시장’이 모태가 된 비상업적 시민참여형 상설벼룩시장이다. 이 장터는 헌 물건의 판매와 구매를 통해 비환경적 소비습관에서 벗어나자는 대안적 소비문화운동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흔히 우리가 알고있는 벼룩시장의 형태를 띄고 있지만 일반 벼룩시장과는 다른 점이 있다. 시민들이 판매 수익금의 일부를 자발적으로 기부할 수 있는 아름다운가게형 벼룩시장이라는 점이다. 기부금 전액은 소외아동을 지원하는 데 쓰이고 있다. 이런 특수성 때문에 일부러 이곳을 찾는 사람들도 있다. 3회째 참가 중인 판매자 김현주(서울시 영등포구.44) 씨는 “집에서 쓰지 않는 물건을 정리할 때마다 벼룩시장에 나오고 있다”며 “돈도 벌고 기부도 할 수 있어 다른 벼룩시장보다도 이곳을 찾게 되는 것 같다”고 나눔장터에 참여한 소감을 밝혔다.
‘뚝섬 아름다운나눔장터’는 매회 장터마다 평균 500여 팀의 판매참가자와 만여 명의 관람객이 찾고 있다. 발 디딜 틈없이 사람들이 북적이는 곳에서 가족 단위의 관람객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엄마 손을 잡고 물건을 구경하는 어린 아이와 직접 물건을 팔고 있는 어린 아이들도 있다. 동생과 함께 물건을 판매하고 있던 나현아(서울시 광진구.14) 씨는 “이곳에서는 돈도 벌 수 있고 기부도 할 수 있어서 참가하게 됐다”며 “생각보다 수익이 많지 않지만 보람있는 하루를 보낼 수 있어 자주 참가하고 싶다”고 말했다. 또한 아이들과 함께 물건을 구경하고 있던 위경숙(서울시 강동구.46) 씨는 “계절이 변할 때마다 아이들과 함께 이곳에 와서 옷을 구매한다”며 “새것과 다름없는 물건들이 많고 저렴한 가격에 좋은 물건을 얻을 수 있어서 자주 찾고 있다”고 말했다.
아름다운가게 최윤희 간사는 “이 장터는 나에게는 쓰임이 다 했지만 그 쓰임이 누군가에게 이어갈 수 있는 헌 물건의 판매를 통해 자원순환을 이루고, 판매수익금 일부를 기부하는 나눔실천의 장이다”며 “앞으로도 일상생활의 실천가이드가 될 수 있는 환경과 나눔의 가치를 배우고 체험하는 ‘기부문화 증진과 재사용 문화 확산’의 중심이 되는 문화의 장으로 그 뜻을 이어가고자 한다”고 전했다.
▶예술가의 혼이 담긴 ‘홍대앞 예술시장 프리마켓’
매주 토요일 오후 1시부터 6시까지 홍익대학교(이하 홍대) 앞 놀이터에서는 ‘홍대앞 예술시장 프리마켓’이 열린다. 2002년 처음 시작된 홍대 프리마켓(free market)은 중고물품을 사고파는 플리마켓과 달리 다양한 창작자들과 사람들이 만나 창작품을 교류하는 예술시장으로 자리잡았다.
홍대 프리마켓은 가방이나 신발 등 일상생활에 꼭 필요한 것부터 브로치나 인형 등 기념이 될 만한 물건까지 다양한 품목을 판매한다. 또한 시민들이 함께 물건을 만들 수 있는 생활창작워크샵, 창작자들의 작업 과정을 볼 수 있는 열린작가작업실, 자신의 음악세계를 마음껏 뽐낼 수 있는 공연 등 다양한 프로그램도 함께 진행 중이다.
한편 홍대 프리마켓은 창작자들을 생활창작아티스트 또는 작가라고 부른다. 프리마켓의 큰 축을 담당하는 작가들은 자신의 작품을 일반 시민들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주는 홍대 프리마켓을 즐겨 찾는다. 다양한 디자인을 바탕으로 각종 액세서리를 만드는 장은지(서울시 서초구.24) 작가는 “미술을 전공으로 하다 보니 여러 작품을 만들었는데 주변 반응이 좋아서 프리마켓에서 판매를 하게 됐다”며 “손님들이 작품을 보고 호감을 보이면 작품에 자부심이 생기고 그때마다 더 좋은 작품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또한 일러스트를 그려 브로치와 엽서 등을 판매하는 백설이(경기도 안산시.29) 작가는 “막연히 내가 그린 그림으로 쓸모있는 물건로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다”며 “그러다가 우연히 홍대 프리마켓을 알게 됐고 참가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홍대 프리마켓은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공간이 아니다”라며 “나와 비슷한 감성을 공유하는 사람들을 만나 대화를 하면서 계속해서 작업을 이어갈 수 있는 힘을 얻게 되고, 새로운 것도 시도해 볼 수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다양한 아이디어를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곳이다 보니 남녀노소 국적을 불문하고 많은 사람들이 몰려든다. 한정된 공간에 사람들이 모이기 때문에 인파에 밀려다니기 쉽지만 물건을 구매하고자 하는 소비자들의 관심은 끊이지 않는다. 정다영(서울시 서초구.18) 씨는 “물건들이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고 또 특이해서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홍대 프리마켓을 주최하는 일상예술창작센터 생활창작교육팀 정민진 씨는 “다양한 작품이 나오다 보니 젊은 사람들뿐만 아니라 관광객도 많이 몰려오는 추세”라며 “전시나 판매 외에도 공연이나 워크샵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으니 시민들이 많이 참여하고 즐기길 바란다”고 전했다.
지금까지 소개한 벼룩시장과 프리마켓은 모두 서울에서 열리고 있지만 청주에서도 프리마켓이 매주 열리고 있는 곳이 있다. 바로 청주 중앙로 에서 열리는 ‘소나무길 프리마켓’이다. ‘소나무길 프리마켓’에서는 핸드메이드 작업으로 만든 수공예품이나 중고품 판매를 원하는 사람들의 물건을 판매하고 있다. 이곳은 2011년 12월에 처음 시작됐으며, 매주 토요일 오후 1시부터 오후 6시까지 열리고 있다.
소나무길 프리마켓을 주관하고 있는 문화예술창작센터 관계자 황다혜 씨는 “대학로처럼 청주에도 생활문화예술을 정착시키자는 뜻에서 프리마켓을 처음 시작하게 됐다”며 “많지는 않지만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점차 늘고 있다. 3년 정도가 지나면 서서히 정착되고 안정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나바다 운동에서 재능기부까지 다양한 형태로 우리에게 유익함을 제공해주는 플리마켓. 나에게 필요 없는 물건을 나누고, 나의 재능을 이웃과 나누며 보람도 얻는 뜻깊은 장터가 지금처럼 활성화되길 기대해본다.
류도연 기자 tjdwls9933@cbnu.ac.kr
홍지희 기자 hjh38124@cbnu.ac.kr
최영은 기자 choyouneu@cbnu.ac.kr









류도연 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