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 이상 싸우지 않아도 된다. 2개 밖에 없는 닭다리를 보며 눈치 보지 않아도 된다. 여기 맛 좋고 영양 또한 풍부한 다리가 6개나 있다. 단, 겉모양은 취향에서 조금 벗어날 수도 있다. 그 정체는 미래의 식량을 책임질 ‘곤충’이다. 앞으로 우리를 살찌울 식용곤충에 대해 알아보자.
인간이 곤충을 먹기 시작한 역사는 꽤 오래됐다. 어떻게 조리해서 먹었는지 정확한 정보는 알 수 없으나 그 기원은 원시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또한 기독교, 유대교, 이슬람교와 같은 종교 문헌에서도 메뚜기는 맛있는 식재료로 등장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그의 저서 <동물의 역사>에서 ‘땅속에서 마지막 껍질이 벗겨지기 전의 매미 유충과 알이 찬 암컷이 가장 맛이 좋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사실, 곤충이 식탁에 오르는 것은 우리 부모님 세대에게는 꽤나 익숙한 풍경이다. 메뚜기나 귀뚜라미를 들판에서 잡아 기름에 볶아먹으면 그것만큼 고소하고 영양가 높은 반찬도 없었다.
그렇다면 어떤 이유에서 곤충이 미래의 식량을 책임질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이 되는 걸까. 여기에는 다양한 이유가 존재한다. 우선 영양학적 관점에서다. 단백질은 인간의 생명유지를 위해서 필요한 절대적인 영양소다. 현재 단백질 공급은 주로 육류를 섭취하면서 이뤄진다. 하지만 육류 공급은 그 수요를 충족시킬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에 단백질 공급을 지속시킬 수 있는 곤충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실제로 많은 곤충의 단백질 함량은 건조중량 기준 60%로 육류와 유사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탄수화물, 불포화지방산, 비타민, 무기질, 섬유질 등 다양한 영양분을 갖추고 있다.
곤충은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굉장히 좋은 평가를 받는다. 소고기 1㎏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약 10㎏의 사료와 22㎘의 물이 필요하다. 하지만 곤충 1㎏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1.7㎏의 먹이와 약간의 물만 있으면 된다. 네덜란드 곤충학자 마르셀 디케는 2010년 TED 강연에서 “사료 10㎏을 소에게 먹이면 1㎏의 고기를 얻지만 이를 메뚜기에게 먹이면 9㎏의 메뚜기 고기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사료의 양과 물 소비량에서 엄청난 차이를 보이는 것이다. 또한 적은 사육면적과 자본, 짧은 생육기간으로도 곤충을 키울 수 있으며 심지어 대량 번식도 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곤충은 환경문제에서도 그 진가를 발휘한다. 환경적인 측면에서 곤충은 대부분의 가축보다 상당히 적은 온실가스(메탄, 이산화질소, 이산화탄소 등)를 방출한다. 농촌진흥청 곤충산업과 윤은영 농업연구사는 “가축이 배출하는 온실가스양은 지구전체 온실가스 발생량의 18% 이상을 차지하는데, 갈색거저리는 돼지보다 ㎏당 10배 정도 더 적은 온실가스를 생성함으로써 친환경적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이유로 현재 식용곤충 산업은 세계 식품 산업에서 가장 많이 주목받고 있다. 네덜란드 와게닝겐 대학의 곤충 분류학자인 이데 옹게마 교수팀에서 지난 6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세계에서 식용되는 곤충은 총 2,037종으로 밝혀졌다. 딱정벌레, 애벌레, 벌, 개미류, 잠자리, 심지어 파리나 바퀴벌레를 먹기도 한다.
한편, 식용곤충을 활용해 수익을 내려는 기업의 움직임도 보인다. 2012년 이후 북아메리카를 중심으로 약 30개 이상의 기업이 식용 귀뚜라미를 취급하고 있으며 이들은 귀뚜라미를 가루로 만들어 단백질 바, 크래커, 쿠키, 초콜릿 등을 만들어 판매한다. 네덜란드에서는 ‘슬리그로(Sligro)’라는 곤충식품 도매 유통회사가 설립돼 매장에서 식용곤충을 판매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이더블(Edible)’이라는 회사에서 곤충이 들어간 초콜릿이나 사탕, 술 등을 제조해 런던의 셀프리지(Selfridge) 백화점에서 판매하고 있다. 프랑스에서도 ‘마이크로뉴트리스(Micronutris)’사에서 곤충분말이 함유된 마카롱, 초콜릿 등을 판매한다.
그러나 곤충의 식용화가 대중적으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장벽이 꽤 높다. 바로 인간 식성의 보수성, 즉 곤충에 대한 거부감이다. 곤충을 먹을 수는 있다고 하지만 외관상이나 맛의 측면에서 보면 실제로 먹기에는 꺼려지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이미 넘쳐나는 맛있는 음식 속에서 무엇을 먹을까를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곤충을 먹는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이러한 식용곤충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각국에서는 페스티벌이나 포럼을 통해 식용곤충을 활발히 홍보하고 있다. 특히 식용곤충을 이용한 음식을 파는 식당과 카페가 점점 증가하고 있으며, 곤충을 뜻하는 ‘Pest’와 식당을 뜻하는 ‘Restaurant’을 합쳐 ‘페스토랑(Pestaurant)’이라는 행사가 열리기도 했다. 이러한 추세는 곤충요리의 상용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콩고에서는 극장에서 고소한 팝콘 대신 일꾼 개미가 입요기를 대신한다. 귀뚜라미 에너지 바로 유명한 회사 엑소바(Exo-bar)의 제품은 뉴욕의 대형마트 페어웨이와 홀푸드의 진열장에 놓였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식용곤충과 관련해 어떤 활동을 펼치고 있을까. 우리나라에서는 2010년 곤충산업육성법을 제정한 이후 농촌진흥원을 필두로 곤충의 식용화 사업에 힘쓰고 있다. 지난해 7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갈색거저리가 처음으로 안정성을 인정받은 후 귀뚜라미, 누에 번데기, 메뚜기, 백감장, 장수풍뎅이 애벌레, 흰점박이 꽃무지 애벌레도 안정성 검증에 성공했다.
한편, 대중들에게 식용곤충의 친근한 이미지를 더하고자 올해 농촌진흥청에서 갈색거저리와 흰점박이 꽃무지 애벌레에 대한 새로운 이름을 공모했다. 그 결과 갈색거저리는 ‘고소애’로, 흰점박이 꽃무지 애벌레는 ‘꽃벵이’란 애칭을 얻었다. 또한 모양새와 곤충 특유의 누린내를 잡고자 다양한 조리법도 발달하고 있다. 우리나라 최초로 곤충을 이용한 음식점인 ‘빠삐용의 키친’에서는 파스타, 샌드위치, 쿠키처럼 친숙하게 접할 수 있는 음식을 만든다. 박지헌 연구원은 “대중들에게 쉽게 다가가고자 모든 요리는 곤충을 갈아 분말로 첨가한다”며 “손님들도 곤충 요리라는 선입견에 빠지지 않고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다”고 전했다. 농촌진흥청에서는 다양한 곤충의 식품 등록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곤충 사육 농가와 업체에 보급함으로써 곤충 산업 발전의 기초를 다지는 역할을 수행하기 위한 곤충 식품화 연구를 추진했다. 그리고 지금은 등록된 식용곤충의 소비확대를 위해 다양한 조리법 개발을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그의 저서 <동물의 역사>를 통해 곤충식 매니아임을 밝힌 바 있다. ‘인내는 쓰지만 그 열매는 달다’라는 그의 명언도 그가 즐겨먹는 곤충식을 염려해두고 한 말이 아닐까. 잘 요리하면 맛있는 곤충음식, 도전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이청 기자
echung77@cbnu.ac.kr








이청 & 최영은





